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사안
캐나다의 A사는 한국의 B사에게 물품을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금은 후불로 T/T(송금)로 지급받기로 약정하였다. A사가 물품을 정상적으로 공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B사는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A사는 B사를 상대로 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금지급청구소송을 제기하고자 한다. 그런데 대금에 대한 지연이자를 한국법과 캐나다법 중 어느 나라의 법에 따라서 청구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겼다.
 
II. 위 사안에 적용되는 국가의 법
위 사안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위 계약에 대하여 한국법과 캐나다법 중 어느 나라의 법이 적용되는지가 결정되어야 한다. 우리 국제사법 제25조에서는 당사자가 임의로 계약에 적용될 법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본 사안에서는 당사자가 준거법을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서 준거법을 결정해야 한다.
국제사법 제26조 제1항에서는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제2항에서는 양도계약의 경우에는 계약체결 당시 양도인의 영업소 소재지 국가의 법을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쉽게 풀어 보면 매매계약에서는 매도인이 소재한 국가의 법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본 사안의 경우에는 매도인이 캐나다에 소재하므로 캐나다법이 적용된다.
 
III.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별
법률에 규정은 없지만 법원의 절차에 적용되는 법은 준거법에 관계없이 법정지법이 적용된다는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 사안의 경우에 비록 캐나다법이 계약의 준거법이라고 하더라도 한국법원에 소송이 제기된 이상 이 소송의 절차에 관하여는 한국의 민사소송절차에 관한 법이 적용된다. 문제는 무엇이 실체법이고 절차법인지에 관하여 애매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 상법에 따르면 상사계약에서 발생한 채권에 대한 지급을 지연하면 연 6%의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 물론 당사자가 합의에 의하여 지연이자율을 정할수도 있다. 이러한 지연이자가 실체법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준거법에 따라서 지연이자율이 정해진다. 위 사안의 경우에는 캐나다법의 지연이자율이 적용된다.
그런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소송이 제기된 후에는 소송촉진을 위하여 원고가 연 20%의 상당히 높은 지연이자율에 따라서 이자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상당히 높은 이자율이 인정되는 이유는 소송촉진의 목적이라는 절차법적 성격과 지연이자라는 실체법적 성격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위 지연이자가 절차법인지 실체법인지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다.
만일 위 지연이자를 절차법으로 본다면 A사는 위 법에 따라서 연 20%의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캐나다법에서 정한 지연이자만을 청구할 수 있다. 캐나다법은 연 약 8%정도의 지연이자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법과 차이가 크게 난다.
 
IV.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은 비록 소송촉진을 목적으로 소송절차에 의한 권리구제와 관련하여 적용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실질은 금전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에는 그 국가의 법에 따라서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A사는 캐나다법의 규정에 따라서만 지연이자를 주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