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2010년 가구당 연간 중간임금이 4년 연속 하락하며 1996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중간소득 임금은 2.3% 하락, 1999년 최고치보다 7.1% 내린 4만9455달러에 그쳤다. 경기침체가 미국 중산층의 생활수준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는 얘기다. 빈곤층은 전체 인구의 15.1%로 52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4인 가구 기준 연간 소득이 2만2314달러 이하인 빈곤층이 전체의 15.1%로, 2009년의 14.3%, 2007년의 12.5%보다 높아졌다.

미국의 주력 소비계층인 중산층은 경기침체 전에도 인플레이션에 부합하는 임금 증가를 경험하지 못했으며, 대학교육, 의료보험, 주택투자 등의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부담이 가중됐다. 이런 상황이 중산층으로 하여금 저렴한 제품을 찾게 만들고 있다. 워싱턴 무역관이 중산층의 붕괴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미국 기업들의 모습을 알려왔다.
 
□ 생존 위한 사업방향 전환=미국 가정의 98% 이상이 최소한 하나의 자사 제품을 갖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큰 기업이 프록터앤갬블(P&G)이다. P&G는 그간 중산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쳐왔으나 경제침체로 제품 개발과 판매전략에 전환을 가하고 있다. 일례로 38년 만에 최초로 할인가격의 식기 비누를 출시하는 한편, 중산층 붕괴에 대비한 새로운 제품의 개발을 진행 중이다.

□ 양극화 전략 수립=중가제품 시장이 점차 축소되면서 고가 아니면 저가제품으로 소비가 양극화되고 있다. 티파니, 코치, 네이먼 마커스 같은 럭셔리 고가제품 시장은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높은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런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중산층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티파니의 실버 버블 목걸이는 현재 가장 판매가 저조한 제품으로 전락했다. 저임금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달러 제너럴은 경기 침체기에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모래시계 이론’의 시대=경제 전문가들은 9%대인 고실업률이 지속되면서 빈곤층 증가, 임금 하락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타깃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P&G뿐만 아니라 많은 미국 기업이 중산계층 위주 마케팅에서 부유층과 빈곤층을 공략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하인즈 케첩으로 유명한 HJ 하인즈는 저렴한 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으며, 럭셔리 리테일 업체 색스는 고급 의류와 액세서리 라인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시티그룹은 중산층이 급감하고 부유층과 빈곤층으로 양극화되는 현상을 ‘소비자 모래시계 이론’이라고 명명하면서 “2009년 이후 투자자들은 이러한 양극화에 따른 고임금과 저임금 소비자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