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만 244건으로 작년 연간 229건 상회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원산지 위반 건수 많아
‘FTA 원산지 사후검증’이 관련 수출기업들에게 ‘발등의 불’이 되어 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47개국가와 총 9개 FTA(Free Trade Agreement)를 체결했다. 이 가운데 한-EFTA(2006년 9월 발효), 한-ASEAN(2007년 6월), 한-EU(2011년 7월), 한-미(2012년 3월) 등 4개 FTA 체결국들이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에게 FTA 원산지 사후검증을 요청한 건수는 지난 2011년 84건에서 2012년 229건으로 늘어났다.
올들어 지난 상반기 말까지 4개 FTA 체결국 세관당국이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에 원산지 사후검증을 요청한 건수는 244건으로 지난해 연간 요청 건수를 넘어서고 있다.
지금까지 원산지 사후검증 요청이 가장 많은 지역은 유럽연합(EU)이다. EU 각국 세관이 지난 2011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2년 반동안 사후검증을 요청한 건수는 355건으로 전체 557건의 64%에 달하고 있다.
EU로부터 사후검증 요청을 받은 355건중 17%에 해당하는 60건이 원산지 의무 위반으로 적발돼 FTA 특혜관세를 환급해야 했다.
EU 27개국, EFTA 4개국, ASEAN 10개국은 각국 세관이 우리나라 관세청을 통해 원산지 사후검증을 요청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우리나라 관세청을 통하지 않고 미 세관당국이 우리나라 수출기업에게 원산지 사후검증을 직접 통보하고 있다. 미 세관이 우리 기업에게 원산지 사후검증을 요청한 건수는 2012년 7건, 올들어 상반기말까지 79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과 EU는 FTA 발효이후 한국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통관 전체 건수중 해마다 4000건씩을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아직까지 사후검증 요청이 본격화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 내에 설치되어 있는 FTA무역종합지원센터 FTA사후검증지원실의 한 관계자는 “EU의 경우 지난 2년 반동안 총 355건의 원산지 사후검증이 실시되어 이중 17%에 해당하는 60건이 원산지 의무 위반으로 적발됐다”면서 “원산지 의무 위반으로 적발된 비중은 매우 높은 편으로 관련 수출기업은 물론, 협력업체들에게까지 영향이 미치는 사항이어서 앞으로 원산지 사후검증에 대한 예방과 함께 대응 역량을 제고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위반건수 中企가 대기업보다 3배
원산지 의무 위반으로 적발된 수출기업들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이 훨씬 많다. 위반 사항은 원산지 요건을 기본적으로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는 매우 적고, 준비와 주의를 소홀히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세청이 지난 2011년부터 2013년 3월말 현재까지 아세안, EFTA, EU 등 3개 FTA 체결국으로부터 사후검증을 요청받고 원산지 의무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동안 위반 적발건수 총 42건중 30건이 중소기업이었으며 12건이 대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원산지 검증 위반 사유는 △인증 수출자 오류(30건중 10건) △원산지 불충족(6건) △C/O 작성오류(4건) △자료 미보관(3건) △직접운송원칙 위반 등 기타(7건)의 순이다.
대기업의 위반 사유는 △인증 수출자 오류(12건중 3건) △C/O 작성 오류(2건) △자료 미보관(1건) △직접운송원칙 위반 등 기타(6건)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당 세관으로부터 수출자 인증번호를 새로 받아 정확하게 기입했는지, 해당품목의 HS분류가 수출국과 동일한 지 등의 인증 수출자 오류가 가장 많이 위반 사유로 꼽히고 있다.
FTA 관세 혜택을 받는 수출입 상품의 운송은 원칙적으로 체약 당사국간에 직접 운송되어야 한다. 한국산 물품을 캐나다를 경유하여 수출하면서 단순경유 증명서류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한-미 FTA 특혜 관세를 인정하지 않는다. 즉, 운송요건이 불일치할 경우에도 FTA 협정 원자지 의무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된다.
사후 검증 정보 제공 요청시 30일 이내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특혜가 인정되지 않는다. 또 한국산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한 지 1년이 지나서 신청할 경우에도 특혜관세가 불인정된다.
증빙서류 보관이 미흡해 요청한 서류제출이 불충분할 때도 위반으로 적발된다. C/O(Certificate of Origin) 증빙서류는 5년간 보관해야 하고, 세관당국이 자료를 요청할 경우 성실히 응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세관당국이 수입업자에게 자료를 요청하게 되는데 이 때 수입상이 수출업자에게 요청하는 자료와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공유하여 대처해야 한다.
또 미 세관당국이 요구하는 자료(수출입 계약체결 → 원재료 구매 → 원재료 운송 → 생산투입 → 제품완성 → 수출선적 → 원산지증명서 발행 → 선적서류 발행 → 특혜관세 신청 등)의 발생순서가 시간상 합리적으로 맞아 떨어져야 한다.
수입상은 물론, 수출상, 생산 협력업체 등이 세관 당국의 서류제출 요구나 방문조사에 불응할 경우 특혜 관세가 인정되지 않는다.
선진국 견제 품목에 집중
지난 2011년부터 올해 6월말까지 2년 반 동안 FTA 체결 국가로부터 한국 수출기업들에게 원산지 사후검증 요청이 집중되고 있는 품목은 석유화학, 섬유류, 기계류, 전기·전자, 자동차부품 등이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EU FTA의 경우 FTA 활용이 많거나 EU측의 민감품목인 석유화학, 섬유류, 기계류, 전기전자, 자동차부품 순으로 검증 요청이 많았다.
한-미 FTA의 경우에는 자동차부품, 섬유류, 기계류, 석유화학제품 순이다.
미국과 EU 지역 모두 과거부터 원산지 위반 요주의 품목으로 지목되고 있는 섬유류가 사후검증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 섬유ㆍ의류 제품은 미 세관이 최우선 무역 관리 대상(PTI)으로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 미 세관이 징수하는 세수의 42%를 섬유ㆍ의류 제품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자동차부품과 기계류, 전자제품과 석유화학제품 등은 미국과 EU가 한국산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면서 FTA 원산지 사후검증 요청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FTA 원산지 사후검증 대응 업무를 하고 있는 한 관세사는 “미국과 EU 모두 우리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자동차 부품 수출에 사후검증을 많이 요청하고 있다”면서 “EU의 경우 여러나라 세관 당국이 동시에 동일 수출기업에게 원산지 사후검증을 요청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FTA 원산지 사후검증을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으로 선진국 기업들과 세관당국이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칠레는 직접 검증
◇FTA 원산지 사후검증이란= FTA 원산지 사후검증은 물품을 수입한 상대방 국가에서 해당 수출기업의 원산지 증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수출기업 역시 FTA에 따른 관세혜택을 받으려면 해당 수출제품이 국내에서 생산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FTA 원산지 검증의 본래 취지는 특혜관세에 대한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세관조사다. 이를 통해 관세탈루 방지, 제3국산 제품의 우회수입을 방지함으로써 FTA 등 협정의 효율적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주로 상대국 수출자, 생산자의 자료를 제출받아 조사하며 수입자 조사는 주로 특혜관세 신청의 형식적인 요건, 직접운송요건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
검증 방법으로는 서면질의, 서류 제출요구와 같은 서면조사와 생산공장 등을 방문, 조사하는 현장조사로 구분된다. 아울러 수입국 세관이 상대국 수출자 등을 직접 조사하는 직접검증과 수출국 세관에 검증을 의뢰하는 간접검증이 있다.
원산지 기관증명 또는 인증수출자 방식을 채택한 아세안, 인도 및 유럽권과의 FTA에서는 주로 간접검증이 채택되고 있다. 반면 자율증명방식을 도입한 미국, 칠레 등과의 FTA에서는 주로 직접검증이 도입되고 있다.
다만 한-미의 경우 섬유류는 간접검증을 병행하고 있다. 미국 세관당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우리나라에 있는 기업의 사업장을 우리 세관 당국과 함께 방문해 검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수입국 법령‧절차 숙지를
◇원산지 사후검증 절차는= 원산지검증 관련 일반적인 절차는 각국의 협정에서 정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절차와 협정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국내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른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물품에 대한 검증은 우리나라 관세청이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진행된다.
검증은 수입국의 수입통관 및 심사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세관에서 수행하는 수입신고 건에 대한 검증은 FTA 특혜원산지 신청과 연계돼 이뤄지고 신청과 동시에 검증이 함께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수출기업은 FTA 검증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협정의 내용 뿐 만 아니라 수입 당사국의 통관 관련 법령과 절차를 사전에 숙지해야 한다.
원산지 검증 결과 규정 및 절차 위반에 따른 벌금, 과태료 등 행정벌은 국내법에서 규정된 범위 내에서만 부과될 수 있지만 협정관세 적용배제는 국내법 뿐 만 아니라 협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조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자력만으로 세계 각국의 사후검증을 감당하기엔 관련 규정 등 세부절차가 워낙 복잡하고 까다로운 게 현실이다.
관세청 이승필 관세사는 “정부 및 관련기관에서 사후검증 컨설팅을 지원하는 데 한계(담당 직원 이직 등에 따른 부재)가 따를 수밖에 없어 해당 기업 CEO가 숙지를 하거나 관심을 갖고 서류 준비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FTA 전담부서를 유지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향후 피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원산지관리사나 관세사 수준의 채용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FTA무역종합지원센터 활용을
◇FTA 사후검증 지원 서비스는= 정부도 FTA 체결국가의 지속적인 사후검증 요청으로부터 국내수출중소기업을 위한 대응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한국무역협회 등 6개 정부부처 합동조직이 지난 5월 설립한 ‘FTA 사후검증 지원센터’는 한국산 원산지 입증을 위한 정보제공 요청을 받고 있는 국내 업체의 대응을 돕고 향후 사후검증의 징후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문제점과 개선책을 제시해준다.
또한 대미수출이 크게 증가한 자동차 부품이나 중국산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섬유업종 등은 요주의 업종으로 분류해 업종별·지역별 현장 설명회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무협과 FTA 사후검증 지원센터는 무협아카데미와 공동으로 원산지 사후 검증 대응 과정 관련 4개 교육과정을 신설했다.
무협 등은 이 프로그램을 연간 50회 내외로 운영해 향후 1000여명의 FTA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청은 무협 아카데미(1566-5114)나 홈페이지(www.tradecampus.com)를 통하면 된다.
이외에도 무협과 FTA무역종합지원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으로 FTA 자가검증프로그램인 ‘FTA-Helper’를 지난 1일부터 보급 중이다.
중소기업이 자가진단을 통해 FTA 사후검증을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FTA-Helper’는 기업 담당자가 기초 데이터를 입력하고 진단 문항에 응답하면 항목별 점수와 진단 보고서를 통해 FTA 사후검증 관련 취약점을 쉽게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다.
또한 입력된 데이터를 자동으로 추출·검증해 FTA-KOREA 등 원산지관리시스템용 파일을 생성해 주기 때문에 이를 간편하게 업로드할 수 있고, 원산지 업무 담당자가 바뀌어도 연속적이고 체계적인 FTA 데이터 관리가 가능하다.
FTA-Helper는 PC 설치가 가능한 엑셀 기반 프로그램으로 웹기반에 비해 보안성이 뛰어나며 저용량으로 설치가 간편하다. 사용을 원하는 기업은 FTA센터 홈페이지(fta1380.or.kr)에서 다운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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