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부터 3박4일간 진행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서 양국간 통화스와프 규모 확대방안이 논의될 지 주목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 심화로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공조가 중요해진 만큼 통화스와프 규모 확대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韓中 통화스와프 얘기 꺼낼까

박 대통령은 방중 기간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를 포함한 교역·투자 확대방안과 금융 등 다각적 분야에서의 협력증진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금융안정망이 국가 간 통화스와프 계약이라는 점에서, 이날 한중 통화스와프 규모를 늘리자는 언급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중 양국은 현재 3600억 위원(한화 64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은 상태다. 앞서 한국은행과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011년 10월 1800억 위안 규모였던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을 2배로 확대하고, 기한도 당초 2012년 4월에서 2014년 10월25일로 연장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통화스와프 자금을 자국 기업의 무역결제에 활용하기로 합의하면서, 사실상 한중 통화스와프를 상설화했다.

그러나 선진국의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비하려면 한중 통화스와프의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미국 달러화에 편중된 결제통화의 다변화와 함께 환리스크 방지, 거래비용 절감, 교역 촉진 등 여러 편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회담에서 한중간 금융협력 강화를 위해 통화스와프 확대를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향후 5~10년 사이에 통화스와프 규모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장도 "역내 금융안정 안정을 위해 통화스와프 규모 확대를 통한 양국간 협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韓中 통화스와프 자금 무역결제 활용 '지지부진'

올해 초부터 실시된 한·중 통화스와프자금 무역결제 지원제도에 대한 반응은 시원찮다.

한은과 한중 통화스와프 자금대출 기본약정 체결을 맺은 12개 시중은행의 위안화 대출 실적은 7700만 위안에 그친다.

이중 외환은행의 'BOK위안화대출' 실적이 6100만 위안으로, 전체의 79.2%에 달한다. 나머지 20.8%(1600만 위안)도 우리은행 한 곳에서 취급됐을 뿐이다.

농협은행과 씨티은행도 각각 '한중 통화스와프를 통한 위안화대출'과 '씨티 위안화대출'이란 상품을 내놓긴 했지만, 단 한 건도 취급되지 않았다.

하나은행은 위안화대출 상품을 별도로 출시하지 않고 기존의 대출상품에서 위안화 결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취급실적은 '제로(0)'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중국과 거래하는 국내 수출업체가 달러 없이 원화로도 결제받을 수 있고, 위안화표시 기한부수출인 경우 자금을 조기 할인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역결제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데다 수출기업에 대한 위안화대출 홍보가 부족한 탓에 정작 상품 수요는 많지 않다.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다보니 은행권의 관심이 저조한 것도 주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산업·기업·스탠다드차타드(SC)·신한 등은 위안화 대출상품 조차 내놓지 않은 실정이다. 신한은행은 자의반 타의반 7월 출시를 목표로 위안화 대출상품을 준비 중에 있다.

SC은행 관계자는 "한중 통화스와프와 상관없이 홍콩SC에서 자체 파이낸싱을 하고 있어 굳이 (위안화 대출을 취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도 "현재 국내에서 위안화가 많이 유통되지 않고 있어 큰 매리트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은호성 한국은행 국제국 국제총괄팀장은 "아직까지는 달러 베이스가 강한데다 은행별 고객 수요 상황에 따라 실적 편차가 크지만, 한중 무역거래에서 자국통화로 무역결제하는 기업은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