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디온’ ‘볼보’등 인수 
지난해까지 118개 기업 확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해외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이 천연자원 확보차원의 아시아, 아프리카 일변도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선진국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눈 돌리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외화 보유액은 2009년 말 기준 2조7000억 달러였으며, 2020년까지 6배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지난 3월 승인한 5개년 경제계획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국제적인 판매망 및 브랜드 구축’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 기업들은 해외투자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개도국과는 별도로 선진국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경기침체로 주가가 하락한 우량기업의 지분 확보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목적 외에도 고급 기술이나 해외영업 노하우 획득, 브랜드 가치 제고 등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선진국 중에서도 미국보다 유럽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해외기업의 자국기업 인수에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는 반면, 유럽은 이러한 규제 강도가 낮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경기침체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중국의 거대 자본을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2년간 중국 기업의 유럽 투자규모는 빠르게 증가했으며,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활발하게 인수합병(M&A) 및 지분확보가 이뤄지고 있다. 영국의 컨설팅 기업인 디로직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유럽 투자는 2003~05년만 해도 8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2009~10년에는 439억 달러로 급증했으며, 이를 통해 118개의 유럽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의 PC 제조기업인 레노버는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해 독일의 PC 메이커인 메디온의 주식 37%를 3억3100만 달러에 인수했으며, 향후 주식공모 등을 통해 지분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세계 랭킹 4위의 레노버가 에이서를 제치고 델, HP에 이어 3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포드로부터 볼보를 18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이는 중국 자동차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로 손꼽힌다. 이를 통해 지리는 볼보의 브랜드와 모든 지식 재산권을 넘겨받아 향후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 및 중·고급 자동차 제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마드리드 KBC 관계자는 “2009년 중국에서 300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3가량이 이미 유럽기업에 투자 중임을 밝혔는데, 지금 같은 열기를 감안하면 앞으로 중국 기업의 유럽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