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알짜 국가’ 대만이 “외채 제로(0)!”를 외치고 나서 화제입니다.

대만 재정부는 지난달 16일 “오늘부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23만8238달러의 외채를 모두 갚아 전 세계에서 10여 개국밖에 없는 ‘외채 없는 국가’ 대열에 진입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대만 정부는 50년 전 준설선 구매, 지하수 개발, 상수도 정비 등을 위해 국제개발협회(IDA)로부터 1575만 달러의 외채를 차입했으나, 이번에 남은 외채를 모두 상환함으로써 브루나이, 몽골, 마카오 등이 포함된 ‘무(無) 외채 국가’에 이름을 올린 것입니다.

대만은 외채가 이자 부담이 높을 뿐만 아니라 환율 차이도 고려해야 하는 데다 국내의 유휴자금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외채를 차입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지난해 기준 대만의 유휴자금은 1조1000억 대만달러, 즉 약 380억 달러에 달하며, 앞으로 이 자금을 국가규모의 건설사업에 투입하게 됩니다.

물론 대만이라고 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재정 불안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8월 말 현재 대만 중앙정부의 채무액은 4조6045억 대만달러로 최근 3년간 국민총생산(GN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34.7%에 달했습니다. 흔히 위험수준으로 일컬어지는 40%에는 도달하지 않았지만, 불안감을 떨쳐버리기는 이릅니다. 특히 대만 중앙정부의 2012년 예산안을 보면, 2867억 대만달러를 추가로 차입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럴 경우 정부의 누적 채무액은 5조 대만달러를 돌파, GNP에서 차지하는 부채비율이 37.3%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입니다. 점차 40%에 다가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대만의 입장은 여전히 느긋해 보입니다.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에 이어 최근 미국, 유럽발 국채위기가 세계 금융시장에 타격을 주는 상황에서 남아 있는 외채를 모두 청산했다는 것은 탄탄한 재정 건전성을 도드라지게 할 뿐입니다. 특히 최근 4년간 평균 9%씩 외환보유고를 늘려나가면서 국가 외환에 대한 걱정 없이 경제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했습니다. 이런 때문인지 올 2분기 중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한 3조6349억 대만달러로, 4.88~4.89%였던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뛰어넘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물가와 실업률입니다. 대만의 8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 보다 0.08% 하락했고, 7월에는 전년 같은 기간 보다 2.33%나 떨어졌습니다. 8월 실업률은 4.36%로 7월과 비슷했습니다. 대만 경제가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