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 12일 양일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의 해법 마련은 실패했다.
 
그러나 나머지 의제에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 세계 경제의 주류에 진입하는 발판을 마련해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율 문제는 중국의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에 대한 반발 때문에 합의에 실패했다.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은 애초 우리나라가 고안해서 미국과 함께 제안한 것으로 환율 갈등을 환율 자체만 놓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경상수지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정 비율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세계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방안이다. 이는 중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무역으로 생기는 각국의 현저한 차이를 조정하려는 장치다.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제안됐으며,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GDP의 4% 이내' 같은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느냐가 최대 관심사였다.

그러나 수치를 명시하는 것에 대해 중국뿐 아니라 선진국인 독일과 일본 등도 반발하고 나서면서 합의가 난항을 겪었다. 특히 최근 미국이 6000억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 조치를 하면서 중국의 반발이 커졌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2일 서울 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 연설에서 "주요 기축 통화국들은 책임 있는 정책을 실행해야 하며 환율도 상대적으로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해 이번 정상회의 기간에 미국과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G20 회원국들은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고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경과를 논의키로 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나머지 의제에서는 좋은 성과를 이끌어 내면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조율 능력을 인정받았다. 개발도상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개발 의제는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도국에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금융안전망 역시 1997년과 2008년 두 차례의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절감한 필요성에서 나온 의제였기 때문에 신흥·개도국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