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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렇게 하면 한-미 FTA 원산지 검증에 ‘실패’한다
작성일 2014-03-07 조회수 832


작년 1~10월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혜 품목의 대미 수출은 9.7%, 수입은 6.2%가 각각 증가해 한-미 FTA가 어려운 세계 경제 여건 가운데서도 양국의 교역 성장세를 견인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FTA 수혜 품목의 교역이 늘어나고 실적이 쌓일수록 현지 기업의 고민과 걱정도 늘고 있는데 바로 미 세관(CBP)의 원산지 사후 검증 때문이다. 이와 관련, LA 총영사관의 김석오 영사가 이에 대한 의견과 조언을 KOTRA를 통해 알려왔다.


◇ 중소기업이 애 먹는 원산지 검증=미국 세관은 한-미 FTA 협정 발효 이후 지금까지 각 통관지 세관의 수입 전문관 단위로 한국산 물품에 대해 간헐적으로 원산지 검증을 벌여왔다. 품목별로는 섬유제품, 자동차부품, 식품의 검증 빈도가 높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검증 대상이 되고 있다. 현지 지역 세관에서 진행되는 검증은 체계적인 정보 분석에 의한 종합심사보다는 수입 전문관의 능력과 경험에 따라 건별로 선별 검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타이어, 자동차부품 등 대기업 제품은 원산지 검증이 순조로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수출업체의 적극적인 협조, 원산지 규정에 대한 사전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자료 작성과 기한 내 자료 제출이 성공 원인이 되고 있다.

반면 원산지 검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쪽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한국의 수출 거래업체도 중소기업인데다 원산지 규정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특히 원재료 원산지의 증빙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 이렇게 하면 원산지 검증에 실패한다=최근 미 세관의 원산지 검증 과정에서 증빙서류가 불충분해 추징 처분을 받은 업체의 전형적인 사례를 보자.

I사는 인천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서 PVC 비닐(HS 3921.12.1950)과 면사(HS 5204.11.000)를 수입해 LA 인근 지역 공장에서 자동차 시트커버를 생산한다. PVC 비닐과 면사의 미 관세율은 각각 5.3%와 4.4%이지만 재작년 10월 수입할 때 관세사를 통해 원산지를 ‘한국(KR)’으로 신고하고 한-미 FTA에 따른 특혜관세와 물품 취급 수수료를 면제받았다.

통관한 지 약 10개월이 지난 8월 초 I사는 미국 롱비치 세관의 수입 전문관으로부터 해당 물품의 원산지 증명서와 원산지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관세사를 통해 전달받았다. 이때 미 세관이 ‘CBP Form 28(Request for Information)’에 따라 요구한 서류는 △원산지 증명서(Certificate of origin) △원재료 내역서(bill of materials) △생산원가 자료(cost data) △생산 및 제조기록(production and manufacturing records)이었다.

I사 담당자는 세관이 요구한 자료의 의미를 곰곰이 따져 보지 않고 한국의 수출업체에 그 영문 메일을 전달하면서 관련 자료를 보내달라고 했다. 한국 수출업체도 원산지 증명서만 보내주면 끝나는 것으로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막상 이런 자료를 요구받고 보니 허둥댔고 결국 제출기한을 넘기고 말았다.

미 세관은 자료 제출을 요구한지 30일이 지나도 수입업체의 답신이 없자 ‘CBP Form 29’에 따라 특혜관세 적용배제 예정 통지서(Proposed Notice of Action)를 수입업체에 발송했다. 추가자료 제출에 필요한 기간은 20일이 주어졌다. I사는 부랴부랴 한국 수출업체를 압박해 자료를 받았고 이 서류를 점검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미 세관에 전달했다. 제출한 서류는 △한국 수출업체가 작성한 원산지 증명서 △1장짜리 PVC 스펀지 비닐 생산 매뉴얼(productions manual record) △제품 안전 규격 데이터(Material Safety Data Sheet) △PVC 비닐 제품의 재료별 원가가 기재된 코스트 데이터였다. 이마저도 PVC 비닐에 관한 것이고 면사는 한국의 도매시장에서 구매한 것이어서 원산지 증빙서류를 확보할 수 없었다.

미 세관은 I사가 제출한 자료가 원산지를 입증하기에는 불충분하다며 특혜관세 적용배제 처분서를 보냈고 I사는 PVC 비닐과 면사에 대해 각각 5.3%와 4.4%에 해당하는 세금을 납부하게 됐다.

I사가 제출한 자료는 해당 물품과 원재료의 원산지를 입증하는 자료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생산 매뉴얼은 해당 물품의 생산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로 보기 곤란하고 제품의 안전규격 데이터는 해당 제품과 원재료의 원산지를 판단하기 위한 정보가 아니라 안전 관련 데이터를 기록해 놓은 것이어서 원산지 증빙서류로 인정해 줄 수 없는 것이었다. 또 원산지 규정에 대한 초보적인 상식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PVC 비닐의 원산지 규정은 CTH(4단위 세번 변경기준), 면사의 원산지 규정은 CC(2단위 변경기준, 단 54류와 55류의 것은 제외)라는 것만 알았어도 증빙서류를 작성 자세가 달라졌을 것이다.

I사는 필자와의 상담에서 “미 세관이 요구한 원재료 내역서, 생산원가 자료, 생산 및 제조기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고 토로했고 해당 물품의 원산지를 결정하는 프로세스도 전혀 공부가 안된 상태였다. 한국의 수출업체도 원산지 규정에 대한 상식이 일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주요 품목인 PVC 비닐의 경우 제조에 사용된 각 원재료의 HS 코드, 원산지·공급자 정보(업체명, 주소, 연락처)와 구매가격을 기재한 원재료 내역서(bill of materials), 각 원재료의 수출용 원재료 원산지 확인서, 생산일지, 각 원재료 구매 증빙서류 등을 갖췄다면 원산지를 인정받는 데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PVC 비닐제품의 제조과정과 원재료 내역을 보면 4단위 세번 변경기준을 충족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아쉬움이 많은 대목이었다.

I사는 원산지 검증 과정에서 현지 전문가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한국의 수출업체도 자료제출 요구를 받았을 때 관세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증빙자료를 작성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사실 미 현지의 관세사들은 FTA 원산지 규정에 대한 자체 연구나 교육훈련, 업무 경험이 충분하지 않아 서류 전달 대행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 시사점=이 사례는 로스앤젤레스에 소재한 한 재미교포 기업을 방문해 수집한 것인데 이와 비슷한 FTA 활용 실패사례는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한-미 FTA 수혜품목이 확대되고 쌓일수록 미 세관의 검증 빈도가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또한 세관의 속성상 원산지 규정을 위반한 동종 품목으로 검증을 확대할 전망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관세청을 중심으로 FTA 특혜관세 활용요령 전파와 함께 원산지 검증대응에 관한 지원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위 사례에서 보듯 무역 현장에서 중소기업의 FTA 원산지 규정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사후관리는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한국보다 미국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한국과 달리 원산지를 컨설팅해줄 전문 인력도 많지 않고 무역업체를 대상으로 한 원산지 관리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지 않다. 물론 미국의 민간 전문기관이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일부 있긴 하지만 교육비가 너무 비싸 영세한 재미교포 및 우리 중소기업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무엇보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중소기업의 경우 한-미 FTA를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체계적으로 활용하려는 인식과 노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원산지 규정 지원 활동을 강화하고 미 세관으로부터 자료 제출을 요구받았을 때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내의 FTA 활용 지원 정책을 국내 중심에서 해외로 확장해 관려 가이드북 등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미 세관당국이 원산지 검증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양국의 무역업체를 대상으로 FTA 활용 유의사항에 관한 공동 세미나, 설명회 등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