러시아가 18년에 걸친 협상 끝에 16일 세계무역기구(WTO)의 154번째 회원국으로 공식 가입했다. 이날 제네바에서 열린 제8차 WTO 각료회의 이틀째 회의에서 153개 회원국 대표들은 천연자원과 에너지 대국인 러시아의 WTO 가입을 승인했다.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WTO에 참여하지 않았던 러시아의 가입은 중국이 회원국이 된 지 10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제8차 WTO 각료 회의에서 러시아의 WTO 가입 승인이 났다"며 "이 길고도 복잡한 협상의 결과는 러시아뿐 아니라 우리의 미래의 파트너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한국 기업들의 러시아에 대한 직접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은 중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8일 '러시아의 WTO 가입: 경제적 효과와 우리의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서비스 분야 개방이 확대되기 때문에 한국의 대러시아 서비스 교역 및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이번 가입을 계기로 통신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 제한을 점진적으로 철폐하고, 건설·유통서비스 분야를 양허(개방)하는 등 116개 서비스 업종을 양허하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08년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에 주재 중인 46개 한국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0% 이상이 WTO 가입 이후 러시아의 투자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고, 53%는 향후 진출확대를 계획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1993년 WTO 가입 신청 이후 점진적으로 관세를 낮추고 있어, WTO 가입에 따른 관세율 인하폭은 평균 3% 정도에 불과해 당장 한국의 대 러시아 수출에 괄목할 만한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관세 인하항목 중 3분의 2 이상은 가입 후 1년에서 8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시될 예정이어서 인하효과는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러시아의 WTO 가입으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약 0.001%, 대러 수출은 약 32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는 한국의 제12위 수출시장으로 대러시아 수출액은 78억달러 정도였고 올해 들어 양국 간 수출입액이 사상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