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물자 자율준수체제(CP, Compliance Program)로 무역 리스크 대폭 경감

<사례1> 2007년 국내 유명 플랜트 건설업체인 H사는 미국의 거대 발전기 공급업체와 주요 전략물자 해당 품목에 대해 납품계약을 체결하려고 했다. 미국 납품업체측은 H사가 내부 절차나 시스템을 통해 전략물자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는지 여부를 증명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당시 H사는 전략물자를 관리할 수 있는 체제 구축단계여서 결국 同 납품업체와의 물품공급계약이 무산됐다. 이후 H사는 전략물자 자율준수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게 됐고, 지금은 잘 갖추어진 CP 시스템을 기반으로 전략물자 거래 뿐 아니라 거래선 관리까지를 포함하는 전사적 보안 관리를 하고 있다.
 
<사례2>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 제조업체인 A社는 2007년 미국회사와 반도체 수탁가공 수출계약을 체결하고자 했다. 미국측은 반도체 제조용 핵심 원재료인 웨이퍼가 전략물자인 까닭에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거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A社는 정부로부터 자율준수무역거래자로 지정받은 사실을 입증하여 계약을 성사시켰다.
 
1. 자율준수무역거래자 지정 제도
 전략물자 자율준수체제(CP, Compliance Program)란 기업이 수출통제법규를 준수하기 위하여 전략물자의 수출관리에 필요한 조직, 규정, 거래심사, 교육, 감사 등의 체제를 갖추고 전략물자 해당여부 판정, 수출허가 신청 등 기업이 자율적으로 수출통제를 이행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CP를 도입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법규위반에 따른 경영상 리스크 예방이다. 특히 전략물자를 취급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전략물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불법수출을 하게 된다면 법적인 제재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 실추 등 유무형의 손실을 입게 된다. 또한 전략물자를 취급하지 않더라도 이란, 파키스탄 등 우려국과 거래하거나 최종사용자 및 최종용도가 의심스러운 경우에도 허가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최근 사법당국을 통해 전략물자 불법수출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강화되고 있으며, 국내 유수기업들도 법규 위반에 따른 처벌로 경영상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어 기업의 CP이행에 대한 필요성은 점차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수출기업이라면 전략물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불법수출로부터 스스로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CP를 갖추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CP는 기업이미지 제고와 사업기회 발굴을 위해서 무역기업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할 필수 요소이다.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의 중견 이상 기업은 CP구축을 당연시하고 있어, CP는 글로벌 무역에 있어서 스탠다드화 되어가는 추세이다. 실제로 GE, 보잉사, 인텔, IBM, Fedex, 모토로라, 히타치, 파나소닉, 샤프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적 기업들은 모두 CP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은 수출통제 관련법을 비(非)의도적으로 위반할지라도 철저히 정부에 자진 신고토록 하는 내부규정을 갖추고 있을 정도이다. 또한, 이들은 투명한(Clean) 경영정책을 추구하기 위해 안전한 거래를 보장할 수 있는 신뢰성 높은 무역 파트너를 선호하고 있으며, CP는 그 주요한 조건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선진국과 거래하고자 하는 기업은 조속히 CP를 구축하여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준수무역거래자 지정 요건>
-전략물자 해당여부에 대한 판정 능력
-수입자 및 최종 사용자에 대한 분석 및 사용용도 파악 능력
-자율적인 수출관리기구의 구축 및 운용 능력
-전략물자 수출허가기관의 협조체계 구축
 
<자율준수무역거래자 지정 혜택>
- 포괄수출허가 혜택 (수출 지역에 따라 2 ~ 3년간 전략물자 자율적 수출가능) 
- 수출허가 간소화 (허가 신청시 첨부서류 면제), 중개허가 면제 등

2. 다양한 업종과 분야로 확산되는 전략물자 자율준수체제
  최근 수출통제 강화로 인해 전략물자와 관련된 모든 물류 공급사슬(Supply Chain) 당사자가 통제되고 있다. 단순히 전략물자를 운송한 경우에도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수출업체가 아닌 창고, 운송업체 등 공급사슬에 속해있는 모든 기업들은 전략물자 관리가 필요하다. 전체 공급망관리 차원에서 해외의 업체들도 운송업체의 CP도입을 거래조건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그 간의 CP 지정동향을 보면, 종전에는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주로 지정받았으나, 최근에는 중견 제조업체 및 물류업체로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09년도에는 2개의 물류업체가 자율준수무역거래자로 지정되었다. 이는 외국기업이(주로 제조업체) 국내에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 물류업체를 수출자로 지정하여 우리나라의 자유무역지대(FTZ)를 통해 아시아 물류허브창고로서 기능을 수행토록 하는 사업모델이 활성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업모델에서 전략물자를 취급하는 외국기업은 물류업체를 사업파트너로 선정할 때 전략물자 관리능력을 매우 중요한 평가요소로 본다. 실제 운수업체 S사는 ASML이 전 세계로 부품을 배송하는 글로벌 허브창고(GDC: Global Distribution Center)로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역(FTZ: Free Trade Zone) 공항물류단지를 선정하면서 GDC의 운영을 위탁할 물류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에 참가하였다. 이에 S사는 1년 6개월의 준비과정을 통해 CP업체로 지정을 받아 취급제품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전략물자의 원활하고 신속한 국내외 배송능력을 입증하여, DHL, UPS 등 유수의 물류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ASML의 GDC 운영자로 선정됐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공작기계, 반도체, 생화학 제품, 무역상사, 플랜트 건설, 물류 업체 등 CP를 채택하는 산업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기업의 대외 신용도 유지와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CP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제조, 무역, 물류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3. 국내의 자율준수체제 인지 및 도입 현황
 
 하지만 강화되고 있는 전략물자 수출통제와 글로벌 무역시장을 중심으로 증대되고 있는 CP 구축에 대한 필요성에 비해 아직까지 우리나라 기업의 CP 도입 수준은 낮다. 지난해 전략물자관리원에서 약 1,000여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약 78.2%가 전략물자관리제도에 대해 알고 있지만 그 중 52.5%만이 CP에 대해 알고 있다고 밝혔다. 2004년 처음 CP가 구축된 이래 현재까지(5월 말) 지식경제부로부터 자율준수무역거래자로 지정받은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하이닉스 반도체 등 104개이다. 미국(4000여개 기업), 일본(1400여개 기업) 등과 같은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이다. 여전히 우리 기업인들의 무역규범에 대한 부정적 견해와 영업상의 실익을 가져오지 않는 ‘사회적 윤리(Social Ethics)’에 대한 낮은 인식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역규범에 대한 무지 또는 무관심으로 더 큰 경영상의 위험에 처하게 된 기업의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티타튬 가공 엔지니어링 업체인 T사는 2005년부터 2006년까지의 전략물자인 티타늄 튜브를 무허가 불법 수출한 건에 대해 경찰 및 검찰 조사를 받았고, 지식경제부로부터 수출금지 1년이라는 행정처분 예고통고를 받았다. 고의적인 위법은 아니었지만 안보유지를 위해 국제적으로 통제되고 있는 전략물자를 무허가로 수출했다는 혐의에 대한 처벌은 면할 수 없었다. 하지만 T사가 곧바로 전략물자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CP구축을 통해 자율준수무역거래자 지정을 받게 되자, 실제 처분기간이 단축될 수 있었다.

4. 자율준수무역거래자 지정 혜택
   자율준수무역거래자 지정제도는 기업이 CP구축을 통해 안전한 수출입거래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행정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국가들이 운용하는 CP등록제(기업이 자체적으로 CP를 구축하고 정부에 등록만 하는 시스템)와는 달리 우리 기업이 CP를 도입하면 정부의 심사를 통해 공식적인 CP기업으로 지정받게 된다. 이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CP를 도입하기 보다는 기업이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CP를 운용하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할 뿐 아니라, 정부 인증을 통해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CP기업이 되기 위한 절차가 까다로운 만큼 CP운용을 위한 지원과 보장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또한, CP지정을 받은 기업은 사전 1회 허가로 최대 3년 이내 기간 동안 허가 없이 전략물자의 반복 수출이 가능하며, 개별 수출허가 신청시에도 관련 서류 제출이 면제된다. 즉, 전략물자 취급업체가 CP를 도입하게 되면 전략물자 수출업무가 훨씬 간소화될 수 있다. 더불어 T사의 경우처럼 비의도적으로 전략물자 수출통제 관련법을 위반한 업체는 CP운영에 대한 노력을 감안하여 처벌을 경감해주고 있다.
 
5. 자율준수체제 확대를 위한 기업과 정부의 노력
 무엇보다 우리 기업은 당장의 경영상의 이익을 가지고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략물자 수출관리에 무관심하다가 예기치 못한 불법수출에 연루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으로 CP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예방 차원에서의 CP도입을 통해 선제 방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기업은 이제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통해 무역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업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CP를 통해 우리 기업이 안전하게 무역활동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보장할 것이다. 정부는 기업의 CP도입을 확대하여 2015년까지는 대부분의 전략물자 취급업체가 CP를 도입하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CP기업에게 전략물자 수출 자율성을 더욱 확대하고, 관세청과 협의하여 통관과정을 신속하게 하며,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포상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인센티브 강화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략물자관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