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200일 지나도 대금지급 감감
대기업, 기한내 미지급 “관행”핑계
유동성 약한기업 對英 수출 힘들듯
  
물건을 납품받은 대기업이 기한 내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중소기업을 파산에 이르게 하는 일이 영국에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작년 12월 마지막 주에 집계된 영국의 전자결제 대금지급 지연규모는 약 364억 파운드(62조 원)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영국 상공부의 기업거래 규제 대행기관인 ICM에 따르면 많은 중소기업이 납품 후 평균 180~200일이 지나고도 돈을 받지 못하고 계약상 명시된 지급일보다 평균 41일을 넘겼다.

이에 대해 영국 대기업들은 ‘대금지급 지연은 불가피한 관행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 2위의 이동통신사 O2는 12월부터 대금지급 기한을 기존 60~90일에서 180일까지 연장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공급사들의 항의와 언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O2 대변인은 “지급조건 변경은 금융위기 이후부터 있었던 일”이라며 “단지 관행을 따를 뿐”이라고 밝혔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세인즈버리도 10월부터 식품을 제외한 모든 제품의 공급사를 대상으로 대금지급 기한을 30일에서 75일로 연장하면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란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영국 중소기업들은 “돈 받는 데 반년이 걸린다는 것은 우리 보고 죽으라는 뜻”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 자영업자협회는 “대기업의 대금지급 지연은 윤리와 도덕적 관점을 떠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불공정 행위”라고 강력 비난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근 급증한 5인 이하 소기업 파산과 대금지급 연기와의 상관관계가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영국 허더즈필드 소재 중소기업 사장인 스티브 서덜랜드는 영국 2위의 건설업체와의 13년 관계를 끊고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공개항의를 시작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는데 공급사들의 이익단체인 NSCC는 연초 “스타브 서덜랜드의 용기 있는 결정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들을 규합해 대기업의 불공정 계약 내용을 대중에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 상공부인 BIS의 마이클 팰런 장관은 연초 영국 증시 상위 350대 기업에게 신속지급협약에 모두 서명하라고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54개 사만 이에 응한 상태다.

이에 대해 런던 무역관은 “자금력이 약한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최장 200일에 가까운 대금지급 지연은 현금흐름에 치명적이므로 영국 바이어와의 거래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현금을 비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런던 무역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