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 해외 현지 방영 통한 수출 활발

#1 경상남도 김해에 소재한 주방용품 회사 (주)해피콜(대표 이현삼). 이 회사는 지난 9월 30일부터 인도의 홈쇼핑 채널 '홈숍18’(HomeShop18)을 통해 해피콜 다이아몬드 후라이팬과 양면팬(뚜껑을 덮어 양면으로 굽는 직사각형 팬), 직화오븐을 판매했다. 지금까지 20여일 동안 총 6차례에 걸친 홈쇼핑 방영을 통해 1차로 수출한 1000세트(5200만원 어치)를 모두 팔았다.
 
#2 인천시에 소재한 살균청소기 업체 (주)부강샘스(대표 이성진)는 지난 8월 11일 일본 최대 홈쇼핑업체인 '자파넷다카타(Japanet Takata)'를 통해 침구살균청소기 레이캅을 선보였다. 첫 회분으로 준비한 500대(10만 달러 어치)가 14분만에 판매됐다. 부강샘스는 이보다 한 달 전인 7월에도 일본 후지TV를 통해 같은 제품을 700대나 팔았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해외 홈쇼핑 TV를 통한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년 전부터 개별업체가 해외 홈쇼핑 업체에 직접 납품해 직접 수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엔 국내 홈쇼핑 업체들이 유망 아이템을 발굴해 중소기업의 수출도우미로 나서기도 한다. KOTRA나 중소기업유통센터, 지방자치단체 등도 해외 홈쇼핑 업체와 제휴를 맺고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승부 = 앞서 사례로 든 부강샘스는 지난 8월 일본 홈쇼핑 채널인 자파넷다카타(이하 자파넷)에서 침구살균청소기 레이캅을 선보였다. 자파넷은 2008년 1371억 엔의 매출액으로 일본 TV홈쇼핑업계 1위의 위치에 올라섰으며 '쟈파넷 오타쿠(열성팬)'라는 말을 탄생시킬 정도로 일본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자파넷을 통해 한국브랜드 상품이 판매된 것으로 부강샘스가 처음이었다.

레이캅은 이날 방송에서 '헤라(모델명 AP-200)'라는 제품명으로 소개됐는데, 첫 회분으로 준비한 500대가 14분 만에 전량 판매됐다.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약 10만 달러에 달한다. 자파넷의 다카타 아키라 사장이 직접 출연해 레이캅을 소개한 점도 큰 화제가 됐다.

이 회사는 또 호주 최대 홈쇼핑채널인 'TVSN'에서도 4월과 5월 총 3차례에 걸쳐 레이캅을 팔았고, 첫 회 방송에서만 준비수량인 500대가 30분 만에 모두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홈쇼핑으로 크게 히트한 락앤락은 해외에서도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01년 미국 홈쇼핑 채널인 'QVC'에서 밀폐용기 5000세트를 모두 팔아치웠다. 2004년 3월 독일 'QVC'에서는 생방송 중 분당 466세트를 판매했고, 그해 5월 'TSV'에서는 '단일 판매 4만세트'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 회사의 신화는 중국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중국법인 전체 매출액 중 9.4%가 TV홈쇼핑을 통한 것이다. 금액으로는 5812만 위안(원화 약 100억 4300만원)이다. 올 들어서는 이 비율이 더 높아져 1분기 14.5%, 2분기 15.0%에 달했다. 중국 내 TV 홈쇼핑 방영업체도 2007년 10곳에서 2009년 14개로 늘었다. 올해도 2개업체가 추가됐다. 

한경희생활과학은 2007년부터 중국 동방CJ에서 스팀청소기를 판매해 왔다. 현재까지 중국에서 총 4만대가 팔렸다. 스탠드형 스팀다리미의 경우 2008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50만대가 판매됐다.

미국 최대 홈쇼핑업체인 'QVC'를 통해서도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브러쉬스팀청소기를 총 10만대 팔았다. 회사 측은 "미국 QVC에서 5월에 1회, 6월과 7월 각 2회씩 총 5회 판매방송을 진행했다"며 "특히 5월 첫 회분의 경우 '1일 최고 매출'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이 해외 TV홈쇼핑을 통한 수출에 잇달아 성공을 거두는 것은 탄탄한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뒤받침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유통센터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제품력, 해외시장 진출을 향한 노력과 의지 등이 이같은 성공의 비결"이라며 "해외 유통망이나 거래선이 갖춰지지 않은 중소기업들 가운데 해외 홈쇼핑에서 히트할 만한 자격을 갖춘 유망 아이템들이 많이 있어 이들을 해외 유명 TV홈쇼핑과 연결시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홈쇼핑 업체들도 끌어주고 = 국내 홈쇼핑TV인 GS샵은 인도의 홈쇼핑 채널 '홈숍18’의 3대 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홈숍18은 인도 최초의 24시간 홈쇼핑 전문채널로 뭄바이, 뉴델리 등 주요 도시와 인도 전역의 1200만 가구에 송출한다.

GS샵은 홈숍18을 통해 국내 (주)해피콜의 주방용품을 팔았다. 지난 9월 30일부터 6차례 방송을 통해 후라이팬과 양면팬, 직화오븐 1000세트를 매진시켰다.

이는 인도 홈쇼핑 시장에서 주방용품 평균 매출의 2배를 상회하는 실적인데다 국내 홈쇼핑보다 10~15% 비싼 가격임을 감안하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GS샵 측은 설명하고 있다. GS샵은 오는 11월, 해피콜 프라이팬의 2차 수출 물량 방송과 함께 국내의 타 중소기업 제품 방송도 계획하고 있다.

GS샵은 이보다 한 달 앞선 7월, 국내 주방생활 전문기업 코맥스와 공동 개발한 친환경 밀폐용기 '클로켄'을 미국, 싱가폴, 중국 등 해외 18개국에 12만개를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의 유럽 시장 진출이 확정되었고, 연내에 50여개국에 천만불 이상으로 수출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홈쇼핑의 성공을 수출로 이은 것이다. 코멕스의 해외영업담당 김건창 이사는 "GS샵 등 국내 홈쇼핑 판매 성공 사례가 해외 바이어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고 말하며, "GS샵으로부터 제공 받은 방송 녹화 테이프와 각종 마케팅 자료를 입점 상담으로 활용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고 밝혔다.

CJ오쇼핑도 국내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CJ오쇼핑은 지난 8일 중국합작법인인 동방CJ와 함께 한국의 중소기업유통센터와 손잡고 우리 중소기업 상품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동방CJ는 CJ오쇼핑이 2004년 중국 상해에서 상하이 미디어 그룹(SMG)와 합작해 설립한 홈쇼핑 회사로, 지난 해 매출만 한화 4200억 원. 중국 내 홈쇼핑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올해 초부터는 24시간 전용 채널을 확보해 취급하는 상품 및 매출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방CJ는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추천한 국내 우수 중소기업제품 중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제품을 우선 선정해 현지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MOU를 체결로 중소기업유통센터는 국내 우수 중소기업 상품을 동방CJ에 추천하고, 동방CJ는 이 중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선정해 판매할 계획이다.

앞서 동방CJ는 국내에서 잘 팔린 중소기업 히트 제품을 선별적으로 중국시장에 소개해 왔다. 작년 초에 CJ오쇼핑의 자기 브랜드(PB:Private Brand) 제품인 언더웨어 ‘피델리아’를 시작으로 국내 중소기업 히트 제품을 잇달아 소개해 호평을 받았다.

피델리아의 경우, 디자이너 이신우, 박윤정씨 등이 공동으로 만든 히트상품으로 중국 첫 방송에서 1000세트 전량 매진사례를 내는 등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이 중국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바 있다.

또 한경희 스팀청소기는 중국 시장에 전혀 없었던 새로운 아이템으로 주목받으며 4만대 이상 판매했고 침구 ‘에데니스’도 현지에서 기대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클래식 오리털 다운 이불은 높은 가격대임에도 2개월간 8000세트가 팔려나갔다.

동방CJ의 김흥수 총경리는“그 동안 의류, 언더웨어, 침구, 주방용품 등 CJ오쇼핑에서 성공한 국내 중소기업 상품을 동방CJ를 통해 판매해 왔으며, 일부 상품은 중국 소비자들에게도 크게 사랑 받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이번 MOU를 계기로 우수 중소기업 상품을 중국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소개해, 글로벌 상생 모델을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현대홈쇼핑은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유망 상품의 해외 수출을 지원, '철탑산업훈장'(2006년)과 '100만불 수출탑'(2007년)을 받기도 했다. 현대홈쇼핑은 비바홈쇼핑, 인도네시아 리포TV 등 외국 홈쇼핑 사에도 방송 콘텐츠를 제공했다. 미용제품, 생활용품, 의류 등 다양한 국내 중소기업 상품도 적극 수출했다.

롯데홈쇼핑은 대만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대만 모모홈쇼핑과 손을 잡았다. 한국 상품이 현지인의 관심을 모으면서 모모홈쇼핑은 해외 사업팀 내 한국 상품 전담팀을 별도 설치하는 변화도 이끌어냈다. 롯데홈쇼핑은 미용제품, 패션잡화, 생활용품 등 국산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서 제작한 방송프로그램도 수출 상품 중 하나다. 모모홈쇼핑의 한국 상품 비중은 지난해 총매출 대비 12%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