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부 유럽의 체코와 북미의 끝자락에 붙어 있는 멕시코는 우리에게 애매한(?) 시장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경제성장이 견고한 가운데 한국 상품이 의외로 맣이 유통되고 있으며, 시장확대 가능성도 높다. 두 나라 진출을 위해 알아두면 좋을 현지 문화의 특징과 비즈니스 에티켓을 프라하, 멕시코시티 두 무역관의 도움을 받아 알아봤다.
 
<체코의 비즈니스 에티켓, 이것만은 지켜라!>

- 체코, 비유럽국가와의 무역량 증가세
- 미팅 약속시간, 체코어 존칭 등 유의해야
 
□ 중동부 유럽 고유의 문화=중동부 유럽은 서유럽의 라틴 기독교 문명과 러시아의 동방정교 문화, 그리고 일부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에 어느 하나에 속하지 못하고 혼재된 문화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서유럽적인 측면과 동유럽적인 측면이 모두 있고, 이에 기독교 문화와 공산주의의 잔재가 남아있다.

일단 공산정권의 영향으로 모든 사람이 평등에 기반을 둔 사고방식이 강하다. 공산정권 붕괴 후 빠르게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도입했지만, 평등은 여전히 중요한 원칙이다. 특히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얻으면 자신도 얻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무언가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하향 평등주의의 특성이 존재한다. 불평등의 인정은 부모나 노인과 같이 높은 사람에 대한 효와 존경으로 이루어질 뿐이다.

그런가 하면 중동부 유럽은 1989년까지 공산정권의 철저한 집단주의 생활방식을 강요받아왔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개별집단을 분리시켜 서로서로 견제하는 원자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동부 유럽인들은 자신과 가족의 안녕을 가장 중요시한다.

□ 한국과 다른 생활문화=한국에서는 콧물이 날 경우 화장실에 가서 코를 푸는 것이 예의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휴지로 닦아낸다. 하지만 체코에서는 코를 훌쩍대는 것이 더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코를 푼다고 해서 전혀 당황할 필요가 없다.

또 ‘빨리빨리’를 외치며 빠른 일처리를 원하는 한국인들과 달리 체코는 공산주의를 오랜 기간 겪다 보니 일이 잘못되더라도 개인적 책임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아왔다. 하지만 자본주의로 바뀌면서 개인적 책임감이 생겨 체코인들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됐고, 모든 것은 단계별로 여유롭게 진행된다.

□ 체코의 비즈니스 에티켓=일반적으로 중부 유럽 사람들은 정시성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체코에서는 15분 정도 늦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비즈니스 관계에서 정시성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늦을 경우 사전에 전화나 메시지를 통해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약속은 사전에 하는 것이 좋으며, 하루 전에 확인한다. 체코인들은 출퇴근 시간이 이르기 때문에 약속시간은 오전 9시에서 12시, 오후 1시에서 3시가 가장 좋다. 체코의 휴가는 1년에 4주인데, 대부분 여름휴가가 7~8월 중순 사이에 집중되기 때문에 이 기간 중 약속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악수를 할 때는 길지 않게, 그리고 상대방의 눈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악수할 때 손을 다소 세게 잡는 경향이 있다. 호칭은 성 앞에 ‘Mr.’ 또는 ‘Ms.’를 붙여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로 사용하는 인사말에는 ‘도브리-덴(안녕하세요?)’, ‘나스-흘레다-노우(안녕히 계세요)’, ‘아-호이(안녕)’, ‘ 챠우(안녕)’ 등이 있다. ‘아호이’, ‘차우’와 같은 인사말은 친분이 있는 사이에 쓰이는 것으로, 공식석상 혹은 비즈니스 만남에서는 ‘도브리덴’과 ‘나스흘레다노우’를 쓴다.

체코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존칭어가 존재하며 공식과 비공식의 구분이 철저한 편이다. 영어와 달리 ‘당신’의 구분이 명확하고 단어 자체에 존칭어가 있으며, 뒤에 이어지는 동사의 형태 또한 달라지기 때문에 간단한 체코어를 구사할 때에도 정확히 해야 한다.

또한 체코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자국에 대해 자존감이 높다. 따라서 가끔 영어구사가 불가능한 기업이 있는데, 이때는 반드시 이메일이나 팩스 같은 문서를 통해 연락해야 하며, 때때로 통역이 필요할 수 있다.

체코 업체들은 생소한 외국 업체와 처음 접촉할 때 잦은 교신보다는 한꺼번에 모든 자료를 일괄적으로 받아 보는 것을 선호한다. 거래희망 서신, 회사 소개서, 제품 카탈로그, 샘플, 가격표 등 거래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처음에 종합적으로 송부한다면 체코 업체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과거 일부 한국 기업이 현지 노동자들에게 아침체조를 시켜 문제가 됐던 적이 있다. 우리 기업의 입장에서는 아침체조 이후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사고율을 줄이려는 의도였지만, 현지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협의 없이 상부의 강압적인 명령으로 비쳐져 반발을 샀다. 공산주의의 영향으로 체코에서는 상명하복의 한국 문화가 통하지 않는다.

체코인들은 보통 낯선 사람에 대한 접촉을 꺼려 집단 안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공산정권의 영향으로, 절대 타인이 싫거나 무시해서 나타나는 행동이 아니므로 불친절하다고 언짢아 할 필요는 없다.

한국에서는 보통 접대 때 금요일 저녁 술자리를 갖는다. 하지만 체코인들은 무엇보다 자신과 가족의 안녕과 여가를 중요하게 생각해 매주 금요일 오후면 각자의 별장에 가족단위로 휴가를 간다. 따라서 체코인과 미팅을 잡고 싶다면 금요일 저녁은 피해야 한다.

체코의 경우 한국으로부터 수입 시 주로 함부르크 항구를 이용하므로 가격을 제시할 때 ‘FOB 한국(부산)’보다는 ‘CIF 함부르크’로 하는 편이 바이어의 신속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 체코 바이어들은 첫 거래 시 가격 오퍼를 받았을 때 본인이 기대했던 수준보다 높으면 재협상을 요구하기보다 바로 상담진행을 중단하는 경향이 있다. 수출가격 및 최소 주문량은 바이어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이므로 최대한 낮춰 실제로 받을 가격을 처음부터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코 바이어들은 아직도 자본이 모자라 한국으로부터의 직접 수입보다 인근국 대형 바이어로부터 소량씩 공급받는 간접수입 방식을 선호한다. 따라서 외상거래가 일반화돼 있으므로 바이어의 신용상태를 사전에 파악하고 수출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체코인들이 낯선 사람들을 꺼리는 이유는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함을 교환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체코인들은 막상 친해지면 누구보다도 다정다감한 사람으로 변한다.

또한 체코인들은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경향 때문에 모든 일처리가 늦다. 따라서 비즈니스 협상과 거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사전단계가 필요하고, 개인적인 친분관계도 중요하다. 친분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사업을 하는 가장 중요한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체코인들은 의심이 많은 성격이므로 돈을 지불하고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까지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구두계약으로 모든 것이 완료됐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
 
<멕시코 비즈니스, 이걸 알아야 한다>
 
- 한국식 강요보다는 이해와 인내심 필요
- 제품 진출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
 
□ 멕시코인들은 누구인가=멕시코인들은 춤이 일상생활화 돼 있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가 모이면 춤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친구와 가족들과 함께 파티를 자주 가지며, 금요일 오후부터는 주말로 생각한다. 직장에서의 관계보다 가족관계를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주말에는 항상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스페인어로 ‘아미고’는 ‘친구’라는 뜻으로, ‘멕시코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먼저 친구가 되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로 바이와의 친분은 사업상의 중요 요소다.

□ 멕시코만의 독특한 문화=스페인어로 ‘Mana?a’는 ‘내일’이라는 뜻이지만, 멕시코에서 종종 이야기하는 ‘Mana?a’는 ‘지금은 안 되니까 다음에 보자’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당장 내일이 아니라 내일, 모레, 혹은 한달 후가 될 수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멕시코인들이 자주 쓰는 ‘Ahorita’는 ‘금방’, ‘지금 당장’이라는 뜻이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즉 이 말은 상황에 따라서는 ‘Mana?a’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멕시코인 바이어들은 미팅을 비롯한 시간약속을 지키지 못해도 일단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므로 이들과 시간약속을 할 경우 확실한 다짐을 받아야 하며, 예상보다 여유를 가져야 한다.

비즈니스 협상 때 멕시코 인들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 싫어하며, 종종 말을 바꾸기도 한다.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시해 상관이 시시비비를 가려 책망을 하면 예의를 갖추고 감사하게 듣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거나 욕 하면서 물건을 집어던지는 것은 용납하지 않고 나중에 인격모독 등으로 고소를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서류는 반드시 문서로 기록을 남기고, 필요하다면 복사본을 꼭 만들어두어야 한다.

멕시코는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한다.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중요 사업 관련 문서의 대부분은 반드시 스페인어로 작성해야 하며, 원만한 노무관리를 위해서도 스페인어 구사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스페인어 가능 인력을 대동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유명 레스토랑, 전문직 종사자는 영어를 능숙하기 사용하며, 영어를 조금 익힌 사람들은 영어를 사용하고 싶어하므로 그런 사람들에게는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멕시코 공무원들의 일처리는 관료주의와 부패문화 때문에 비생산적인 면이 많다. 관공서 등의 업무처리는 매우 느려 시간낭비가 발생하며, 업무 전산화 미비로 단순 행정업무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 업무처리 시 규정에 의한 처리보다 담당자 임의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도 빈번하고, 똑같은 업무 처리에도 담당자에 따라 필요한 서류가 달라지기도 한다.

멕시코는 치안불안으로 국제사회에서 이미지가 크게 나빠졌으며, 여러 산업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치안 불안은 2007년 펠리페 칼데론 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마약조직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대규모의 군경을 투입했으나, 이 과정에서 해마다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 시장 진출시 유의점=멕시코 대형 유통체인에서 대부분의 수입상품은 미국과 중국산이다. 한국산 제품으로는 삼성, LG, 대우 등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 제품뿐이다.

멕시코는 한국처럼 의사 결정이 신속하지 않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제품의 경우 구매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므로 끈기를 가지고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의 중요하다. 시장진출을 위해 관련 전시회에 참가해 제품을 알리거나 관련 산업 잡지에 광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멕시코는 빈부 격차로 저가 시장과 고가 시장으로 양극화돼 있다. 저소득층 중심의 저가 시장은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지 바이어 또한 협상 때 가장 무게를 두는 것은 가격이며, 품질이 뛰어나다 해도 가격이 적당하지 않으면 거래를 성사시키기가 힘든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