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22일 러시아는 의회의 승인으로 154번째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됐습니다. 이후 관세인하 등 각종 조치가 시행됐는데 당시 현지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WTO 가입이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로부터 1년이 넘게 지난 지금 러시아 경제는 어떤 상태일까요?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WTO 가입보다 세계경제 불황 등 전반적인 시장 변화가 오히려 러시아 경제에 더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WTO 가입이 자동차, 농업, 지적재산권 시장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은 상대적으로 러시아 생산업체의 피해가 적었습니다. 또 지적재산권과 관련해서는 위조 및 불법 복제법이 적용됐는데 연방의회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관련법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농업은 WTO 가입 전에 예상됐던 대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각종 보조금이 줄면서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그만큼 러시아 농민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중 러시아는 4046억2017만달러의 대외 교역액을 기록했습니다. 수입이 1506억7680만달러, 수출이 2539억4340만달러였습니다. 이는 전년 상반기의 교역액인 4068억2640만 달러보다 줄어든 것이지만 수입액은 오히려 3.4%가 증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중의 교역액 감소가 전반적인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러시아의 WTO 가입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대형 소매업자들”이라고 평가하고 “해외 기업의 러시아 시장 접근성과 비즈니스 신뢰도 제고를 위해 법안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렇다면 러시아 주요 산업계는 자국의 WTO 가입 성과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러시아의 자동차 리서치 회사인 아브토스타트는 “자동차 수입 관세율이 30%에서 25%로 감소됐고 7년 안에 15%로 내려갈 것이므로 수입차 증가는 명확한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러시아 가정가전용품 판매업체협회는 “전자제품 시장은 아직까지 WTO 가입에 따른 영향이 없다. 오히려 수입이 다소 줄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러시아 육류협회는 “WTO 가입으로 돼지고기 수입이 늘었으나 항생제 사용이 발견된 이후 올해는 수입이 줄었다. 아직까지 러시아 소비자들은 자국산 돼지고기가 수입산보다 좋다고 인식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농업장비생산협회는 “WTO 가입 후 중고 콤바인은 1/5, 신형 농업장비는 1/3 수준으로 관세가 인하된 만큼 러시아 농업장비 생산업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