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기업 관심無…정부지원無 말로만 친환경물류인가

수출의 처음과 끝을 담당하는 포장. 그러나 정작 기업들은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물류는 포장에서 시작해서 포장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성된 제품의 물류이동을 위해서는 포장이 필수이며 제0품이 최종 화주에게 도착해 포장이 해체되면서 비로소 물류의 기능이 끝나기 때문이다.

포장이란 물품의 수송, 보관, 취급, 사용 등에서 그 가치와 상태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재료, 용기 등을 시행하는 기술 또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국내 물류 포장은 가치와 상태를 보호하는 기능과 중요성을 잊은 듯하다.

◆포장물류기술 갖춘 기업 10%에 불과

지난해 연세대학교에서는 물류체계 분류에 따른 영역별 국내 기술 수준과 선진국과의 격차를 알아보기 위한 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운송기술을 갖춘 업체는 전체 42%로 가장 높았으며, 보관 기술을 가진 업체는 32%로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비해 포장 물류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10%로 가장 적었다. 대부분의 기업이 포장 기술에 대해 아웃소싱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세대학교 김재능 교수는 “기업들이 제품개발 및 마케팅 비용에는 큰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물류의 근간인 포장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재 값은 20년 전과 비교해 500%정도 올랐지만 포장비는 거의 같은 수준”이라며 “이는 포장이 점점 부실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포장업계 관계자도 “포장 때문에 생기는 클레임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그러나 포장에 대한 기술적 해결은 뒷전이고 클레임이 발생하면 다른 포장 업체로 바꾸는 등 포장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설명했다.
 

◆화주·물류기업 “무조건 싸게”

“포장비가 100만 원이라고 이야기 하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묻지, 왜 100만 원이 드는지 이유를 묻는 기업이 없습니다”

화주․물류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위해 포장비용을 낮추는 것도 포장기술의 발전에 문제가 되고 있다.

포장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친환경 물류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포장이다”며 “그러나 화주기업의 경우 가격경쟁력을 위해 포장을 무조건 싸게 하려고 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포장 기술 개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주를 받은 포장업체는 싸게 할 생각만 하지 기업을 위해서 기술개발 하는 경우는 드물다. 전문가들은 “국가에서 진정한 친환경 물류정책을 이끌어 나간다면 포장업계에 가장 큰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대포장 줄이면 29% 물류비 절감

물류비 절감 측면에서도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요인으로 포장이 부각되고 있다. 물류과정에서 포장은 수송, 보관, 판매, 재활용까지 포함되는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판매와 이익을 최대화 하면서 물류비를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장 업계 관계자는 “수출포장의 경우 과대포장을 줄인다면 포장비의 29%정도가 절감된다”며 “실제 물류비로 따지면 더욱 많은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택배의 경우에도 비용절감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 업계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택배의 경우 정해진 박스에 제품을 맞추는 형태가 되고 있다”고 말하고 “박스 공간에 데드 스페이스가 많아 그 공간에 충진제를 넣는데 이것은 쓰레기를 만들게 된다.
 
또 제품을 재포장할 필요가 없는 제품도 포장을 하기 때문에 이중 포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즉 과대 포장과 이중 포장을 줄이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어 그는 “포장이 잘되면 적재율 향상과 눈에 보이지 않는 클레임 감소로 인해 그에 들어가는 비용이 절감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나 몰라라’…자금 및 전문가 육성 시급

최근 포장물류기술 업체를 대상으로 정부 지원 정책별 중요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금 지원이 1순위 대답 41%, 2순위 22%, 3순위 7%로 가장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 시설과 장비지원도 각각 23%와 21%를 차지해 두 번째로 시급한 문제로 분석 됐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은 찾아볼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원시스템에서도 포장에 대한 부분은 없다”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포장기술의 전문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입 부분의 경우 담당자들이 과대 포장인지 과소 포장인지 알지 못한다. 이는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포장기술 전문 인력의 양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포장이 필름 쪽에 치우치다 보니 산업 포장 쪽에 전문가가 없다”며 “정부에서 직접 나서 전문 인력의 양성을 통해 물류 시장의 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