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마지노선 101.1엔 - 수출시장 일본에 뺏겨
110엔까지 오르면 - 중소기업 수출 14.4% 감소

 
대한상의, 500개사 대상 실태조사 결과 발표


중소 수출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엔-달러 환율 마지노선이 이미 무너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전국 중소 수출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엔화약세에 따른 수출중소기업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엔-달러 환율 마지노선은 달러당 101.1엔으로 집계됐다.

지난 22일자 엔-달러 환율 102.5엔을 기준으로 벌써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엔저로 인한 수출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97.7엔), 석유화학(99.6엔), 자동차‧부품(99.7엔), 정보통신기기(100.3엔), 음식료‧생활용품(100.7엔), 섬유‧의류(100.9엔), 고무‧플라스틱(101.1엔), 가전(101.3엔) 등의 업종은 이미 환율 마지노선이 붕괴됐다.

철강(103엔), 기계‧정밀기기(103.2엔), 조선‧플랜트(103.5엔) 등의 업종도 마지노선 환율에 근접해 있어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엔화약세로 인한 수출피해는 ‘현재진행형’

중소 수출기업들은 이미 엔화약세로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천 소재 기계 제조업체인 A사는 원화강세와 엔저로 인해 최근 수출물량은 30~50%, 영업이익은 30~40%가 급감했다. A사는 매출의 70%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지만 엔저영향으로 최근 거래처를 일본 기업에 뺏기고 있는 실정이다.

A사 관계자는 “수출 감소분의 60~70%가 경쟁관계인 일본 기업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이며, 엔저 장기화로 인해 수출피해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술이나 품질이 아닌 환율문제로 기업이 가라앉고 있는 것 같다”며 하소연했다.

산업용 자동제어 기기를 일본 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B사는 엔화 약세로 매달 100~200만원의 환차손이 발생하고 있다. 우수한 품질로 인해 최근 주문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환차손 때문에 손실만 늘고 있는 실정이다.

B사 관계자는 “조만간 거래처인 일본기업과 단가 조정에 나설 계획이지만 녹록치 않은 실정”이라며 울상 지었다.

원화가치 상승과 엔화가치 하락이 겹치면서 세계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저하되어 수출시장을 일본기업에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수출마저 부진하여 중소기업의 체감경기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저’는 제1의 수출불안 요인

앞으로가 더 문제다. 엔-달러 환율이 110엔까지 올라가면 중소기업 수출은 14.4%가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음식료‧생활용품(-26.5%), 고무‧플라스틱(-20.5%), 반도체‧디스플레이(-20.0%) 등의 경우 수출이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철강‧금속(-18.6%), 조선‧플랜트(-13.6%), 자동차‧부품(-12.5%) 등의 업종도 10% 이상의 수출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정보통신기기도 수출감소율이 9.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반기 수출 불안 요인을 묻는 질문에 응답 중소기업들은 ‘엔저현상(32.8%)’을 첫 번 째로 꼽았다. 다음 불안요인으로 ‘미국경기 둔화(27.6%)’, ‘유가‧원자재가격 상승(25.9%)’, ‘유럽 재정위기(25.3%)’, ‘중국 경기둔화(19.3%)’ 등을 지목했다.

하반기 수출 전망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43.7%가 ‘전년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답했고, 26.3%가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했다.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30%였다. 지난해 하반기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3.1% 감소했었다.

엔화 약세 지속에 대응하기 위해서 중소기업들은 ‘수출시장 다변화(42.2%)’,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39.2%)’, ‘결제통화 변경(25.4%)’, ‘해외마케팅 강화(22.8%)’, ‘환헤지 등 재무적 대응(10.8%)’, ‘품질 및 디자인강화(9.5%)’ 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율안정은 최우선 정책과제

하반기 수출증대를 위한 정부 정책과제를 묻는 질문에 중소 수출기업들은 환율안정(59.7%)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수출마케팅 지원강화(33.2%), 수출금융 지원강화(28.5%), 해외영업 및 무역실무 교육지원 확대(18.6%), 기업경쟁력 강화지원 확대(18.0%), 대사관‧무역관 등을 통한 현지 정보 제공서비스 확대(15.0%), 보호무역주의 대응 강화(7.1%) 등의 순으로 정부의 정책 대응 필요성을 주문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 1본부장은 “아베노믹스로 촉발된 글로벌 환율전쟁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은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정부의 환율대책이 마련될 것을 고대하고 있다”며 “정부는 환율변동으로 인한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강도 높은 지원책을 마련하고, 기업경영에 부담이 되는 요인을 제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 수출기업들은 환율변동을 일시적 변수가 아닌 상수로 삼아 적극 대응하고, 원가절감 노력과 기술개발을 통한 비가격 경쟁력 향상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