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외교문제 해결 기미 안보여 무역_건설업체 불안
이란, 미국의 무역제재로 사실상 교역 중단... 피해 눈덩이
 
중동시장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진원지는 리비아와 이란이다. 국정원 직원의 스파이 혐의 추방으로 촉발된 리비아 사태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 동참, 그리고 이란의 보복 등으로 무역업계는 긴장감 속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란은 한국 기업의 중동 지역 최대 수출시장이고 리비아는 사우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해외건설 시장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에 미칠 파급효과는 적지 않을 것을 전망된다. 
 
◇리비아 외교관계 및 교역 단절 위기 = 리비아 정부가 현지에 주재하고 있는 한국 외교관에 대해 스파이 혐의를 적용, 지난 6월 추방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양국간 외교관계가 악화됐다. 주한 리비아 경제대표부의 업무는 사실상 지난 6월 18일부터 중단됐으며 23일 리비아 정부의 지시에 따라 3명의 직원이 본국으로 철수했다. 현지 국내기업은 주한 리비아 경제대표부 철수로 인한 상품 선적 지연 및 리비아 입국 비자 취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현지 진출 건설사를 중심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와 관련, 리비아 당국의 행정처리 지연 현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7월 29일 KOTRA 트리폴리 KBC에서 바이어들에 직접 문의한 결과, 오더를 발주하고 있으며 도착 화물에 대한 통관도 추후 서류 보완 조건으로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또한 7월 28일 트리폴리 KBC 지사화 업체 ‘엘피스 코퍼레이션’ 사의 트리폴리 도착 화물(2컨테이너 분량의 자동차 밧데리)이 정상적으로 통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대표부 철수로 인해 비자 취득에 어려움이 있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지 거래 업체를 통해 초청장을 받아 공항에서 입국하는 방법, 현지 통관을 위해 일정금액을 추가로 현지 세관에 예치하고 통관-영사 업무 재개 이후 서류를 보완하고 예치금을 돌려받는 방법이 있다. 충북무역사절단(7.10~12)7개사는 7월 1일 트리폴리 상의로부터 초청장을 입수해 입국비자 발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한 리비아 경제대표부 영사확인 없이 대이란 수출품의 통관이 가능하다. KOTRA는 7월 8일 트리폴리 세관과 합의 한국산 수입물품 통관에 대해 리비아 전역의 국제항 및 국제공항 통관이 가능토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프로젝트 수주의 진행 관련해서는 특별한 자구책 없이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정부는 현재 국내언론에 과다한 보도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양국정부간 실무협상을 통해 문제를 조율하고 있는 과정에서 국내언론의 과다한 보도는 오히려 현지 진출 국내기업의 프로젝트 수주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것. 실제로 최근 13억9000만 달러의 ‘트리폴리 서부 발전소’ 건설 계약을 체결한 현대건설은 국내 언론의 과다한 보도가 발주처로부터 계약취소 등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리비아, 사우디에 이은 제2위 해외건설시장 = 1977년 리비아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2009년 말 현재 총 325억 달러를 수주함으로써 리비아는 사우디(660억 달러)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2위 해외건설 시장으로 부상했다. 또 1970년부터 1980년대 대수로 등 토목분야 수주 붐을 지나 한동안 뜸하던 건설·플랜트 프로젝트 수주는 2000년대 말부터 호황세를 누렸다. 주요 수출품목으로는 승용차, 건설중장비, 공업용밸브, 선박 등이며, 참치 및 어육 등을 주요 수입하고 있다. 또 합작회사 설립, 유전개발 등 투자진출한 것이 총 4건이며, 금액으로 따지면 2억3000만 달러 규모다.
 
◇사실상 대이란 교역 중단... 이란서 보복 위협 = 미국의 이란제재법이 7월초 발효되면서 한국에서도 지난 7월 8일 이란에 대한 신용장(L/C)을 중심으로 한 어음 거래가 막힌 데 이어 지난 7월 17~18일 달러화 현금 거래까지 막혔다. 어음거래에 이어 현금 거래까지 막히자 정부는 이란 수출기업에게 제3국 계좌를 만들어 거래할 것을 권고했다. 일부 대기업들은 일본 은행이나 이란 소형 은행을 통해 이란 무역의 명맥을 이어갔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해결책이 못됐다.

이란과 무역이 막히자, 한국 자동차부품, 철강, 정유 산업이 가장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현대·기아차는 대이란 제대조치와 관련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1일부터 이란 수출을 중단했다”며 “수출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란이 작년에 조립생산한 자동차는 140만대 규모로, 한국 자동차 부품사들에게 적지 않은 시장이다. 이란 자동차산업은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형태로 발전해, 한국 자동차부품업체들과 철강기업들이 주요 수출처로 삼고 있다. 

또 이란제재법 발효 이후 이란과 교역하던 수출 중소기업의 31.5%가 현재 수출거래를 중단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달 28일부터 30일까지 수출중소기업 72개사를 대상으로 ‘대(對)이란 수출중기(中企) 피해 및 대응현황 실태’를 조사한 결과로 이는 한 달 가량 지난 시점에서 이란과의 수출이 중단된 업체가 전체 응답 업체의 1/3에 육박할 만큼 피해가 심각하게 가시화 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조사 참여업체 중 이미 56%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고 피해예상 업체도 34.7%나 달했다. 

특히, L/C를 활용하고 있는 업체의 피해발생률은 59.7%로, T/T 등 송금방식 활용 업체 피해발생률 40.3%보다 피해가 컸다.(L/C 49%, T/T 등 송금방식 47.1%)
수출 중단에 따른 당장의 피해도 문제지만 앞으로 언제까지 진행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 등 대책을 모색 중이지만 이 또한 새로운 거래처 발굴부터 기존 거래서의 관리 문제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게다가 중국은 이란 제재에 찬성하고도 이란과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있어,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피해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모하마드 레자 라힘 이란 부통령은 지난 9일 “한국은 미국의 제재에 참여하면서 계속 이란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며 “한국은 혼날 필요가 있으며  관세를 200%로 올려야 한다”고 우리 정부에 경고한 바 있다. 

▶수출 20위, 수입 14위의 교역대상국 = 이란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24위 수출대상국(39억9200만 달러)에서 올들어 5월말 현재 20위의 수출대상국(21억3천만 달러)에 올라 있다. 수출증가율이 올들어 5월말까지 55%를 기록하는 등 이른바 '유망시장'이었다. 수입은 지난해 57억4600만 달러에서 올들어 5월말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늘어난 33억73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4위의 수입대상국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이란 수출은 자동차나 자동차 부품, 철강재, 합성수지가 많고 수입 품목은 원유와 나프타, 알루미늄 등 원료가 대부분이다.
 
◇'경제외적' 요인으로 무역이 피해 = 이란과 리비아 사태는 경제외적인 요인으로 시작해 국내 무역에까지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상사는 이미 이란과 무역을 중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이란 제재 한 달 동안 한국 기업이 입은 피해만 3만 달러에 이르고 이란과 거래 중인 중소기업 56%가 피해를 봤다고 전해진다. 특히 GS건설은 지난해 10월 이란에서 수주한 1조4000억원 규모의 가스탈황시설 공사계약을 파기당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와 이란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 우리 건설업체는 모두 23개사, 물량으론 57건이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110억 달러며 이미 진행된 공사를 제외한 시공잔액은 91억 달러, 우리돈 10조7380억원(환율 1180원 기준)에 이른다. 여기에 향후 신규수주 피해와 그동안 중동이 우리나라 해외건설의 주요시장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 피해액은 수십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뚜렷한 해결책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에 적극적인 이란제재 동참을 요구하고 있고 리비아는 한국의 외교적 해명과 해결 노력에 여전히 냉담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