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 아베노믹스 지속 여부 등 주목

중국․일본, 구조개혁, 엔저 통해 한국 추격...대외경쟁력, 수출실적 갖춰야


중소기업들의 하반기 수출전선에 ‘대외변수’라는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현상, 중국 및 유럽의 경기침체 등이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세계 경기의 회복국면으로 인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이 구조개혁과 엔저현상 등을 무기로 한국과 국내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추격에 나설 것으로 보여 대응이 시급해 보인다. 수출 중소업체들로서는 하반기에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수출까지 신경 써야 하는 ‘2중고’를 극복해야 할 형편이다.

한 연구원은 “하반기 수출실적은 ‘외생 변수’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면서 “수출기업들은 각국의 경제적 상황 등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시의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양적완화 출구전략, 올해 말 시행되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달 말 이틀에 걸쳐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월 85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는 현행 3차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기준금리를 0내지 0.25%로 유지하는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노동시장이 지난 몇 개월간 개선 기미를 보였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상태”라며 “경제전망에 여전히 하방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올들어 경기가 다소 회복되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회복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도 “민간부문의 성장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섣부른 양적완화 축소는 금리 상승, 주택시장 회복 둔화, 소비 및 투자 위축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의 미국 경제상황을 놓고 볼때, 전문가들은 대체로 자산매입규모 축소 시기를 내년 초 이후로 내다보고 있다. 일례로, 최근 미국 프라이머리 딜러 15명 중 11명이 내년 초를 채권매입 축소 시기로 손꼽았다.
 
매입 축소 폭은 월 850억 달러에서 500~600억 달러 수준으로 우선 축소 후 3~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정책금리 인상시기와 관련, 연준위원 대다수가 2015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보다 지체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 월가의 국채 딜러들은 양적완화 축소의 조건으로 실업률 7%, 월 20만개 이상의 고용증가 4~6개월 지속 등을 보고 있으나, 실업률은 5월 현재 7.6%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한 국제금융 전문가는 “버냉키 연준 의장이 경기 상황에 따라 정책을 조정한다는 단서를 붙였듯이 경기 회복이 연준의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현 정책기조가 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유럽, ‘긴축서 성장으로’ 정책 전환

유럽지역은 ‘긴축에서 성장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유럽지역 국가들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총 2150억 유로의 재정적자를 축소시켜 왔다. 하지만 그 결과 재정 건전화 보다는 경기침체와 실업난 심화의 부작용이 더 크게 부각됐다.

지난 5월 EU집행위원회는 6개 회원국 재정적자 목표치 달성 시한을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책권고안을 발표했고, 6월 EU 정상회의에서는 청년실업 축소를 위한 EU 공동체 예산을 60억 유로에서 80억 유로로 확대했다. 경기침체 장기화 대응책으로 이같은 긴축완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으나, 경기 개선 여지는 낮아 보인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유럽 경기침체 지속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대EU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노믹스 효과 ‘단기’에 그칠 듯

아베노믹스의 경제효과는 더디기는 하나 하반기부터 효력을 발휘해 경제성장률을 끌어 올릴 것이란 관측이 다소 우세한 편이다.

산업연구원 등은 아베노믹스의 실물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고, 성공의 중요 변수인 기업설비투자가 지난 1분기 현재 5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로 경제 회복이 다소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는 엔/달러 환율 및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고,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으며 수출이 확대되는 등 실물부문에서 아베노믹스 효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반기에는 단기적 부양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일본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은 국채가격 하락과 장기금리 상승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일본 중앙은행은 장기금리를 낮게 유지할 목적으로 장기국채 매입을 확대했으나, 2개월 뒤에는 오히려 금리가 올랐다. 금융완화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과 명목금리 상승 등으로 파생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또한 국책가격 하락은 640조 엔 규모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막대한 자산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 GDP의 2배가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정부로서는 장기금리가 1% 상승할 경우 약 9.7조 엔(GDP의 2%)의 국채 이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금리 상승은 특히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회복 없이 물가만 상승시키는 ‘나쁜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소지까지 안고 있다.

●경기침체, 구조개혁에 발목 잡힌 중국경제

중국경제의 회복 여부도 하반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국경제는 선진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생산 및 투자 부진, 대내적으로 위안화 평가절상 및 인금인상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됐고, 반부패정책, 경제개혁 추구 등의 정책적 요인이 겹치면서 성장세가 위축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은 특히 투자 및 수출 주도에서 ‘소비’ 주도로 성장방식 전환을 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0년 10월 연말의 경기부양책 종료를 앞두고 소비주도 성장을 선언했으나, 아직까지는 효과가 미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지, 중산층 증가, 소비성향의 80년대생 부상 등에 힘입어 점진적인 성장방식 전환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적으나 우리나라의 대중수출이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이라며 “경제 구조개혁이 성공할 경우 한중간 격차가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일본, ‘경쟁력 우위’ 한국업계 추격

하반기 한국경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 일본 엔저, 중국 유동성 축소, 유럽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주춤하겠지만, 세계 경제 회복세 등에 힘입어 소폭 개선된 경기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이후에는 미국과 일본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리상승, 환율상승, 외자유출, 주가하락 등의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투자 위축과 대중 및 대EU 수출 차질 등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금융개혁과 경기회복 지연은 대중 수출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특히 내수용 중간재의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경기에 민감한 자동차, 자동차 부품, 철강판, 합성수지 등의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일본 엔저현상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일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피해가 발생할 개연성도 높다.

수출 경합도가 높은 철강, 자동차, 일반기계 등의 업종과 수출 비중이 높은 수산업, 관광업 등의 피해가 심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의 구조개혁, 일본의 엔저 지속 등으로 인해 경쟁력 격차가 빠르게 축소될 있다는 점에 있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 추격, 일본기업들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실적개선을 바탕으로 한 신성장 분야 집중 투자 등이 떠오르는 위협 요소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이 모두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향하는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자국내 생산 확대 및 에너지 해외의존도 축소, 중국은 소비중심 성장, 일본은 환율 및 산업정책 활용, 유럽은 산업경쟁력 재건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인적자본 투자 확대, 융복합산업 육성, 제조업과 서비스업간 생산성 불균형 해소 등을 통해 세계적 개혁 흐름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금융․외환시장 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FTA,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