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년 종이관행 탈피, 전자무역 신세계 열다

무역업무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 종이서류를 근거로 한 전통적인 무역방식이 전자문서 기반의 전자무역 프로세스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무역서류는 인쇄된 종이양식에 필수 기재사항을 기재하고, 회사의 인장이나 책임자의 서명이 날인된 것을 의미한다. 지난 1천여 년 동안 지속된 이러한 관행과 관습이 전자무역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무역은 격지간의 거래라는 특성상 서류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분야다. 수출자와 수입자는 계약체결 후 직면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계약내용의 이행을 입증하는 여러 가지 서류를 요구하며, 이에 따라 무역거래는 서류거래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무역량 증대와 새로운 대금결제 방식의 도입으로 무역업계의 서류작성 부담은 크게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무역의존도가 높고 연간 7천억불 규모의 무역거래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무역서류 작성 및 유통과정의 확보는 하나의 과제가 되고 있다.
 
전자무역의 도입은 증가하는 무역서류의 작성 및 유통부담을 줄이고 전자무역을 통하여 효율성을 제고, 새로운 국가경쟁력의 모티브를 확보하는 것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90년대 초 전자문서교환(EDI) 방식의 무역자동화 업무 도입에 이어 2천 년대 인터넷 기반의 국가전자무역시스템인 유트레이드허브(uTradeHub)의 구축으로 우리나라는 이미 전자무역 분야에서 선도국가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세계 최초로 전자신용장(e-L/C)를 개통하고 2008년 전자선하증권(e-B/L) 발행 및 유통시스템의 구축 등이 그 사례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 우리나라는 전자적 수출환어음 매입(e-네고) 프로세스의 도입을 통하여 전자무역 분야의 새로운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개발된 e-L/C, e-B/L 등이 단위 무역업무의 전자화를 추구한 것이라면 e-네고는 수출기업이 물품선적 후 대금회수를 위하여 진행하는 과정 전체를 전자화하였다는 측면에서 한 단계 높은 프로세스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e-네고는 말 그대로 수출기업이 물품선적 후 대금회수에 필요한 서류를 은행에 제출(환어음 매입의뢰)하는 과정을 uTradeHub를 통하여 전자화하여 상업송장, 포장명세서, 환어음 매입신청서 뿐만 아니라 e-L/C, e-B/L, 전자보험증권(e-I/P), 전자원산지증명서(e-C/O) 등도 전자적으로 발행·유통함으로써 종이서류의 유통을 배제한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수출기업은 신속한 대금회수와 서류발급 및 유통비용의 절감혜택을 누릴 수 있고 은행 등 관련 기관의 업무효율성도 높아지게 된다.
 
e-네고의 가장 큰 장점은 전자무역의 효과인 신속성, 안전성, 투명성을 실제 체험할 수 있다는 것. e-네고를 통하여 수출기업은 수출대금 당일회수가 가능해져 비용적인 측면에서 혜택을 얻을 수 있으며 uTradeHub의 전자무역문서보관소를 통하여 전자문서를 보관·유통함으로써 위변조 및 분실우려를 없앨 수 있다. 또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e-네고 신청 및 진행과정을 파악할 수 있음으로써 신청과정에서의 문제발생시 즉각적인 대응도 가능하다.

지식경제부와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6일 ‘세계 최초 e-네고 시스템 구축완료 보고회’에서 현대자동차를 시범업체로 한 e-Nego 프로세스가 국내 단계에서 시범적용이 완료되었으며 앞으로 이를 상용화시켜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현대자동차와 무역협회,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 등은 2009년 초부터 1년여 동안의 협의 및 개발과정을 거쳐 지난달 30일 스웨덴으로 수출되는 산타페 1대(수출금액 19,539EURO)에 대한 대금회수 절차를 uTradeHub를 통하여 e-네고방식으로 진행, 외환은행으로부터 수출대금을 당일 회수하였다.
 
e-네고신청과 당일 수출대금 회수는 전자무역 단일창구인 uTradeHub에 관련 기관의 시스템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현대차가 e-네고를 하기 위해서는 완성승용차 부문의 전용선사인 유코카캐리어스(e-B/L), 보험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e-I/P), 외환?신한?하나은행(e-L/C), 금융결제원(신용장 통합한도관리), 보험개발원(적하보험 송수신), 대한상공회의소(e-C/O) 등 유관기관간의 인터페이스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연계를 통하여 현대차는 자체 서류(상업송장, 포장명세서, 환어음, 매입신청서)와 외부 서류(e-B/L, e-I/P, e-C/O)의 발행 및 유통을 uTradeHub를 경유, 은행에 e-네고신청을 하게 되며  은행은 매입신청을 받은 서류를 검토, 매입승인 및 수출대금 지급을 통하여 관련 절차를 종결하게 된다.
 
e-네고 구현을 위해서는 수출기업의 무역업무 프로세스를 분석, 서류의 발행 및 유통 과정을 파악하고 이를 전자화하기 위한 구비요건을 도출하고 자체 시스템 개발 및 적용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해당 수출기업과 거래하는 선사, 보험사, 은행 등의 시스템 기반도 갖춰져야 한다.
 
이번에 구축된 e-네고 시스템은 우선 국내에서만 적용가능하다. 해외에 전자문서를 받아줄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uTradeHub를 통한 e-네고는 수출기업의 작성서류와 외부발급 서류를 uTradeHub에서 PDF 문서로 변환, 은행에 전송하여 매입심사를 거치고, 매입승인이 완료된 후 종이서류로 출력하여 해외 은행에 송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서류의 원본성 보장을 위하여 PDF로 변환되는 서류는 기존의 종이서류와 동일한 양식으로 변환되게 된다.
 
따라서 향후 과제는 uTradeHub의 해외 연계를 통하여 글로벌 e-네고를 실현, 수출기업의 네고서류가 해외은행까지 전자적으로 유통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영업망을 갖춘 대기업의 참여와 UN,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전자무역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글로벌 연계를 추진하는 것이다.
 
e-네고를 통해 1차적으로 완성된 대한민국의 전자무역 모델은 앞으로 글로벌 연계를 통해 세계 표준모델로 발돋움할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차 e-네고 프로세스 Case Study]
현대차가 이번에 시범적용한 e-네고 프로세스는 완성승용차 부문의 국내 단계에서의 수출대금 회수과정이다.
 
현대차는 외국환은행으로부터 e-L/C를 통지받은 후 수출물품 제조 및 선적절차를 마무리하고 자체 ERP 시스템에서 상업송장, 포장명세서, 환어음, 매입신청서 등의 서류를 준비한다. e-B/L, e-I/P 등 외부기관 발급서류는 현대차-uTradeHub-선사·보험사간의 연계시스템을 통하여 신청·발급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서류가 완비되면 현대차는 uTradeHub를 통하여 해당 외국환은행에 매입신청을 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전자무역문서보관소에 보관된 외부발급 서류는 자체 발행서류와 한묶음이 되어 PDF로 변환, 은행으로 전송되게 된다. 외국환은행은 서류심사를 통하여 매입승인을 uTradeHub를 경유하여 현대차에 전송하게 되며, 대금지급 절차도 후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현대차는 오는 8월 차세대 ERP 시스템의 개통에 맞춰 본격적으로 e-네고 시스템을 활용할 계획이며 향후 상용차 및 자동차 부품 부문으로도 전자무역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