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섬나라’ 헝가리만의 비즈니스 비밀-
과거 사회주의 연상 언행 절대 금물
맥주잔 부딪치지 말고 첫잔은 ‘원샷’
여성비하 ‘큰코’…칭찬해주면 좋아해

헝가리는 유럽대륙의 중앙에 위치하지만 ‘유럽의 섬나라’로 불릴 정도로 다른 유럽국과는 상이한 역사와 문화를 가졌다. 헝가리 민족은 우랄산맥 볼가강 유역의 아시아계 유목민족에서 기원해 현지어로 ‘마자르족’으로 불리며 언어도 1000만 헝가리인들만 사용한다. 따라서 헝가리 기업과 거래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공통적인 유의사항 이외에 헝가리에서만 지켜야 할 독자적인 금기사항도 많다. 이 내용을 부다페스트 무역관을 통해 알아봤다.
 
□ 써서는 안 될 말, ‘헝그리(hungry)’=비즈니스가 아니라 헝가리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이 바로 ‘헝그리’다. 실수나 무의식적으로 이 말을 했다면 상황과 이유를 불문하고 조용하고 신속하게 그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이다. 이유는 물론 ‘헝그리(가난, 배고픔)’가 ‘헝가리’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누군가 한국인인 우리에게 ‘조센징’이라고 했다면 한대 패주고 싶은 마음과 같은 이치다.

□ ‘사회주의’를 논하지 말라=사회주의를 연상하는 붉은색과 망치에 관한 어떠한 언급 역시 금기다. 이 나라의 사회주의에 대한 불신은 1956년 민주화 항쟁으로 일찌감치 나타났다. 이후 헝가리는 1989년 동유럽 최초로 한국과 수교를 맺었고 자유시장 경제로 체제를 전환했다.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각종 동상과 상징물도 철거돼 현재 남부 부다페스트 동상공원에 집중 전시하고 있다.
지금도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도로나 광장을 헝가리 식으로 바꾸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강남역과 같은 교통요지에 만남의 장소로 인기가 높은 ‘모스크바 광장’은 체재 전환 후 ‘셀 칼만 광장’으로 바뀌었는데 셀 칼만은 19세기 헝가리의 유명한 정치인이다.

□ 여성을 비하하지 말라=여성의 발언권이 큰 헝가리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은 무조건 삼간다.
헝가리는 896년 건국 이래 말을 타고 멀리 스페인까지 넘나든 기마민족의 기질을 갖고 있으며 이런 특성상 여성의 사회적 발언권이 강하다. 대부분의 공문서와 법률서류에 서명자의 어머니 이름이 기재된다. 따라서 여성 비하 발언이나 성적인 언급을 하면 비즈니스는 끝장난 것으로 보면 된다.

□ 맥주잔을 부딪치지 말라=이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에 대항해 독립을 시도한 독립혁명(1848~1849) 당시 헝가리 독립운동가를 처형한 합스부르크 군대가 맥주잔을 부딪치며 건배했다는 역사적 배경에서 유래된 금기다. 지금도 공공장소에서 잔을 부딪치면 눈총을 받는다.
□ 첫잔은 원샷!=헝가리 사람들은 유럽에서도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민족이다. 일반 가정이나 비즈니스 만찬에 초대됐을 때 일반적으로 주인이 손님에게 헝가리 독주인 ‘빨린꺼’를 원샷으로 권하는데 이를 수용하는 순간 주인-손님 관계는 급속도로 좋아진다.

빨린꺼는 알코올 도수 40도의 독주로 살구, 자두 등 각종 과일로 만든다. 루마니아 트라실바니아 지역에서는 도수가 60~70도까지 올라간다. 헝가리는 빨린꺼 외에도 전국 22개 지역에서 적포도주와 백포도주를 생산하고 있고 역시 40도에 달하는 약초주인 ‘유니쿰’도 인기다. 특히 헝가리 토까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백포도주인 ‘토까이’는 루이 15세가 “왕의 와인, 와인의 왕”이라고 했을 정도로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

□ 칭찬하고 또 칭찬하라=헝가리 사람들은 교육열이 높고 머리가 뛰어난 민족으로 손꼽히며 특히 기초과학 분야에서 강세를 보여왔다. ‘우수한 헝가리인’으로 역대 노벨상 수상자 19명 중 12명이 기초과학 분야에서 배출됐다. 따라서 헝가리가 자랑하는 과학자, 음악가, 문학가 등이나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상담을 전후해 1~2명 언급하면 효과 만점이다.

□ 양털돼지를 말하고 먹어라=농축산 국가인 헝가리에서 특이한 모양의 ‘망갈리짜’라는 돼지는 곧 헝가리인의 자부심이다. 상담 시 망갈리짜를 언급하거나 상담이 잘 돼 비즈니스 만찬을 할 때 이 고기를 주문하면 좋다. 다만 망갈리자는 헝가리에서도 매우 귀한 음식으로 통상 5성급 호텔이나 고급 식당에서 주문할 수 있다. 주로 기름이 없는 스테이크 형태로 제공된다.

<부다페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