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럽 대륙의 보물을 계속하여 찾아보겠습니다. 이번에는 국토는 우리의 40분의 1, 인구는 우리의 100분의 1밖에 안 되지만 1인당 국민소득 세계 1위인, 작지만 탄탄한 나라 룩셈부르크로 갑니다.

요새처럼 생긴 룩셈부르크 전시관 입구에는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아름다운 여성상이 3미터의 철제기둥 위에 서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바로 룩셈부르크의 국보급 문화유산이자 엑스포 사절인 ‘황금여신상(Gella Fra, Golden Lady)’입니다. 역시 황금빛 월계관을 들고 있는 그녀는 짙은 커피색 특수 철강을 사용한 룩셈부르크관을 배경으로 더욱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있는데요, 철강은 이 나라를 부강하게 해 주는 대표산업 중 하나랍니다.

높이 3.1미터, 무게 1.5톤인 이 황금여신상은 1923년 유명 예술가인 클라우스 시토에 의해 만들어진 이후 첫 해외 나들이를 이곳 상하이로 잡았습니다. 원래 그녀는 룩셈부르크 시내 헌법광장 중앙의 1차 세계대전 전몰자 위령탑 위에서 마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전사자들에게 씌워주기라도 하려는 듯 두 손으로 월계관을 들고 나라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답니다.

천년의 역사를 지닌 룩셈부르크는 그 지정학적인 위치로 인해 스페인, 프랑스,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사이에 끼어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400년 동안 20차례 이상 파괴와 재건이 되풀이되는 수난을 겪었지만, 그 결과 유럽 제2의 요새도시이자 아름다운 관광도시를 건설하게 되었구요. ‘북구의 지브롤터’ ‘천공의 도시’라고 불리기도 한다네요. 룩셈부르크 곳곳에 있는 요새와 고성에는 열강 사이에 끼여 있는 소국의 항쟁과 고뇌에 찬 역사의 흔적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룩셈부르크의 돌담에는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보존하기를 원한다’라는 말이 씌어 있답니다. 어쩌면 ‘황금여신상’은 가진 것이 많은 나라, 그리고 그것을 지키고 싶은 나라 룩셈부르크의 수호신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동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체코로 가 보겠습니다.

먼저 옛날 이야기 하나 들어보시겠어요? 체코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왕인 까렐 4세의 아들인 바츨라프 4세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왕비인 소피아가 프라하 교구의 주교였던 얀 네포묵 신부에게 자신이 외도를 했다는 내용의 고해성사를 했답니다. 이를 우연히 엿들은 신하 한 명이 왕에게 고자질했고, 왕은 신부에게 고해성사의 내용을 물었지만 신부는 끝까지 비밀을 지켰다고 합니다. 그 결과 네포묵 신부는 혀가 잘린 채 까렐 다리에서 강물 속으로 던져지고 맙니다.

그러나 네포묵 신부는 1683년 요한 브로코프와 헤롤드에 의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인 프라하 까렐 다리 위 청동상으로 되살아났습니다. 다리의 양측 돌난간에는 20여 미터마다 서로 마주보고 서 있는 31개의 조각상과 그에 딸린 부조가 있는데요. 이들은 대부분 성경과 전설 속의 장면들이라고 합니다. 까렐 다리는 까렐 4세에 의해 만들어졌는데요, 중세의 점성술에 따라 가장 성스러운 날, 행운이 깃드는 시간인 1357년 7월 9일 5시 31분에 초석을 놓았다 하죠. 다리의 길이는 520미터, 폭은 10미터로 보행자 전용 다리구요. ‘야외 바로크 박물관’이라고도 불리는데, 특히 낭만적인 분위기 때문에 ‘사랑이 이루어지는 다리’라고도 합니다.

네포묵 신부는 체코의 ‘행운의 신’이자 까렐 다리의 수호성인으로 불리는데요. 사람들은 네포묵 신부 조각상 밑의 부조를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습니다. 왼쪽의 개를 만지면 프라하에 다시 오게 된다고 하며, 오른쪽의 성인의 혀를 만지면서 소원을 빌고 3년간 발설하지 않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까렐 다리는 언제나 노점상, 거리의 예술가,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어 다리가 무너질 정도라고 하는데요. 다리의 수호성인인 네포묵 신부가 있어 굳건히 버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체코관에서 행운의 청동 부조상을 만져보긴 했지만,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까렐 다리 위에서 다시 한 번 만져보고 싶네요. ‘네포묵 신부님, 제가 갈 때까지 다리를 잘 지켜주세요~!’라고 마음 속으로 부탁해 봅니다.

체코관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보물은 ‘지혜의 눈물’입니다. 순금 1톤으로 만들었지만 그 완성품은 속이 비어 있어 1톤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눈물의 무게를 알아맞히면 거액의 상금을 준다고 합니다. 이 눈물은 500명 중 1명의 관람객에게만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허용된다지만, 저는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는 안내원과 친해져서 가까이에서 보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답니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영혼을 기리는 룩셈부르크의 아름다운 황금여신, 그리고 신념을 지키다 스러져간 체코의 네포묵 신부 동상은 각기 그 나라의 정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며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또 국민의 수호천사이자 관광객들에겐 행운을 선사하는 넉넉함도 간직한 보물들이지요. 이렇게 각 나라의 마스코트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채 고향을 떠나와 이곳 상하이 엑스포를 묵묵히 빛내고 있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벨기에-EU관과 뉴질랜드관으로 보물을 찾아 떠나봅니다. 엑스포 단지에서 보물찾기, 제4탄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