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美경기선행지수 하락 전환 - 출구전략보다 ‘경기’가 먼저?
엔-원환율 2008위기 이전으로 - 수출보다 美압력회피가 우선?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경기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기존의 글로벌 경기회복 기조를 흔들고 있는 징후로는 △내년도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하락(2013년 7.5% → 2014년 7.0%) △미국의 OECD 경기선행지수(CLI) 하락(7,8월 100.9 → 9월 100.8) △일본과 유럽의 추가 양적완화 시사 등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2014년도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와 내년도 전망치를 종전(7월) 보다 하향 수정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이와 같은 징후들은 글로벌 경기회복의 불확실성을 예고하고 있어 4분기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수출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은 환율보다는 글로벌 경기(≒수출수요)와 연동되어 움직여 왔다.

게다가 지난 15일에는 우리 기업들의 대일 수출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통용되어온 엔-원 재정환율이 100엔당 1060.9원(오후 5시 7분 현재)으로 하락,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직전(2008.9.12 100엔당 1032.2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출 수요인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 불안,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의 급락으로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우리 수출전선에도 예기치 않은 암운이 감돌고 있다.

◇ 불안한 글로벌 경기회복= 지난 11월 9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제 18차 3중전회에서 중국 지도부가 향후 중국의 경제정책 초점을 ‘전면적 개혁’과 ‘공평의 확대’에 맞추기로 결정하면서 내년도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올해의 7.5%에서 7%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는 글로벌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출구전략(≒양적완화 규모 축소)과 상충되면서 중국발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의 재닛 옐런 미 연준(Fed) 차기 의장 지명자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의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보고서에서 “고용이 취약(6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수가 36%로 과다)하다”면서 “경기상황을 점검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양적완화 정책을 경기회복세가 뚜렷할 때까지 유지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지난 3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8%로 전문가들의 예상치(1.9~2.0%)를 뛰어 넘었다. 일부 고용지표에서도 호전되는 조짐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9월 7.2%에서 10월에는 7.3%로 악화됐다.

IMF는 내년도 미국의 실업률이 평균 7.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축소를 위한 실업률 기준선(에반스 룰)인 7%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난 13일자로 OECD가 발표한 9월 경기선행지수(CLI: Composite Leading Indicators)를 보면 미국은 7월과 8월의 100.9에서 9월에는 100.8로 0.1p 하락했다. 경기선행지수가 101로 상승하지 못하고 하락한 것은 미 연준이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로 해석된다.

옐런도 청문회 답변에서 기존의 3차례 양적완화 정책이 경기회복에 기여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차(2008.11~2010.3), 2차(2010.11~2011.6), 3차(2012.9~) 모두 양적완화 시행이후 미국의 경기는 회복세를 나타냈다. 1차, 2차 양적완화가 종료되자 마자 경기는 급락했다.

3차 양적완화가 추진되고 있는 시기에도 미국의 CLI는 2012년 9월 100에서 지난 9월까지 13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경기회복(101이상 상승 지속)을 확신할 수 없어 출구전략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다음달에 나올 미국의 OECD 10월 경기선행지수의 경우 정부 폐쇄 등이 반영되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게 되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EU와 OECD 전체 지수도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로선 미국의 출구전략보다도 미국의 경기가 양적완화를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냐의 여부에 더 관심이 끌린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0%에서 0.25%로 전격 인하했다. ECB는 무제한 국채 매입이란 양적완화를 실시하고 있는가운데 지난 2011년 7월 1.50%였던 기준금리를 다섯 번에 걸쳐 0.25%까지 내렸다.

지난 2분기 0.3%(1분기 -0.2%)로 플러스로 전환된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3분기 0.1%로 둔화됐다. 이에 유럽중앙은행 통화위원들은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일본도 3분기 성장률이 2분기 3.8%에서 1.9%로 둔화되자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 환율개입을 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경기회복세 유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내년 4월 소비세 인상이후 경기가 둔화될 것에 대응, 추가 양적완화 조치 가능성을 이미 시사한 바 있다.

◇ 딜레마에 빠진 환율과 한국수출= 지난 15일 원-엔 재정환율의 급락은 원-달러 환율의 단기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일단 원-엔 재정환율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져 미국의 환율압력(10월 31일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은 논리적으로 무마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외환당국의 기술적인 환율 방어 전략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본의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100엔선 이상으로 오르게 되면 상황은 더욱 꼬이게 된다. 아베총리의 성향으로 볼 때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국제 IB들의 전망대로 달러당 105엔선까지 엔화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우리 외환당국과 원화는 그야말로 전례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내달 13일 OECD의 10월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발표되면 원화 환율하락 압력은 일시에 상승세로 반전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환율이 상승 반전하더라도 글로벌 경기수요가 위축되면 수출기업이나 한국경제에는 아무런 득이 될 게 없다.

한국 수출과 환율이 ‘글로벌 경기’와 ‘신환율전쟁’에 발목이 잡혀 오도 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굴곡에 빠져들고 있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