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준비로 위험 최소화…제도와 법규 파악, 비장의 무기 필요 -
  
인도는 세계은행의 노동환경 조사 보고서의 ‘계약 이행의 어려움’ 항목에서 483개국 중 482위를 차지할 정도로 계약 체결이 어려운 나라이며 이는 인도에 진출하려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은 일이다. 성공 케이스는 마르티 스즈키사가 유일할 정도이며 합작투자는 파트너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있을 경우에만 고려해야 할 정도다. 인도인들은 합작투자를 흔히 결혼에 비유하지만 여러 면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고 훨씬 어렵다고 보면 된다. 설령 상호 지향하는 바가 같더라도 2인 3각 경기와 비슷해 효율이 현저히 떨어지는데 인도에서의 성공적인 합작투자와 유의사항 등을 뉴델리 무역관이 알려왔다.
 
□ 합작투자 환경과 입장의 변화=인도는 과거 ‘인·허가 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외국인 투자를 엄격히 제한했기 때문에 외국기업들은 합작이 불가피했다. 이 과정에서 인도 기업은 합작 시 얻을 수 있는 자본, 기술, 브랜드의 이점을 필요로 했으나 이제는 경제발전과 주식시장의 발달에 따라 자금 동원, 시장 개척, 기술 소싱 등의 능력이 향상됐으며 따라서 외국 파트너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외국 기업 역시 관료와 정치인에 대한 로비와 이를 통한 독과점적인 인·허가권을 따내기 위해 인도 파트너를 물색하던 입장에서 투자 여건 완화로 합작관계를 청산하고 단독투자로 전환하는 추세다.

□ 합작투자 시 유의사항=일단 합작 파트너 선정 시 파트너의 인격과 신뢰도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신뢰도 검증 방법에는 왕도가 없으며 신중한 선택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알아봐야 하며 너무 버거운 상대와의 합작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합작을 하더라도 경영권을 가지려면 반드시 절대다수 지분(76%)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좋으며 최근에는 더욱 확실한 장악을 위해 90%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이사회 구성이나 사장 선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대주주 자격으로 참여 시 사장 자리는 절대 고수해야 한다. 교대로 사장을 맡자는 제안은 거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합작관계 청산에 대비해 NOC(Non Objection Certificate) 문서를 갖추는 것은 필수다. 외국 기업이 합작관계를 청산하고 합작사와 동일한 사업 영역에서 단독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인도 파트너로부터 일종의 공증문서인 NOC를 받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NOC에는 협의 내지 합의 내용을 기술하며 당사자 간의 서명 후 공증을 받으면 구속력을 갖게 된다.

합작투자의 안전장치인 절차정지 신청권(Caveat)도 알아두어야 한다. 합작투자 청산에서 외국 기업과 인도 기업의 의견이 다를 경우 인도 기업은 사법부에 현상유지 명령(Stay Order)을 제출해 방해할 수 있다. 이때 피당사자에 대한 통보 없이 현상유지 명령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외국 기업은 앉아서 당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절차정지 신청권을 미리 획득하고 청산을 진행한다면 인도 기업이 현상유지 명령을 신청해도 사법부는 타당성 여부를 판단해 신청을 철회할 수 있다. 이때 인도 기업과의 사업 진행 시 주고받은 이메일, 서류 등 모든 증빙 서류를 갖추어야만 절차정지 신청권 획득이 가능하다. 절차정지 신청권 자체는 다른 특별한 효력은 없으나 이를 제시함으로써 인도 기업에게 현지법에 관해 잘 알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합작 파트너를 꼼짝 못하게 만들 수 있는 비장의 무기를 갖고 유리한 입장에서 합작에 임하는 것은 기본이다. 원천 기술의 독자적, 배타적 확보, 원·부자재 또는 공급선 등에 대한 배타적 통제력 등을 보유해야 한다.

□ 주요 합작 사례=일본 스즈키와 인도 마르티는 1983년 합작해 인도 제1의 자동차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장기투자 합의와 합작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주요 성공요소로 꼽히며 적극적인 품질 개발 투자와 생산비용 절감 등에 힘쓴 결과 인도 자동차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 다농은 인도 와디아 그룹과 합작해 쿠키업체 브리타니아를 설립했으나 오랜 법정 공방 끝에 2008년 결별했다. 2006년 다농은 와디아 그룹과의 합작관계를 접고 쿠키, 유제품, 생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단독법인 설립을 시도했으나 와디아 측이 소송을 제기해 결국 자사 지분을 와디아에 매각하는 선에서 매듭을 지었다.

한국의 전자제품 기업들도 1995~1996년 현지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인도에 진출했으나 현재 모두 단독 법인으로 돌아섰으며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 중이다.

□ 시사점과 전망=인도 시장의 투자 환경이 외국 기업에게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으므로 합작은 차선책으로 두고 진출을 시도해야 한다. 합작이 불가피할 경우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합작투자를 위해 인도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 합작을 하는 것이므로 최악의 경우 합작을 포기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도 국내법과 투자 환경이 아직도 자국 기업 중심인 점을 감안해 신중을 기하며 경영권과 관련된 제도와 법규 등을 현지인만큼 파악해야 한다. 계약 관계를 명확하고 세세하게 문서화하며 변호사 입회 하에 계약을 체결하고 배서를 받아두는 것은 기본에 속한다. 계약 체결 후 계약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투자제한 분야의 경우 필히 계약서에 결별 관련 조항을 상세하게 명시해야 한다. 통신(49% 한도), 은행(49%), 보험(26%), 공공기반시설 서비스(49%) 등 여전히 외국인 투자가 제한된 영역에서는 투자지분 제한과 관련 법규 등을 잘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