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국제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가 최근 발표한 ‘소비재 산업의 글로벌 파워(Global Powers of Consumer Products 2010)’ 보고서가 눈길을 끕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순 매출액을 기준으로 2009년 삼성전자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14.6% 증가한 1억1000만 달러로 소비재 상품을 만들어 파는 세계 250대 기업 가운데 파나소닉과 소니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로 뛰어올랐습니다. 또 LG는 5763만 달러를 기록, 노키아에 앞서 6위에 랭크됐습니다.
주목할 것은 세계 10대 소비재 기업 가운데 절반이 전자제품 분야라는 점과 이 분야 기업들의 매출 증감률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입니다. 삼성과 LG는 각각 14.6%, 15.3%의 높은 증가율을 보인 반면, 소니와 노키아는 각각 -11.5%, -19.2%로 크게 뒷걸음질쳤고 파나소닉도 5% 가까이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전체적으로 2009년 세계 250대 소비재 제조업체들의 매출이 전년 대비 1.2% 감소한 가운데 이들의 총 매출액 역시 25억7000만 달러로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이끄는 랭킹 10위권 기업들의 비중은 25%를 넘어 과두적 양상이 강화됐습니다.
소비재 생산기업의 매출에서 향후 소비수요와 관련된 과제로 눈 돌리면, 선진국 시장에서 나타나는 수요 부족, 신생 산업국의 수요 과열이란 불균형이 두드러진 가운데 환율변동의 심화, 원자재 가격 상승, 국가부채, 유럽과 미국의 불안정한 경기 회복세 등이 있습니다. 국가별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일본, 독일 등은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데 미약한 경기 회복세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수출보다 내수에 의존하는 미국, 영국 등은 해외시장을 확대해야 하지만 진출 대상국의 환율이 낮아 가격 경쟁력이 불리한 상황입니다.
선진국의 트렌드를 보면, 전례 없는 경기불황 앞에서 이들 국가 소비자들의 성향이 바뀌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품질에 별로 개의치 않고 값이 싸면 몰리던 구매성향이 이제는 가격보다 품질을 자세히 살피는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는 곧 선진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판매고를 올리려면 무조건 값을 낮추기보다 상품의 기능과 품질은 물론 디자인과 환경까지 포함해 전반적으로 질적 가치에 신경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반면 신생 공업국 시장은 소비규모 면에서 당장 선진국을 따라잡기는 어렵겠지만 중산층이 부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이들 신생 공업국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뿐 아니라 세계수요도 이끌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세계 주요 소비재 기업들이 마케팅의 초점을 어디에 맞출 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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