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휴대폰, 고급 유리에 이르기까지 첨단 산업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희토류는 중국 광산에서 전 세계 생산량의 94%가 나온다. 중국은 이같은 독점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첨단기업 생산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희토류의 해외 공급량을 줄이고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 해외에서 희토류 이용 및 생산활동에 불리함을 제공함과 동시에 중국 내 생산에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세계 각국 기업과 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희토류를 이용해 세계 첨단산업을 빨아들이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뉴욕 무역관이 알려왔다.
□ 희토류에 대한 독점적 영향력=중국 광산에서는 현재 세계 희토류의 94%가 생산되고 세계 소비량의 60%를 책임지고 있다. 과거 중국은 값싼 노동력과 거대 시장을 이용해 해외기업들이 중국 내 생산시설을 설립하도록 유도했으나 최근에는 희토류 공급력을 바탕으로 해외기업 유치에 열 올리고 있다. 기업 경영자들에 따르면 중국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휴대폰, 에너지 효율 전구 등을 생산하는데 필수인 희귀광물을 포함한 희토류에 대해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해외 첨단기업에게 상대적 불이익을 주고 있다.
일본의 쇼와 덴코, 산토쿠, 미국의 인터매틱스 같은 기업들은 희토류를 더 싼 값에 공급받고 세금혜택을 얻기 위해 중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인터매틱스의 마이크 푸 해외경영 이사는 “기업 입장에서는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프레몬트 지역 인근에 생산시설을 설립하면 좋겠지만 희토류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중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중국 정부의 강경책과 회유책=중국 외 세계 여러 지역의 희토류 수요량은 연간 6만 톤이지만 중국은 연간 3만 톤의 쿼터를 두고 수출을 제한함과 동시에 수출할 때 17%의 부가세와 25%의 수출세를 매기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에 대한 수출량 제한과 세금 인상은 국제 거래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희토류 구성성분 중 하나로 유리 생산에서 촉매역할을 하는 산화세슘은 중국 외에서 메트릭톤당 11만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유통되는 산화세슘 가격의 4배 이상이며 2년 전의 3100달러에 비해서는 3배 이상 오른 값이다.
중국 정부는 하지만 생산시설을 들여오는 외국기업에게는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인터매틱스가 고속도로 인근에 12만4000스퀘어 피트 규모로 새로 지어진 산업지구에 3년간 임차료 없이 입주하도록 했다. 또 경험이 풍부한 공장 근로자를 매달 400~500달러, 화학공학을 전공한 대졸 연구원을 500~600달러의 임금만으로 고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 호주 등에서 희토류 광산이 개발되고 있어 몇 년 안에 전 세계에서 많은 양의 희토류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은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현재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 기업들의 대응=중국에서는 기업들이 희토류를 싼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고 희토류를 이용해 만들어진 제품을 수출할 경우 대부분 쿼터나 수출세, 부가세까지 면제해주다 보니 비용절감 차원에서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쇼와 덴코는 최근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네오디뮴 자기합금 생산을 중국 남부지역에서 크게 늘이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 대변인은 “네오디뮴과 같은 희토류를 중국에서 수출하면 높은 관세를 지불해야 하는데 중국에서 생산, 수출세와 부가세를 면제받기 때문에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거대 화학기업들은 원유 정제에 사용되는 희토류 이용 촉매를 생산하기에 앞서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함과 동시에 희토류를 이용한 촉매 사용비율을 줄이면서 촉매를 사용할 때와 같은 효율성을 유지할 수 방안을 연구 중이다.
희토류를 사용해 생산되는 터치스크린 컴퓨터와 전문가용 카메라 렌즈는 주로 일본에서 생산되고 있으나 희토류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점차 중국으로 이전 중이다.
중국에서 가장 큰 희토류 가공업체중 하나인 캐나다의 네오 매터리얼 테크놀러지 측은 “현재와 같은 추세로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할 경우 중국에서 생산된 희토류가 세계 소비량의 70%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희토류 때문에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기업의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기밀 유출에 대해 우려가 그것이다. 인터매틱스의 중국 공장은 현지에서 원활한 생산을 위해 6명의 중국인 과학자를 고용했으나 기업 기밀 유출 방지를 위해 오직 3명의 중국인에게만 완벽한 화학공식을 공개했다.
□ 중국의 희토류 정책, WTO 규정 위반?= 전 세계 여러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의 희토류 정책이 WTO의 규정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 무역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WTO 패널은 얼마 전 중국이 중요한 산업용 광물에 대한 접근을 사실상 제한함으로써 규제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 측은 “환경보호와 희귀자원 보호를 목적으로 수출제한을 허용한 WTO 국제 무역규정의 예외항목에 해당되므로 WTO 규제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기업, 미디어들이 중국의 WTO 규제 위반을 지적하기 전까지 중국의 희토류 정책은 기업유치가 목적이었으나 문제가 불거진 지금에 와서는 환경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