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7일 KOTRA는 중국 내수시장 확대의 교두보 구축을 위해 내륙물류의 허브인 충칭에 100번째 KBC(코리아비즈니스센터)를 신설했다. KOTRA는 신흥시장개척을 위해 이번 충칭KBC 개소를 시작으로 선양, 창사 등 중국에 6개, 아프리카에 3개, 러시아 1개, 동남아 1개 등 올해 안으로 총 11개 KBC를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OTRA는 전 세계 74개국, 99개 주요 도시에 344명의 직원을 KBC에 파견하고 있다. 계획대로 올해까지 총 12곳이 추가된다면 79개국, 111개 도시에 361명의 직원이 상주하는 명실공히 국내 무역유관기관 중 최대 해외조직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KBC 신설을 통한  KOTRA의 ‘조직 확대’를 지켜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역할 확대’보다는 몸집만 불리면서 방만하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필자가 지난해 말 국회에서 열린 ‘전시산업역량강화세미나’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세미나 말미에 진행된 자유토론회에서 KOTRA의 역할강화를 주문하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요지는 ‘국내에도 바이어 DB를 만드는 게 시급한데 누가 그 역할을 할 것인가’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H교수가 “전 세계 곳곳에 가장 많은 해외 조직을 가진 게 누구냐 당연히 KOTRA가 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전시회장 K모 상무가 뒤질세라 가세했다. “홍콩무역발전국(HKTDC)은 직원들이 몸소 전시장으로 달려가 내방한 바이어들의 명암을 일일이 회수해, 직접 전화를 걸어 하나씩 확인하면서 DB로 만들어 종합관리를 한다”며 “KOTRA가 이 같은 역할을 해준다면 국내 수출업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고 역설했다.

바이어 DB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출에 대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여건상 바이어에 대한 정보는 무엇 보다 중요하다. 전시회에 참가한 바이어의 신상정보를 담은 DB를 활용하면 바이어 접촉이 훨씬 수월해질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해마다 국내외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와 그곳에 참가하는 바이어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수가 많다. 해외전시회의 경우 국내에서 담당자들이 일일이 참가해 바이어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 간단치는 않을 것이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해외 KBC 조직을 이용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KOTRA도 “한다고 하는데 속사정을 몰라준다”고 서운함을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 “KOTRA가 보유-관리하고 있는 정보는 자발적으로 들어오는 바이어에 대한 내용이거나, 보유 리스트 자체도 폭넓게 오픈하거나 공유하고 있지 않아서 답답하다”고 하소연한다.

DB가 대단한 기밀이 아닌 다음에야 그럴 필요성이 없다.
KOTRA는 국가를 대표하는 무역기관으로서 수출증진을 위한 역할이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열고 있어야 한다.

또한 그런 역할을 담당하라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해외 KBC를 개소한 것이 아닌가. 무역관련 해외 정보수집과 국내 수출기업의 해외 정착 지원이 KOTRA의 존립 이유라면 바이어DB 문제 역시 당연히 KOTRA의 몫이다.

KBC 신설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교역규모 9위의 무역대국의 대동맥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는 KOTRA가 보다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수출증진을 위해 위험한 아프리카나 CIS 지역까지 KBC를 신설한 대의가 조직비대로 비하되는 모습에 대해서는 KOTRA도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