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기계 등 영업 전망치 하회
中企, 원가절감 등 노력 기울여야 

“주식회사 일본이 한국의 비싼 대가를 딛고 원상 회복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달 28일 보도한 기사내용의 일부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같은 날 “일본의 도요타가 지난해 975만대의 자동차를 팔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1위를 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도요타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보다 23% 증가하면서 GM과 폭스바겐(VW)을 제쳤다. 일본 2위와 3위 자동차 업체인 닛산과 혼다의 지난해 판매 실적도 늘었다.

반면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대비 각각 7.3%, 3.9% 떨어졌다.

양국의 대표적 동종기업의 최근 실적이 엔저-원고현상에 따른 희비를 말해주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말까지만 해도 2조 3384억 원이었지만 1월 말 현재는 2조 745억 원에 그쳤다. 한 달 새 영업이익 전망치가 11% 가량 줄어든 것이다.

기아차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같은 기간 1조 1261억 원에서 1조 199억 원으로 9.4% 낮아졌다.

엔저-원고에 따른 한-일 기업 간의 희비는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 전자부품, 기계, 플라스틱 등 10대 수출 품목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동국제강(-97%), LG 디스플레이(-43.5%), 삼성정밀화학(-38.1%) 등에서 30%이상 격감했다.

하나금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일 양국의 10대 수출품목 중 전기전자, 기계류, 자동차, 선박, 플라스틱제품, 철강, 정밀기기, 유기화학품, 철강제품 등 9개 품목이 겹친다.

2000년 이후 수출 상위품목을 중심으로 한-일 양국간 경쟁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2000년 주요 50대 수출품목의 한-일간 중복 비중은 20%에 불과했지만 2002년 42%로 급증했고 2006년에는 50%까지 상승했다. 이후 2010년 48%로 다소 주춤했으나 작년부터 52%를 유지했다. 작년에 한국과 일본의 50대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중복되는 품목은 26개에 달했다.

전기전자, 자동차, 기계류는 양국의 수출 상위 1~3위 품목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 3개 업종이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 45.3%, 일본 56.1%이다. 이처럼 주력 50대 품목이 환율전장에서 격전을 치르고 있다.

문제는 한계점에 와있는 중소기업이다.

삼성경제연구소(SERI)에 따르면 원화가치 10% 상승시 영업이익률 하락은 대기업이 0.94%인데 비해 중소기업은 1.39%로 타격이 더 크다. 금융위기 이후 환율 민감도도 중소기업(0.087)이 대기업(0.040)의 2배 수준이다.

상공회의소 설문결과 중소기업 중 전체 1/4 가량이 환헤지 상품에 전혀 가입하고 않는 등 환변동에 대응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수출 기업의 수는 9만 2471개로 전년보다 7107개(0.7%↓) 줄었다. 수출기업 명단에서 사라진 대부분은 연간 수출규모가 100만 달러 미만의 중소기업들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글로벌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데다 환율마저 떨어져 영세수출기업들이 악전고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저 후폭풍은 서비스업도 마찬가지다.

관광업계 통계에 따르면 원고-엔저 현상의 가속화로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 수가 지난해 10월 이후 20% 가량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엔저 환율효과가 2분기(4~6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기업실적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유진 연구원은 “중소기업이 엔저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원가절감 노력은 물론 비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글로벌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생산 루트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