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의료기기 시장은 국민소득에 비해 규모가 작아 국내 생산은 제한적이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그런가 하면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더해지면서 많은 병원과 관련 시설을 정부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약품과 의료기기 수입은 늘고 있는데 유럽연합(EU)산을 대체할 제품으로 한국산이 지목되고 있다. 중국산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 집약형 기기를 중심으로 수출을 추진한다면 이란 진출 전망은 매우 밝다는 게 테헤란 무역관의 판단이다.

●늘어나는 수입 기기 = 이란 정부는 의료시설 확대 및 서비스 현대화를 위해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공공과 민간부문 수요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의료기기의 88.1%는 수입하고 단순 기자재와 기초 소모품은 자체 생산한다. 수입액은 2009년 5억9170만 달러에서 계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3억1770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수입국은 독일·네덜란드·스위스 등 서유럽 국가들이며 한국산도 작년 기준 6위에 올랐다. 이란의 대미 관계 및 국내정세 경색 등이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지만 국내 생산의 제약 때문에 수입에 의존하는 경향은 지속되고 있다.

비즈니스 모니터 인터내셔널(BMI)에 따르면 이란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11년 12억5000만 달러에서 2016년에는 19억1000만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주요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유통은 현지 에이전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인근국을 통해 이뤄진다.

주목할 것은 이란 경제제재 여파로 대 유럽 송금이 어려워지면서 한국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원화 결제 시스템을 이용한 대금결제가 편리하기도 하지만 한국산의 품질이 서유럽산에 견줄 만큼 우수하기 때문이다.

●인내심 필요한 등록과정 = 이란 보건부에 의료기기를 등록하는 절차는 굉장히 관료적이고 힘든 과정이며 서류는 ①공인 수입 에이전트(지역 상공회의소 등록) ②에이전트 계약서 ③의료기기 등록 신청서(이란 보건부 양식) 등 3가지가 필요하다.

●방사능 이용 의료기기 수입 제한 =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진단 및 영상의학 분야는 방사능과 연관이 있어 수입에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 이에 따라 최신 기술을 이용한 고품질 기기는 인근국을 통한 수입산이 더욱 인기를 끌 전망이다. 1995년 미국이 자국 기업의 이란 교역을 금지하면서 모든 미국산의 수출이 막혔지만 2000년 미국 의회가 의약품 및 의료기기에 예외를 부여하면서 UAE 등의 제3국을 통한 재수출이 가능해졌다.

●의료기기 구매 절차 = 의료기기는 사람의 생명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란 정부는 수입과 유통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구매절차는 이란 보건부에 의해 통제되며 이란에 의료기기를 수출 유통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①이란 보건부 입찰 ②병원의 직접 구매 ③의료기기 수입업자를 통한 방식 등이다. 이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인증 획득이 요구되는데 미국식품의약국(FDA)와 CE마크가 가장 중요하다.

이란 바이어들은 외환부족으로 제품 구매 전 꼼꼼하게 살피고 많은 회사들은 네고를 위해 현지 딜러를 찾고 있다. 특히 미국 업체들은 에이전트를 통하거나 UAE 등의 제3국을 통한 거래를 선호한다. 현지 에이전트들은 모든 분야에서 미국, 영국, 스위스, 덴마크 등 선진국산을 판매한다.

이란 세관의 규정이 매년 최소 한 차례 이상 개정되고 있어 수출입 업체들은 이 사항을 확인한 후 수출을 추진해야 한다. 이 규정은 HS코드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란 법에 의거, 수출입 규정을 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