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무색 즉석식 ‘RTD’등 가파른 성장
제휴 파트너 바꿔가며 고급화바람 경쟁
‘블루보틀’‘그럼피’등 벤치마킹 해 볼만
  
올해 들어 커피 원료인 원두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세계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커피 수요가 늘고 투기성 자본까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중 커피 선물가격은 14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른 뒤 하반기 들어 점차 안정되고 있으나 당분간 높은 가격이 유지될 전망이다.
현재 커피 시장은 신흥시장 위주로 성장 중이다. 세계 커피 소비량은 지난 10년간 2.5% 늘어났다. 전통적인 커피 수입국은 캐나다와 영국을 제외하면 1%대의 성장률을 보였을 뿐 신흥국가들이 시장을 견인했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커피 생산국의 소비도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세계 최대의 커피 시장이다. 지난해 13억㎏의 커피를 소비했다. 시장이 성숙기이지만 비슷한 처지인 서유럽에 비해서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미국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4.1㎏으로 세계 18위인데, 이는 곧 아직도 미국 시장이 가능성이 있다는 반증이다. 미국의 커피 시장 현황과 진출 성공사례 등을 마이애미 무역관 도움으로 알아봤다.
□ 커피 마시는 미국인=미국커피협회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소비가 경직됐던 작년에도 미국인들은 밖에서 즐기던 커피를 집에서 마시는 방식으로 대체했을 뿐 소비량에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협회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18~24세의 설문 응답자 중 40%가 ‘매일 커피를 마신다’고 해 그 비중이 전년 대비 9% 증가했다. 25~39세도 54%가 동일하게 대답했고, 증가율도 10%나 됐다. 커피를 마시는 장소로는 86%가 가정을 꼽았고, 외부는 24%에 그쳤다.

최근에는 커피 한 잔 분량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싱글 서브 커피머신이 각광받고 있다. 캡슐커피 등으로 한국에도 등장한 커피머신은 유럽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에서도 인기다. 2007년 26%였던 선호도가 올해는 45%까지 올라갔다. 또 35%는 최근 6개월 동안 싱글 서브 커피머신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 미국 시장의 대표주자=도소매 업계에서 커피는 크게 분말과 같은 고체 형태와 바로 먹을 수 있는 음료 형태의 RTD(Ready-to-Drink)로 구분된다. 분쇄커피 등 고체형태가 일반적이지만, RTD 커피가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 미국 유통업계에서 일반 커피시장 규모는 84억 달러였고, RTD는 13억 달러였다.
일반 커피 시장의 강자는 2008년 프록터앤갬블(P&G) 그룹으로부터 30억 달러에 폴저스 커피 부문을 인수한 JM 스머커즈다. 14.5%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브랜드별로는 JM 스머커즈의 폴저스(13.1%), 스타벅스(9.6%), 크래프트 푸즈의 맥스웰 하우스(7.9%) 순이다.

RTD 시장에서는 단연 스타벅스가 앞서가고 있다. 스타벅스의 프라푸치노(66.1%)와 더블샷(16.7%), 한센 내추럴의 자바 몬스터(10.9%) 순이다.
□ 급성장하는 커피 전문점=마케팅 조사기관인 민텔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내 커피 전문점 수는 70% 늘어나 2만1400여 개로 집계됐다. 스타벅스의 미국 매장 수가 1만 개를 넘어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후발주자들은 차별화를 내세워 커피 시장에 꾸준히 진출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점유율이 점차 감소하는 가운데 시장규모가 커지고 틈새시장도 많아 신생업체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 블루 보틀 커피가 대표적이다.
블루 보틀 커피는 원두 공급지에 대한 철저한 관리 및 직접 로스팅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점포에서는 로스팅 후 4일 이내 사용으로 신선도를 최상위로 유지하고 있다. 고객이 커피를 받기까지 5분 정도 걸리지만, 맛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2만 달러가 넘는 할로겐 사이폰 기기를 일본에서 수입해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맛과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카페 그럼피는 중남미 농장에서 원두를 직접 조달하고 있으며, 인텔리젠챠 커피 앤 티는 커피농장을 매월 방문, 품질을 관리한다. 조 더 아트 오브 커피의 경우 바리스타별 이력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사소한 이야기의 블로그를 운영, 친근감을 높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 클래치 커피는 미국 내 다양한 수상내역을 홍보하고 있으며, 스텀타운 커피 로스터즈는 커피농장 농부, 커피 열매 등 관련 비디오와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싱크 커피는 공정무역 커피 활용을 홍보하는 한편, 샌드위치 등 다른 메뉴도 개발하고 있다.
□ 미국 커피시장 공략법=먼저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벅스가 2009년 9월 출시한 VIA 브랜드는 인스턴트 커피임에도 고급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해 동종 제품군에서 고급화를 추구했다. 일부의 브랜드 가치 하락 우려에도 불구, 경기침체로 소비성향이 바뀐 미국인들의 입맛을 확보했다. 작년과 올해 들어 새로운 VIA 제품을 계속 선보이며 지속적으로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맥도널드는 미국 이외 지역에서 점포 형태로 운영했던 맥카페를 2009년 5월 미국에서도 신메뉴 형태로 도입, 고급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출시했다. 자사 아침메뉴와 연계시키고 스무디 등으로 라인을 확장하면서 빠른 속도로 수요가 증가, 2분기 중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9%나 늘었다.
JM 스머커즈는 히스패닉 시장을 노리고 있다. 미국 내 히스패닉계는 오래 전 제1의 소수민족이 됐고, 인구 증가가 가장 빠르며, 2050년까지 미국 전체 인구의 1/4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머커즈는 이에 따라 지난 5월 플로리다주의 롤랜드 커피 로스터즈로부터 카페 부스텔로, 카페 필론 등의 브랜드를 인수했다. 롤랜드는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을 피해 플로리다에 정착한 기업으로, 히스패닉계의 충성도 및 인지도가 높다.

시장이 바뀌면 파트너도 바뀐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스타벅스는 올해 3월 12년간 라이선싱 협약관계에 있던 크래프트와 결별했다. 가정용 커피 시장에 부는 고급화 바람을 커피머신으로 선점하기 위해서다. 스타벅스는 대신 미국 내 이 분야 선두주자인 그린 마운틴 커피 로스터(GMCR)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네스프레소 등 유럽 업체들이 미국을 적극 공략하는 상황에서 스타벅스 역시 신속한 시장장악에 나선 것이다.
한편 스타벅스는 자사 소유 브랜드인 시애틀즈 베스트 커피를 대표 패스트푸드 업체인 버거킹, 서브웨이와 라이선싱 계약으로 연결시켰다. 이는 맥도널드의 맥카페와 던킨도너츠의 커피 사업 성공과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