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오더 스톱 속 계약취소 잇따르고 수출미수금까지 발생

 #1 건설중장비용 유압브레이커를 수출하고 있는 A사는 리비아 사태로 100만 달러 상당의 장비 선적을 보류하고 있다. 2주 전까지 트리폴리 소재 바이어와 연락이 됐지만 지난 주 들어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2 B사는 리비아에 기계류와 의약품류를 수출해 왔다. 올 2월초까지 기계 70만 달러, 의약품 13만 달러를 수출했으나 3월초 예정돼 있는 20만 달러 상당의 계약이 갑자기 취소됐다. 리비아 현지에 나가 있는 직원도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 민주화 시위 사태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18일 동안 이어진 이집트 민주화 항쟁이 무바라크 대통령 사임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인접 국가인 리비아로 옮겨가면서 국내 수출업체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앞서 민주화 시위를 겪었던 이집트의 경우 석유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고 우리와의 교역 규모도 크지 않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지만 리비아는 다르다. 비록 우리나라에는 원유를 수출하지 않지만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결정력이 있는 주요 산유국이고 지난 1980년대 이후 30년 가까이 건설ㆍ플랜트 분야에 국내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당장 수출업체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상담이나 선적이 중단되고 계약이 취소되는 등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유가 급등에 따른 추가 비용부담 및 세계경제 파동 등 간접적인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리바아에 수출을 하고 있는 국내 업체는 총 575개사로 이중 연간 1000만 달러 이상 수출하고 있는 중견회사도 13개나 되고 있다.
 
 ◇국제유가 폭발 조짐 = 산유국인 리비아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았고 현지 국내 건설업체 현장사무소가 습격당하는 등 국내 경제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리비아 등 중동 지역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두바이유 가격이 30개월 만에 100달러를 돌파한대 이어 지난 25일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배럴당 110.77달러까지 치솟았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은 것은 2008년 9월1일(111.64달러)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지난 2008년 9월 이래 배럴당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어디까지 가느냐에 있다. 노무라 증권의 마이클 로 애널리스트는 지난 23일 “최근 중동 정정 불안은 1990년의 걸프전 당시와 매우 비슷한 상황"이라면서 유가가 배럴당 220달러를 상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가득이나 전 세계 이상 기후로 인해 연초부터 원자재 값 폭등으로 한차례 위기를 겪은 바 있는데 중동발 악재까지 겹쳐 국제유가와 원자재 값이 천정부지로 폭등하면서 기업들의 생산비 부담이 커져 상반기 수출이 위기에 직면했다.
 
 ◇수출미수금 발생 등 피해 속출 = 리비아 사태로 인한 수출기업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KOTRA에서 리비아 수출기업 55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피해조사 설문에 따르면 응답기업 111개사 중 31.5%인 35개사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사유를 보면 바이어 교신두절(45.7%)이 가장 많았고 선적 및 하역불가에 따른 운송차질(31.4%), 수출대금 미수(28.6%), 수출잠정 중단(22.9%) 순으로 조사됐다.

조사 기업 중 수출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는 35개사로 220만 달러 상당을 바이어로부터 지급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설문에 응하지 않은 기업들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액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산된다.
 
 ◇사태 장기화 때 직원 철수도 고려 =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자 정부에서는 교민들에게 철수할 것을 권고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주이집트 대사관은 철수 교민들의 이동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현지 영사를 국경지역에 파견해 교민들의 철수를 지원하고 있다.

수출업체들도 리비아에 상주하고 있는 현지 직원의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중이며 일부 업체에서는 이미 철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선을 제조하는 L사는 “리비아에 직원 4명을 상주시키고 있는데 현재 연락이 불가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리비아 사무소를 철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기설비 관련 S사는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현지 직원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무역상사 H사는 "트리폴리에 주재원 1명이 상주하고 있는데 대사관측 권고에 따라 당장 귀국조치를 했다"고 전했다.

리비아 사태가 악화 되거나 장기화 될 경우 수출관련 직원들의 철수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리비아에 대한 수출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언이다.
 
 ◇뚜렷한 대책 없어, 당분간 사태추이 간망 = 당장 뚜렷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수출업계에서는 조속히 리비아 사태가 해결되길 바라는 눈치지만 일부에서는 리비아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불거져 중동 수출자체가 위기에 봉착하는 건 아닌지 염려하는 분위기다.

리비아로 의류를 수출하는 제일어패럴은 “선적한 물건이 지금 도착을 곧 하는데 바이어가 3~4일 전부터 연락이 두절돼 선적된 물건을 수령할 사람도 대금을 지급할 사람도 없어 모든 거래가 올 스톱된 상태”라며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 일로 회사가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울분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중소 수출기업들이 현지 직원을 철수시키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는데 현 단계에서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책 마련이 쉽지가 않다” 며 “사태가 장기화 내지 더욱 악화되면 어떤 방법으로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매일 리비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외교부, 국토부와 함께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