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수출을 성장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각국 정부의 자국이익 우선정책으로 국가 간 갈등이 고조되는 한편 신흥국 시장을 쟁탈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글로벌 불균형 해소, 재정건전화 등 위기 후유증을 치유하는 조정 과정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2011년 해외 10大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2011년 트렌드의 키워드로 ‘갈등’과 ‘조정’을 제시했다.
1. 글로벌 불균형과 환율갈등 지속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한 對中 압박이 가해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로 글로벌 공조가 약화되며 위안화 평가절상, 무역불균형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현재 선진국은 무역불균형의 원인으로 저평가된 위안화를 지목하는 가운데 중국 지도부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선진국의 경제구조 때문에 무역불균형이 발생했다며 위안화는 점진적으로 평가절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역불균형, 환율갈등에 지역안보 문제까지 겹치며 미국과 중국의 G2 갈등이 2011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 세계경제의 성장 모멘텀 약화
세계경제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선진국의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1/4분기를 정점으로 둔화되는 추세로 2011년 역시 민간부문의 성장동력이 취약한데다 재정지출 확대 등의 정부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워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의 투자 마인드 역시 올해에는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더욱이 글로벌 불균형 해소 과정에서 국가 간 환율갈등, 무역분쟁,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글로벌 불균형과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세계경제의 저성장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재정적자를 GDP 대비 1%p 축소할 경우 2년 후 경제성장률은 0.5%p 낮아지고 실업률은 0.3%p 상승한다.
3. 신흥국 인플레이션과 선진국 디스인플레이션의 공존
미국, 유로지역 등 선진국은 수요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지난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일본은 2009년 이후의 디플레이션 상태가 올해에도 지속되는 반면 신흥국은 자체적인 경기부양정책으로 유동성이 확대됐고, 글로벌 유동성 유입도 증가해 물가상승률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선진국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신흥국은 금리를 인상하는 등 과잉유동성의 부작용 차단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흥국은 대외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경기회복세를 저해할 가능성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4. 유럽 재정위기의 반복
지난해 그리스와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안을 수용하는 등 재정위기가 발생했는데 2011년 역시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 올해에도 유럽發 재정위기가 지속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민간부문의 회복력이 약한 상황에서 재정긴축을 시행하면 재정건전화 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가 글로벌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
5. 자원확보 경쟁 심화
2010년 3월 이후 지속된 정련구리의 수요초과 상태가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 증가로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2011년 수출관세를 인상하고 수출쿼터를 전년대비 30% 이상 감축할 방침에 따라 희토류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같은 실물의 수급불안으로 인해 2011년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계 1위, 3위 구리 생산국인 칠레와 페루, 세계3위 희토류 생산국인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에 대한 투자를 통해 자원을 선점하려는 경쟁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6. 글로벌 新금융규제 도입
은행 건전성 규제방안이 확정돼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으로 각국은 국제적으로 합의된 원칙에 따라 자국 상황에 맞게 구체화해 다양한 규제방안을 시행할 전망이다.
트레이딩 계정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2011년)를 시작으로 자기자본비율 규제(2013년) 등이 점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 위험자산 투자 위축으로 자본시장을 활용한 자금공급이 어려워져 주택시장의 회복이 지연될 우려와 확정된 자기자본비율 규제 강화방안에 대한 은행의 대응이 본격화되기 시작해 신용공급 등 금융 중개 기능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자기자본비율 규제는 2013년부터 시행되지만 은행들은 지난해 말 확정된 방안에 대응해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을 시작할 전망이다.
7. Next China 시장의 부상
2011년 중국의 뒤를 이어 거대 신흥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의 Next China 경제와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들 국가는 거대 인구와 자원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 경제규모 순위가 급상승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막대한 규모의 인구를 기반으로 한 소비재 시장과 경제발전과정에서 필요한 전력, 도로 등 기초 인프라시장이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은 이동통신 등 정보통신분야와 자동차시장이 급증하며 원전 등 인프라 건설과 자원개발 분야가 부상하고, 인도는 고도 성장기에 진입한 인프라시장과 제약시장, 막대한 잠재수요층을 가진 주택건설시장 등이 부상할 전망이다. 또 인도네시아는 민간 주도 인프라시장과 프랜차이즈 등 유통시장이, 남아공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등을 포함한 전력 분야가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8. 전기자동차의 본격 상용화
지난 2008년 테슬라 ‘로드스터’ 출시 이후 현재까지 전기차 누적 판매대수는 수천여대에 불과했지만 전기차의 선두주자인 닛산을 비롯해 현대, GM, 르노 등 세계 주요 자동차기업이 전기차 양산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2011년부터 판매가 수만대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지기술의 혁신과 각국 정부의 친환경차 육성정책 및 업체 간 경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주류였던 기계부품이 전기·전자 부품 및 반도체로 바뀌고 경량화가 강조되면서 플라스틱 등 합성소재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전기차 양산으로 향후 자동차의 역할이 변모함에 따라 핵심부품과 생산방식도 변화면서 차종·기업·국가를 둘러싸고 자동차산업의 치열한 패권 쟁탈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9. 중국의 첨단산업 제조거점化
지난해 10월 중국정부는 '제12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통해 신에너지, 친환경, 정보기술, 전기자동차, 신소재, 바이오, 첨단장비 등 7대 전략산업의 2020년 GDP 비중을 15%로 제고할 방침을 밝혔다.
이와 같은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 기술인력 수급 용이성 등을 바탕으로 중국의 첨단 기술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며 첨단산업에서 단기간에 글로벌 선도업체로 성장한 ‘도약형 중국기업’의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태양전지의 경우 2위, 5위, 6위, 9위가, 풍력터빈은 3위, 5위, 7위가 중국기업일 정도로 신에너지 분야에서 중국기업이 선도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국제특허출원 세계 1위, 전기차업체 BYD는 다임러와의 제휴로 고급설계역량을 확보하며 세계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제조를 담당하던 중국이 이제는 R&D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글로벌 R&D 혁신체계가 변화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기업이 세계시장에서 부상함에 따라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10. 글로벌 기업의 신흥국 시장 쟁탈전 격화
경제위기의 여파로 미국과 유럽의 금융기관은 심각한 재무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향후에도 파산 사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글로벌 제조기업은 위기 충격에서 벗어나며 실적개선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의 포드사가 2010년 3/4분기 순이익이 16억9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07년 역사상 최고의 분기 순이익을 달성했으며, 일본의 도요타, 혼다 등 7개 자동차회사와 도시바, 히타치 등 8개 전자회사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실적이 회복된 것에서 알 수 있다.
한편, 2010년 중 신흥시장에 주력한 글로벌 기업이 견고한 실적을 달성함에 따라 올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이 기대되는 신흥시장에서 글로벌 기업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제조기업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신흥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은 성장기회를 찾기 위해 신흥시장 M&A에 더욱 집중할 전망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