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 금융 지도자 회의에서는 미국 정부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분위기를 무겁게 했다. 그럼에도 미국과 유럽 경제가 드디어 긴 슬럼프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신호에 상당히 고무된 가운데 회의를 마칠 수 있었다.
188개 국이 가입한 국제통화기금(IMF)과 자매 기관인 세계은행 총회 관련 각종 모임이 사흘 동안 이어졌다. 고위 관리들과 금융 관계자들은 미국이 부채 상한과 관련한 정치적 막다른 상황을 타개하고 해결하기를 거듭 촉구했다.
미국은 현재 정치적 대치로 연방 정부가 국채 등의 정기 이자 지불을 위해 꼭 필요한 국가 채무 증액을 허용하는 입법이 봉쇄된 가운데 증액 데드라인이 목요일, 17일로 임박하고 있다.
미국의 제이콥 루 재무장관은 목요일이면 자신의 대출 권한이 만료된다면서 의회가 현재의 16조7000억 달러에 묶인 채무 상한을 높여주지 않으면 미 정부는 채무불이행 사태와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해 왔다.
세계은행의 김용 총재는 12일 폐막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데드라인이 가까워질수록 개발도상 국가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디폴트는 가난한 나라들에게 "재앙"이 된다고 말하면서 이미 약해진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궤도에서 탈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양적 팽창 프로그램을 축소할 예정인 것은 그만큼 부양책의 감소를 견뎌낼 정도로 미 경제가 강해졌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여러 회의에서 표출됐다.
"서방 선진국이 경제 회복에 따라 통화 정책을 조만간 정상화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개도국 경제에도 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IMF의 고위 분석관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