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에 새조직 출범... 체계적인 바이어 관리ㆍ활용 기대

최근 한국무역협회에 '작지만 의미있는' 조직이 새로 출범했다. 바로 해외마케팅지원본부 내 바이어뱅크TFT(실장 김일산)이다.

이 TFT가 담당할 업무는 "△무역협회 본부 및 국내외지부, COEX 등이 수집한 바이어의 DB 구축 및 유지 △KOTRA, 무역지원기관, 업종별 협회 등 국내 유관기관 및 D&B, KOMPASS 등 외국바이어 정보 생산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우량바이어 정보수집"이다.
이 TFT가 눈길을 끄는 것은 그동안 국내에서 해외 바이어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많은 비효율과 낭비가 있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초 지방자치단체인 C시는 올 연초 처음 개최한 바이어 초청 상담회를 위해 지난해 상반기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바이어 리스트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관내 업체들로부터 참가신청을 받아 바이어 매칭 상담회를 하기 위해 초청할 바이어 리스트가 필요했는데, 시 자체에 축적된 데이터 베이스가 없었고 유관기관에 협조요청을 했으나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민간 거래알선 e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리스트를 구입하는 방법도 있었으나 이 역시 쉽지 않았다. 예산 문제도 있었지만 그보다 바이어 리스트 유출을 우려한 민간업체에서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민간업체는 '행사 대행'은 가능하지만 '리스트 제공'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결국 KOTRA에 어렵사리 위탁해서 행사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은 관내 수출업체를 위한 바이어 초청 행사를 개최할 때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다보니 바이어 초청 행사는 대부분 한국무역협회나 KOTRA 등에 위탁하게 된다. 업종별 단체나 전시회 주최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C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바이어 관리를 할 필요성은 느끼지만 인력이나 예산 면에서 여의치 않을 뿐만 아니라 효율성도 떨어진다"며 "무역협회나 KOTRA 같은 유관기관을 통해 행사를 개최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도 문제는 남는다. 자체 바이어 리스트를 갖고 행사를 개최할 때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체계적인 바이어 리스트 관리가 안 된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매년 같은 행사를 하면서 전년도 바이어를 반복 초청하지도 못하고 있으며 사후 관리 등도 제대로 안된다. 사후 관리는 1차적으로 개별 업체들이 해야 하는 일이지만, 지자체나 기관의 바이어 초청 행사는 1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효율성 제고를 위한 체계적인 바이어 리스트 확보 및 관리는 '누군가가 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문제는 또 있다. 최근 수년간 지자체마다 바이어 초청 행사 개최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지자체나 업종별 단체 등이 바이어 초청 행사를 KOTRA에 위탁하다 보니 KOTRA는 KOTRA대로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심지어 '고사'하는 사태까지 빚어진다.
한 해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바이어는 5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KOTRA의 바이코리아 행사나 한국무역협회의 인도·아세안 바이어초청 상담회 만해도 연간 2000~3000명(중복 포함)의 바이어가 내방한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전시회가 지자체, 유관기관 등의 초청행사까지 합치면 5000명을 넘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해외시장개척단 파견이나 전시회 공동 참가를 위해 필요로 하는 바이어 리스트까지 합치면 국내에서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바이어는 이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이들 바이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은 없다.
한국무역협회 바이어뱅크TFT의 김일산 실장은 "일단 바이어정보를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관리하는데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확보된 리스트의 활용은 협회 자체의 바이어 초청 상담회나 해외 무역사절단 파견 등에서 중점 활용할 생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개별 업체는 물론 지자체나 전시회 등에도 활용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어 리스트 및 정보에 목말랐던 수출업체나 기관_단체, 전시회 관계자들의 기대도 큰 상황이다.
전시회 주최사인 한국전람 관계자는 "한국무역협회의 바이어뱅크TFT 발족을 환영한다"며 "체계적인 바이어 DB 구축과 활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