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10년 시장 2배, 세계4위 규모
‘인구 9400만명-과소비’ 성향 호재
12억달러 창출…한국기업 주목해야

  
성장가도를 달리는 프랜차이즈 산업을 세계에 알리고 관심 있는 기업인 간 사업기회 창출을 위해 마련된 프랜차이즈 전시회(Franchise Asia 2011 International Expo)가 지난달 SMX 컨벤션센터에서 성황을 이루면서 필리핀의 프랜차이즈 산업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의 프랜차이즈 허브’로 불리며 세계 4위 규모를 자랑하는 필리핀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투자 및 관광국가로서의 위상을 부각시켜 향후 3년간 500억 페소, 12억 달러의 사업기회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 전시회 개최를 계기로 본 필리핀 프랜차이즈 산업의 오늘과 내일을 마닐라 무역관이 알려왔다.
 
□ 폭발적인 성장세=필리핀 프랜차이즈 시장은 최근 10년간 소비 활성화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해왔으며, 우리 기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1980년 초 20여 외국기업이 전부였던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후 매년 30~40%씩 늘어나 1995년 필리핀프랜차이즈협회(PFA) 발족으로 귀결됐다.

회원업체는 1999년 508개(외국기업 306개)로 늘었으며, 작년 말 현재 1093개사, 12만4000개 가맹점에 달한다. 이 중 외국기업과 필리핀 기업은 각각 372개와 721개로 비중은 34%대66%다. 시장규모는 94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5%를 차지하며, 필리핀 전체 소매판매의 29%, 고용인구 100만여 명을 자랑한다. 1999~2010년 중 외국기업은 21.5% 늘어난 반면 현지기업은 무려 256.9%나 증가했다.

필리핀 프랜차이즈 산업은 크게 식품(42%), 서비스(24%), 소매(34%)로 구성돼 있는데, 서비스 산업의 성장으로 과거 60%까지 늘었던 식품의 비율이 많이 줄어들었다. 식품 및 서비스에서 현지 업체의 점유율이 외국기업보다 월등히 높은 반면, 소매분야에서는 아직도 외국기업이 대세다.
 
□ 프랜차이즈 천국=필리핀이 프랜차이즈 강국으로 급부상한 것은 9400만 명에 달하는 방대한 인구 덕택이다. 비록 빈부격차로 구매력 있는 계층이 한정돼 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핵심적인 소비인구는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경제성장과 함께 전반적인 민간소비 증가도 프랜차이즈 산업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매년 5% 이상의 견고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필리핀은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반면, 서비스 산업과 농업의 비중이 압도적이며, 최근 들어서는 미국 및 유럽의 다국적 IT기업의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부문이 세계적 수준으로 부상하면서 관련 수요 또한 급증하고 있다.

필리핀만의 특성인 해외근로자(OFW)의 송금과 이로 인한 소비경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필리핀은 자유로운 영어 구사능력과 친근성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이 국민의 10%가 넘는 1000만 명에 이른다. 연간 2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이들의 국내 송금액은 인도, 중국, 멕시코에 이어 4위 규모이며, 탄탄한 국내소비와 건설경기 활황을 이끌고 있다.
 
현지인들의 브랜드 선호성향도 프랜차이즈 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필리핀인들은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소규모 독립 상점보다는 많은 매장을 갖추고 인지도 있는 브랜드 상점 구매를 선호하며, 품질보증과 A/S 등의 편리성과 확실성도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자존심이 강하고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기질도 브랜드 지향의 소비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이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프랜차이즈 산업 전문화를 위해 미국 이외 국가에서는 최초로 준MBA 코스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전문가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 외국기업 진출동향=필리핀에 진출한 외국계 프랜차이즈는 KFC, 미스터 도넛, 던킨, 맥도날드, 피자헛 등 다국적 패스트푸드 기업, 스타벅스, 커피빈 등 커피 전문점,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중 대다수 외국 브랜드는 식음료 부문에 집중돼 있고, 이들은 중간 및 중하위권 소득층을 주로 공략하고 있다. 현지 물가수준을 고려한 중저가 가격정책과 소비자의 입맛을 반영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들 외국계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성공요인은 통일된 인테리어 디자인과 밝고 청결한 실내 분위기, 제품 규격화 및 체계화된 운영 등에 기인하며, 경쟁상대인 토종 업체들도 외국계 업체의 운영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매부문에서는 일정 금액(단일 매장 기준 자본금 25만 달러, 체인점의 경우 복수의 매장 자본금 총액이 75만 달러 수준) 미만인 경우 외국기업 진출이 금지돼 있다 보니 현지 업체의 활동이 매우 왕성하다. 필리핀 토종 기업들이 현지인의 기호에 맞는 중저가 식음료 상품을 내놓자 외국 프랜차이즈들은 식품 이외에 다른 소매업 분야로도 진출하고 있다.

□ 유망 프랜차이즈=필리핀 프랜차이즈 산업은 기업 수와 영업규모 등에서 다른 동남아 국가들을 압도해 가히 ‘프랜차이즈 천국’으로 불릴 만하다. 필리핀프랜차이즈협회(PFA) 중심의 결속력도 강해 기업들의 주요한 비즈니스 활동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필리핀프랜차이즈협회는 2015년까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면서, 진출이 유망한 분야로 식품·음료, 비즈니스 서비스, 건강관리, 화장품, 호텔, 유지보수 및 청소 분야 등을 꼽았다.

□ 유의사항=한국 기업의 필리핀 진출은 2008년의 치킨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화장품 등 일부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초기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불고기 등 음식과 커피 전문점도 진출했다.

한국 기업이 필리핀 프랜차이즈 산업에 진출하려면 12만여 명의 한국 교민과 연간 70만 명을 넘는 한국인 관광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드라마, 가요 등을 넘어 경제로 향하는 과도기인 만큼 음식 및 식품을 중심으로 저변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도·소매업에 대한 외국기업 진출 제한규정 및 법인설립 시 외국인의 소유지분 제한 등의 규제를 감안, 현지 프랜차이즈와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