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발효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일본 언론과 경제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닛케이, 아사히 등 일본의 주요 일간지는 최근 한국-EU FTA를 심층 보도했습니다. 양국 간 관세 및 비관세 철폐내용, 국내총생산(GDP) 및 고용증가 효과 등을 상세히 분석한 기사를 싣는가 하면, 일-EU 경제연계협정(EPA)에 끼칠 영향도 짚었습니다.
산업차원에서 가장 반응이 빠른 곳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업계입니다. 그들은 한-EU FTA 발효에 따른 관세철폐로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현대차의 경우 5년 보증 서비스 등으로 인기를 얻으며 지난해 EU 승용차 시장이 전년 대비 6% 감소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판매량이 4% 증가했는데, FTA로 10%의 3년 안에 중·대형차 관세가 철폐되면 제네시스, 에쿠스 등 대형차도 전략적인 가격을 내세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동차 부품 업계에 대해서는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과 대형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미 존재감을 높여가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FTA로 인한 4.5%의 관세 인하는 현지생산 위주의 소형차 가격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자동차 안전규제 및 환경기준 등 비관세 장벽이 낮아진 것도 한국에 매우 유리하다고 언급했습니다.
한-EU FTA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곳은 자동차 업계뿐 아닙니다.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전자업계는 한국 업체와의 가격경쟁에서 뒤지는 것은 물론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40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의 프랑스 내 소매가격은 삼성이 11만 엔 전후로 현재도 파나소닉 제품보다 1만 엔 정도 싼데, 14%의 관세인하 혜택을 보면 일본 메이커는 대항할 수 없게 됩니다.
거시적으로도 일본이 EU와 한국 시장에서 동시에 고전할 것이란 시각이 많습니다. 한-EU FTA 발효 1년 후 일본의 대 EU 수출은 자동차 등이 7억6600만~11억8800만 달러 감소하고, 대 한국 수출도 기계, 전기, 화학 등에서 17억7500만 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보았습니다. 아울러 한국 시장에 유럽산 기계가 많이 들어가면 기술체계를 EU가 주도하게 되는 등 영향이 더욱 광범위해질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일본 경제계 한편에서는 일-EU EPA 협상 시 EU의 공격적인 개방 요구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EU가 한국의 대담한 시장개방을 기반으로 일본에 다양한 요구를 해올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FTA 후진국’ 일본의 고민이 이래저래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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