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공개한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미국이 연내 양적완화(QE)를 축소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6월 벤 버냉키 의장이 밝혔던 ‘올해중 자산매입 규모 축소 검토, 내년 중반 양적완화 종료’라는 출구전략 방침에 FOMC 12명의 위원들이 동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업률 개선(7%이하 하락) 등 경제상황 개선을 전제로 미국 연준이 오는 9~12월 사이에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기(월 850억달러→600억달러) 시작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지난 6월 버냉키 의장이 처음으로 ‘연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발표했을 때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증시 폭락, 금리 상승, 원자재가격 하락, 달러강세(=신흥국 통화 약세) 등 ‘버냉키 쇼크’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 6월 버냉키 쇼크가 발생한 이후 ‘양적완화 축소 실행(=출구전략 단행)’ 우려로 인한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지속되어 최근에는 ‘신흥국 금융불안’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 - 금융위기설 고조

신흥국 금융불안은 주식, 통화, 채권 가치가 동시에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현상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은 금융위기설이 고조되고 있을 정도이며 금융불안은 남아공, 터키, 멕시코, 태국, 말레이시아 등으로 번지고 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여러 대륙에 걸쳐 동시 다발적으로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8일 22일 기준 인도 루피화(달러당 65루피)는 달러화 대비 사상 최대 약세를 시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달러당 10,990루피아)는 2009년 4월 이후, 태국 바트화(달러당 32.0바트)는 2010년 8월이후 최대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남아공(달러화대비 -17.6%), 브라질(-15.8%), 인도(-14.9%), 아르헨(-12.4%), 터키(-10.5%) 등의 신흥국 통화들은 10% 이상 통화가치가 절하되면서 금융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흥국 금융불안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외국인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지속되고 있는가운데 경기침체로 성장률이 저하된 국가일수록 외국인자본 유출로 인한 금융불안 정도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인한 금융불안은 지난 6월이후 계속해서 진행되어오고 있는 문제이기는 하나 경상수지 적자문제가 심각하고 단기외채 비중이 높은 신흥국들은 실제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GDP대비 경상적자 비중이 높은 나라는 터키(8.2%), 인도(3.6%), 브라질(4.5%), 인도네시아(2.4%) 등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높은 나라는 터키(81%), 남아공(48.8%), 인도네시아‧멕시코(42.5%) 등이 지목되고 있다.


한국 원화는 ‘안전통화’?

현재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있고, 금융불안이 심해지고 있는 국가들과 거래하고 있는 수출중소기업들은 거래국의 금융상황을 잘 체크하면서 수출차질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서 급상승하고 있는 신흥국 리스크는 단기에 종식될 수 없는 문제다. 9월이후 4분기에 접어들면서 리스크가 더욱 상승할 수 있고, 내년 상반기말에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한 이후까지 신흥국 리스크는 장기적으로 증대할 수 있다. 양적완화 축소는 금리인상을 동반하면서 달러강세와 외국인자본 유출을 지속적으로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신흥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현재 해외자본 유출에서 위험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16일부터 22일까지 외국인 주식자금은 5000억원이 순유입됐다. 16일부터 21일까지 외국인 채권 매수자금도 1000억원에 달했다. 올들어 8월 22일까지 외국인 주식자금은 7조3000억원이 빠져나갔으나 채권자금으로 10조3000억원이 유입돼 3조원의 순유입이 이뤄졌다.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외환보유고, 단기외채 등의 조건도 안심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되어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외환시장의 거시 건전성도 어느 때보다 양호하다.


과거 1997년 IMF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비교할 때 최근의 상황은 겉으로 볼 때 비슷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작금의 상황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충분히 예견되고 있는 가운데서 나타나고 있는 불안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전혀 다르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외환시장의 거시 건전성와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 원화가 ‘안전통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도 위기 가능성을 낮게 만들고 있다.

다만 과거의 사례로 비춰볼 때 미국의 출구전략이 1~2년에 걸쳐 진행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변수가 나타나 해외자본의 대거 유출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잊어서는 안된다.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흥국 금융불안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원화약세 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과거와 같은 폭등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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