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확대되고 있는 중일기업간 M&A는 하드웨어 강자인 중국기업과 소프트웨어 강자인 일본기업이 합쳐진 골리앗기업의 탄생을 예고하는 바, 가장 큰 영향을 받을 한국기업으로서는 대응전략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원장: 이경태)가 발표한 보고서 ‘최근 확대되는 중일기업간 M&A 사례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중일기업간 M&A 사례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인수자인 중국기업 뿐 아니라 피인수자인 일본기업의 인식 변화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일본에서는 기업을 조직공동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기업을 물적대상으로 보는 구미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M&A 성사 사례가 적었다. 더욱이 인수기업이 중국기업이라는 점은 일본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공중증(恐中症:중국을 두려워하는 증상)을 감안할 때 최근 M&A에 대한 일본사회와 기업의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성사된 중국기업의 일본기업 M&A의 대표적 사례 4건을 보면, 먼저 중국 가전양판점 업계 1위인 수닝전기가 일본의 동종업계 10위인 라옥스를 작년 6월 인수했다. 이는 수닝전기가 보유한 중국 내수유통망과 라옥스의 판매 노하우가 결합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중국의 최대 IT 기업인 렌상그룹 산하 디지털차이나가 일본의 동종업계 SJI를 인수한 경우로, 렌상그룹이 갖고 있는 중국 국유기업 판매채널과 일본의 IT 고급기술이 결합된 사례다. 세 번째는 금년 1월 자동차부품 업계에서 닝보원성이라는 중국기업이 일본의 닛코전기공업을 인수한 것으로 중국기업의 저비용 생산기술과 일본의 우수한 품질기술력이 합쳐져, 향후 환경차 부품의 공동개발을 목표로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투자회사가 일본의 혼마골프를 인수한 사례로 중국의 막대한 자금력과 일본의 브랜드가 합쳐져 중국 상류 부유층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일기업간 M&A 사례 4건을 종합해보면, 먼저 중일기업 모두 향후 수요급증이 예상되는 중국 내륙시장 진출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써 서로를 선택했다. M&A를 통해 중국기업이 보유한 경쟁력(자금력, 중국 유통망, 국유기업 판매채널, 저비용 생산기술)이 일본기업의 경쟁력(기술력, 브랜드, 마케팅 능력)과 결합하면서 막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향후 중국기업의 일본기업 M&A 사례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기업 역시 일본기업을 적극적으로 M&A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일본에서는 후계자 부재 문제로 폐업하는 업체가 매년 약 7만여개에 달하고 있는데, 이들 중 기술력 높은 업체를 중심으로 한국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야 한다. 이 때 한국기업은 일본 중소기업에게 국내의 가전, 자동차, IT 분야 글로벌 탑기업들 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관련분야에 두텁게 포진해있는 국내 중견기업들과의 풍부한 비즈니스 기회와 함께 해외시장 개척 노하우 전수 등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이는 중국기업이 내세우는 ‘내륙시장 진출’ 협상 카드와 차별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M&A 이후에는 양 기업간 조직문화의 조화 등 유기적인 경영 프로세스 형성이 중요하므로 자본의 논리 보다는 ‘和’를 중시한 기업 통합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차원에서는 기업들의 글로벌 M&A 활성화를 위한 M&A 지원인프라를 강화하되, 기술유출 등의 리스크 및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정책마련이 필요하다. 또 중일기업간 M&A는 한국기업에게 강력한 위협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글로벌 M&A에 관한 중국, 일본기업의 움직임을 수시로 체크하는 한편, 고품질 기술개발을 통한 제품차별화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