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사기만 올 1분기 1573건
최대포털 '바이두' 방조 비난

중국인 농부 부부가 있었다. 봄에 중국산 종자와 비료를 구입해서 농사를 지었는데 싹이 트지 않았다. 실의에 빠진 부부는 중국산 농약을 먹고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죽지 않았다. 부부는 하는 수 없이 새로운 인생을 다짐했다. 그리고 가게에서 중국산 술을 구입해서 새출발을 다짐하는 축배를 들었다. 다음날 부부는 시체로 발견됐다.
중국산의 품질을 흉보는, 조금 오래된 유머다. 중국인들이 보면 기분 나쁘겠지만, 중국산의 품질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중국산 하면 '가짜'부터 '짝퉁' '불량' 등의 단어가 연상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얼마 전 중국이 세계를 무대로 '최고'라며 홍보하다 망신당한 고속철도 사고도 중국산 품질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물론 중국은 순수 자체기술로 만든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에서는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선진국과의 기술 및 품질 격차를 갈수록 좁혀 가고 있다.)

그런 중국에서 요즘 인터넷 사기가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주 중국 매체들은 유명 포탈인 바이두(百度)가 인터넷 사기를 방조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돈을 많이 내면 검색 결과의 맨 위쪽에 노출시켜 주는 바이두의 경매식 검색영업으로 인해 수많은 사기 사이트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방송사 기자는 실제로 바이두를 통해 호텔 및 비행기 예약 사이트를 검색한 뒤 검색 결과로 제시된 한 사이트를 통해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돈을 지급했다. 그러나 비행기표는 받지 못하고 돈만 날렸다. 비행기 예약은 물론 정비 사이트, 의약 사이트 등에서도 허위 사이트들이 다수 발견됐다. 바이두의 인터넷 사기 방조는 2008년에도 크게 문제가 돼 대책을 내놓는다고 요란을 떨었으나 전혀 시정되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글로벌 B2B 사이트인 알리바바도 올해 초 인터넷 사기로 불명예를 얻었다. 2009년 하반기부터 2010년까지 알리바바닷컴에서 2300개 이상의 사기 판매상들이 소비자의 돈을 사취한 것이 발각됐다. 사기 판매업체들이 주로 취급한 품목은 1200 달러 이하의 노트북이나 TV 등 전자제품이며 입금은 이뤄졌으나 상품은 인도되지 않았다. 이 사기극에 알리바바 직원 100여명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고 결국 알리바바닷컴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사임했다.

국내 기업들도 알리바바닷컴을 통한 인터넷 무역에서 사기를 당한 사례들이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A기업은 알리바바닷컴을 통해 영국의 S기업으로부터 철그크랩 1만t을 수입키로 하고 선수금 7만 달러를 송금했다. A기업은 영국의 현지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담당자와 미팅까지 가졌지만 송금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한 달 전인 7월에는 중국 내 경매 사이트를 통한 사기가 문제가 됐다. 중국의 경매 사이트에서 공동구매를 하다 사기 피해를 당한 사건이 2010년 2090건이었고 2011년 들어서는 1분기에만 1573건에 이른다. 지난해 공안부 안전감찰부에서 실시한 인터넷 안전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강도와 인터넷 ‘피싱’으로 인한 피해 고객은 전체 이용자의 8.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느 나라이든 가짜가 있고 짝퉁이 있고 사기가 있다.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유독 중국의 가짜와 짝퉁과 사기가 이슈가 되고 주목 받는 것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중국산이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중국 제품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중국의 가짜와 짝퉁과 불량 제품은 곧 지구촌 소비자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은 이미 세계 경제의 한 축을 떠받치는 글로벌 빅2로 성장했고 경제성장과 소득증가를 바탕으로 거대 소비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주 중국 경제가 연착륙을 하면 남미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보도가 있었다. 남미 국가들이 중국에 원자재를 팔아 성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브라질의 최대 수출대상국은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한 때 미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한국 경제는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제 이 말은 중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한국 경제가 독감에 걸린다는 말로 바뀌었다. 한국 수출 총액의 4분의 1이 중국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의 인터넷 사기 문제는, 많은 한국기업들이 중국의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통로로 상품을 팔고 있고 알리바바닷컴 같은 인터넷 거래사이트를 통해 바이어를 찾고 거래를 하는 현실에서 남의 일이 아니다. 중국에서 건전한 인터넷 거래 생태계가 정착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