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FTA…무관세 수출 가능
 안전-환경-위생-윤리경영 엄격
‘영어’론 한계 언어문제도 극복해야

스위스는 자유경제를 표방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선진국 중에서도 수입 관세율이 매우 낮으며, 그나마 종량세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 의미는 크지 않다. 더욱이 우리나라와는 2006년 9월 이후 자유무역협정이 발효 중이어서 공산품 등 대부분 품목의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우리 기업의 스위스 수출이나 진출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인력이동, 안전, 환경, 위생규격, 윤리경영, 언어 등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취리히 무역관과 함께 스위스의 비관세 장벽을 짚어봤다.
□ 한국인 채용의 어려움=스위스는 기업 조세가 낮고 유럽의 중앙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으나, 인구가 780만 명으로 내수시장이 작다 보니 한국 본사와 유럽 시장의 의사소통을 돕는 세일즈, 애프터서비스(AS) 지사, 유럽 재무지사로서 의미가 크다. 실제 자동차부품을 취급하는 C사, 화학제품 업체인 L사는 스위스를 거점으로 유럽 내 광역 세일즈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본사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현지에서 한국인을 채용하려고 해도 비자를 취득하기가 매우 어렵다. 1차적으로 스위스인, 2차적으로 유럽연합(EU) 시민 중 적합한 인력을 찾지 못했다는 것을 증빙하고, 고학력에 고임금을 지불할 때만 선택적으로 한국인 채용이 가능하다. 스위스인은 물론 EU 27개 국 중 적합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으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만 달러대인 스위스에서 월 급여가 통상 1만 스위스프랑(한화 1000만 원 이상) 이상이어야 하다 보니 우리 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건축자재 관련 규범=스위스는 국토 면적이나 인구에 비해 건설업이 매우 활성화된 나라다. 따라서 건축자재 수요가 꾸준하지만, 스위스 건축자재협회(SIA)의 규격준수 라벨 취득이 사실상 의무화돼 있어 외국업체의 진출이 무척 어렵다.
일단 SIA 사이트를 들어가면, 독일어와 프랑스어로만 돼 있어 영어만 알아서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더욱이 해당 건축자재에 적용되는 규범을 파악하기 위해 SIA에 전화할 경우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담당자와 전화 등으로 연결돼도 관련 규범자료가 대부분 독일어, 프랑스어로만 돼 있어 내용파악이 쉽지 않다.
□ 생활 소비제품의 윤리경영=아이디어가 가미된 생활 소비재나 전통차 등 순수 한국산 유기농 제품은 스위스에서 충분히 먹힐 수 있다. 그런데 현지 대형 유통업체들은 윤리경영 준수를 납품의 선조건으로 제시하곤 한다. 즉, 노동시간이 제대로 준수됐는지, 아동노동 착취가 없는지, 인건비는 제대로 지불됐는지, 적합한 노동여건에서 제품이 생산됐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한 예로, 국내 D업체는 상담 시 바이어에게 윤리경영을 준수해 제품이 생산됐는가 하는 문의를 받았다. 이 업체는 이미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문의를 받은 적이 있어 상담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으나, 사전준비가 없는 업체라면 윤리경영 준수와 관련된 자료를 만들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 세계 최고의 기술잣대=스위스는 기술적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도달한 기술수준으로 시장을 규정, 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포장기계의 경우 포장기계뿐만 아니라 포장재질 자체가 리사이클링될 수 있는 기계가 아니면 시장진입이 원천 차단돼 있다. 또 산화철 안료 등은 유럽 전역에 걸쳐 적용되는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 준수뿐만 아니라 국내와 달리 액체가 대세로 가루 제품을 찾는 바이어는 전혀 없다.
□ 제품 해석의 차이=국내에서 건강식으로 자리 잡은 홍삼 등은 스위스에서는 식품 완제품으로 해석돼 유통이 불가능하다. 인삼과 인삼류 가공식품을 의약제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제품을 아시아숍 등에서 불법으로 유통하다 발각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 엄격한 도로교통 관련 법규=스위스는 시내는 물론 산악지대에서도 자전거를 많이 탄다. 이에 따라 일반 자전거는 물론 전기자전거 등의 수요도 크지만, 스위스 도로교통청(Astra)의 안전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 3개 공용어로 된 사용설명서=스위스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가 공식 언어다. 따라서 소비자 가전, IT 제품 등의 사용설명서가 이들 3개 국어로 돼 있어야 한다. 설명서를 3개 언어로 제작할 경우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벨기에 일부, 이탈리아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스위스에서부터 유럽 시장 진입을 시도하려는 업체에게는 부담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