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 속에서도 국내 수출이 선전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1일 ‘최근 한국 수출의 善戰요인과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금융위기로 지난 해 국제 교역이 전년 대비 12.2% 감소했으나 지난 해 국내 실 수출액은 오히려 전년 대비 0.04% 증가했다. 또 경기 침체기인 2007~2008년에도 한국 수출의 연간 증가율은 세계 교역량 증가율의 2배로, 타국에 비해 빠른 수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한국의 높은 무역의존도를 고려할 때, 지난 해 세계 교역량이 12.2% 감소했음에도 한국의 실 수출액이 전혀 감소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 선전이다.

이러한 요인으로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고성장 신흥국 시장 공략에 성공 ▷고환율 이점 활용 ▷부품·소재 산업 수출의 성장 등을 꼽았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부품·소재 산업 수출의 약진과 더불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공략에 성공한 힘이 컸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신흥국에 대한 수출 확대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주간무역>에서는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된 보고서를 토대로 국내 수출의 선전요인과 시사점에 대해 정리한다.

 
◇최근 한국 수출의 선전요인
최근 한국 수출의 선전 요인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높은 성장을 하고 있는 신흥국 시장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2000년대 후반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보다 높은 경제성장세를 보였으며, 이에 따라 세계 교역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 해 세계 경제규모는 0.6%축소됐으나(PPP 기준), 신흥국은 2.4%의 성장세 유지했다. 전년 대비 중국 8.7%, 인도 5.7%, 아세안 1.7% 성장하는 등 신흥국들이 세계 경기 회복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교역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33.4%에서 지난 해 40.5%로 크게 증가했다.

고성장 신흥국에 대한 절대적 수출 확대, 상대적인 수출 규모 증가로 한국 수출의 신흥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상승했다. 2005년부터 2009년 사이 신흥국의 총수입액에서 한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67%로, 2000년부터 2004년까지의 4.22%에 비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흥국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한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커지면서 한국 수출에서 대신흥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증가했다.(2005년 55.9%, 2009년 67.3%) 2000년부터 지난 해 까지 한국의 대신흥국 수출액은 228.2% 증가했는데 이 중 209.5%p는 신흥국 시장 자체의 확대가, 18.7%p는 한국의 신흥국 시장 점유율 확대가 기여했다.

두 번째, 고환율의 이점을 활용한 점이다.
지난 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276원으로, 2008년에 비해 원화 가치가 13.6% 낮게 유지됐다.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07년 연평균 929원/달러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지난 해 3월 3일에는 1574원/달러까지 상승했다. 지난 해 12월 31일 달러당 1168원까지 다시 하락하기는 했으나 연중 전반적으로 고환율을 유지했다.

지난해 달러뿐만 아니라 엔화, 유로화, 위안화 등 다른 주요통화도 고환율을 유지했다. 지난해 원화의 달러 대비 월별 실질실효환율 평균은 1달러당 1028원으로 연평균 환율 1270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고환율로 인해 원화표시 수출단가를 유지하면서 외화표시 수출단가 인하가 가능해 수출물량 유지에 기여하고 수출기업 채산성 악화를 방지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가 불황을 맞으면서 수요가 크게 감소해 지난 해 수출단가 하락 압력을 가중시켰다. 전 세계 교역에서 지난 해 수출 단가가 전년 대비 10.6% 하락했으며, 한국의 경우 달러표시 수출단가가 2008년보다 16.5% 하락했으나,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15.8% 상승해 원화표시 수출단가의 하락은 미미했다. 이에 따라 2009년 중 달러표시 경상수출액은 전년 대비 13.9% 축소됐으나, 원화표시 경상수출액은 0.76% 축소되는 데 그쳤다. 지난 해 수출단가지수가 전년 대비 16.5% 하락하면서 수출물량 감소를 방지해 지난 해 수출물량지수는 오히려 0.6% 상승했다.

이로 인해 수출기업의 채산성 유지로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고용 조정이 다른 선진국들 보다 상대적으로 소폭에 그쳤다. 이것은 경기 하강 시 발생하는 민간소비의 급격한 하락을 방지해 내수 회복에도 긍정적 효과를 줬다.

세 번째, 부품·소재 산업 수출의 성장이다.
한국 수출에서 부품, 소재 등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해 2010년 1/4분기에는 최초로 총수출의 50%를 초과했다. 2010년 1/4분기 부품·소재 수출액은 517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액 1014억 달러의 50.9%를 차지했다. 또한 2010년 1/4분기 총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6.2% 증가한 데 비해, 부품·소재 수출은 54.8%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관련 전자부품과 자동차엔진 등 자동차부품의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지며 부품·소재 수출의 증대를 주도했다.

세계경제 회복세에 따라 수출품 수요가 증가할 때, 최종재 뿐만 아니라 부품 및 소재까지 수출하면 우회 수출이 가능해져 추가적인 수출 증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중국의 최종재 수출이 증가할 때 한국의 대중 부품·소재 수출이 함께 증가하는 것이 우회 수출의 좋은 예다.
 
◇한국 수출의 선전으로 보는 시사점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기 회복기에도 당분간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수출기업들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신흥국에 대한 수출 확대 노력을 강화해 총수출 증대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을 유지하면서, 새롭게 부각되는 소비시장으로서의 중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현재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 중인데, 한국의 대중 수출 중 소비재는 지난 해 6%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막대하다.

또한 인도, 아프리카 등 기존에 진출하지 않았던 새로운 소비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인도는 2008년 7.3%, 2009년 5.7%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10년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에 관해서는 향후 저환율 기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2010년에는 환율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됨으로 지난해 고환율에 따른 가격경쟁력 유지 효과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100원으로 전년 대비 원화가치가 16%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므로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 악화에 대비해 품질 및 서비스 등 비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품·소재 산업은 고부가가치화를 촉진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부품 및 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한다. 2008년에는 반도체 및 전자부품 산업 부가가치율 24.9%, 자동차 부품 33.7%, 액정표시장치 35.5% 등으로 부품·소재 산업이 제조업 평균 21.4%보다 높았다. 그러므로 부품·소재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등을 통해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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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배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