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제연구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민간소비와 정부지출이 제약을 받아 수입수요가 과거와 같이 호황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해 미국이 동아시아를 포함해 중국에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2010년 9월 기준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투자국으로 부상했다. 따라서 한중 FTA는 중국시장에서 아세안 및 대만에 대해 한국 수출상품의 경쟁력 저하를 방지하는 등 경쟁력을 증강시키는 기회로 작용될 것이다. 현재 아세안은 중국과 FTA를 발효했고, 대만은 중국과 ECFA를 체결한 이후 2011년 상반기부터 FTA 협상을 시작한다.

한중 FTA를 체결하면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EU, 미국과 FTA 협상을 타결한 유일한 역동적인 경제 허브의 역할이 가능하며, 동북아의 산업분업을 한국에 우호적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한중 FTA 의의와 주요 쟁점」을 통해 자세히 살펴봤다.
 
한국 GDP 최대 4% 상승효과
 
한중 FTA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연산가능일반균형(CGE) 모형과 범용적인 데이터인 GTAP DB를 이용해 분석해 본 결과 한중 FTA가 발효된다면 한국의 GDP 최대 4% 증가,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은 3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한중 FTA로 거시 경제적 효과 외에 다양한 통상마찰을 줄이고 무역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거대 내수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시장에 대해 경쟁국에 비해 관련 서비스 분야에서의 선점효과도 기대된다.

반면 농수축산품 관세를 100% 인하하는 경우 수입 증가율은 2배가 돼 농업 부문에 큰 피해를 유발할 우려도 있다.

한편, 한중 FTA가 발효되면 석유화학과 섬유 산업의 수출이 1% 이상 감소하는 등 동아시아 주변국 중에서 대만의 거시 경제적 충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의 제조업 중 섬유, 식품, 석유화학의 수출이 감소할 전망이다.

거시 경제적 측면에서 한중 FTA는 미국, EU, 일본 등 국가와의 FTA 체결 효과를 압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중 FTA가 철강산업에 미치는 효과
 
한중 FTA에서 가장 우려되는 분야는 철강산업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철강의 순수입국이다. 이미 양국의 철강제품 단가에 큰 차이가 있고 국내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거의 없어 관세효과가 크지는 않겠지만 국내 철강업체들은 개방이 확대되면 수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중 FTA로 중국시장이 더욱 개방된다면 한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판재류나 경합 관계에 있는 주단조품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중 양국의 철강 교역은 국교정상화 이후 확대됐으나 한국은 2003년을 기점으로 철강수입이 급증하며 2005년부터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에는 대중국 철강 순수입이 126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냉연강판 및 표면처리강판의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수출단가는 한국산이 중국제품에 비해 높아 중국보다 고급제품을 수출했다. 양국 간 철강재의 경합도 분석 결과 한국 주력 수출제품의 양국 간 산업내무역이 진전됐다.
 
또 양국 철강제품의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한국 철강재의 경쟁력 하락이 예상된다. 중후판, 열연강판, 형강, 강광, 봉강 등 대부분 철강제품은 2001~2003년 한국이 비교우위였으나 2007~2009년 중국의 비교우위로 전환됐다. 표면처리강판, 냉연강판의 경우는 한국의 비교우위가 점점 약화되는 추세이다.

양국 간 철강제품의 경쟁 우위 및 경합 관계의 패턴은 ‘한국의 비교우위 상태로 양국 간 산업내무역 시작’ → ‘제품의 경합성은 유지되지만 비교우위가 중국으로 이전’ → ‘중국 비교우위가 강화되면서 양국 간 제품 경합도 감소로 변화됐다.

냉연강판 및 표면차리강판은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 중국 제품과의 경합도가 증가한 후 FTA 체결로 인한 중국 시장 내 가격 하락의 (+)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중후판, 열연강판 및 봉형강류는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었으나 비교우위가 비교우위가 중국으로 이전되면서 양국 간 제품의 경합도가 하락해 ＦＴＡ 체결의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강관, 주단조품은 중국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2000년대 들어 양국간 경합이 심화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치열한 협상이 예상되는 한중 FTA
 
공동연구가 5년 이상 소요됐다는 사실은 한중 FTA의 무게를 시사한다. 세계 경제 환경의 변화, 중-대만 ECFA 체결,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시장 활용 등 한국에 있어 한중 FTA의 필요성이 크다. 중국 입장에서도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 제조강국과의 본격적 FTA라는 점에서 한중 FTA 체결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국에게 중국은 최대의 경제협력국이자 농업강국이고, 중국에게 한국은 제조강국이라는 점에서 FTA는 정치적·경제적으로 거대한 도전이라 할 수 있다. 한중 FTA는 상품, 서비스, 투자 전 분야에 걸쳐 쟁점이 망라돼 있어 협상이 개시될 경우 논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공산품 분야 중 한국은 자동차, 석유화학, 고가 가전제품 등에서, 중국은 의류, 식품, 기계 등에서 각각 관세철폐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원산지 분야에서는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 수산품 원산지 기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농산품 협상의 쟁점은 농산품의 양허협상 포함 여부이며 양허협상이 포함될 경우 비중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기체결 FTA에서 농산물 분야에 대해 강한 시장개방을 요구하지는 않았으나 한중 FTA에서도 동일한 전략을 유지할지는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서비스와 투자 분야에서는 미래 최혜국대우 인정 여부, 투자자유화 확대 및 인력이동 개방문제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서비스 시장 개방 정도가 낮기 때문에 한국은 서비스 시장 개방을 위해 중국이 향후 제3국과 FTA 체결 시 개방하는 분야를 자동으로 향유하는 미래 최혜국대우를 요구할 전망 : 한국 금융·운송·통신 분야 등의 규제완화 및 개방요구도 쟁점사항이다. 투자 분야에서는 중국이 한국의 제1의 투자진출국이므로 한국은 한국투자자를 중국투자자와 동등하게 대우해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시 경제적 효과가 큰 만큼 쟁점도 다양
 
한중 FTA의 GDP 성장 효과는  시나리오와 모형에 따라 최소 2.02%에서 최대 4.00%까지 GDP가 추가적으로 증가할 만큼 다른 국가와의 FTA에 비해 더 크고 교역 확대폭도 더 크다. 제조업은 전반적으로 한국에 이익이 되지만 농축수산물 부문에서는 수입 증가폭이 커 불리할 전망이다.

철강산업은 냉연강판 및 표면처리강판 등은 비교우위를 강화해 한국에 유리할 것이지만 중후판, 열연강판 및 봉형강류는 FTA 효과를 얻기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FTA로 인한 관세철폐 효과가 단기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고부가 제품 개발 강화 및 원가·판매 경쟁력 확보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농수산물 부문 개방 문제는 1차적으로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고 중국의 자동차, 석유화학, 고급가전제품 등의 개방도 중요한 사안이다.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은 미래 최혜국대우를 요구할 것이고, 중국은 인력이동 자유화를 요구할 전망이다.

한중 FTA는 향후 한국경제의 장기 진로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의 경제협력관계와 중국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한중 FTA의 거시 경제적 효과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의 세계 전략 속에서 한중 FTA의 협상 시점을 결정하되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특히 동북아에서의 한일, 한중 FTA와 동북아 3국 FTA의 정합 관계를 고려해 한중 FTA를 추진해야 한다.

협상을 위해서는 양국의 비교우위 체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며, FTA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양극화에 대해 정책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한중 FTA를 추진하더라도 한국경제의 대 중국 의존도 심화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한중 FTA를 체결한 이후에도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의존도가 총수출의 1/3선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다른 국가와의 교역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세계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한중 FTA의 의의가 크다.

선진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중국의 부상으로 한국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 FTA는 성장하는 중국 내수시장의 활용, 한국경제의 역동성 제고, 한중 및 동북아의 우호적 산업분업 형성에 기여할 전망이다. 

중국은 한중 FTA를 통해 한미 FTA가 중국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하고 한중 간 무역을 확대하는 등 한중 FTA가 동아시아 경제 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급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구조조정 압력을 받을 것이므로 한중 FTA에 대해 반대 정서가 존재하지만 농업 및 노동집약형 산업은 한중 FTA에 적극적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