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장인이 보는 미래…관건은 안정성·지속성

이탈리아 산업계는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장인과 이들이 모인 클러스터로 압축될 수 있다. 첨단기술과 대량생산 시대에 걸맞은 전기자동차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탈리아 전기자동차 산업은 장인들의 손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에서 전기자동차를 처음 만들고 국제 자동차연맹의 전기배터리 자동차 경연대회에서 상을 휩쓸었으며 전자시스템만으로 500㎞ 주행에 성공해 기네스북에 오른 마르코 롤리오가 대표적. 그는 현재 중국의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기업인 썬더스카이 부사장을 지낸 뒤 10년째 중국에서 살고 있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한국의 SK그룹과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전체 부품라인을 개발한 스위스 메스사와도 협력 중이다.

그는 1989년 이탈리아 자동차 전문지인 꽈트로루오테가 주최한 전기자동차 개발대회에 참가한 이래 전기자동차가 미래 친환경산업의 핵심이라 믿고 동업자인 바싸니와 함께 본격적인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후 그들이 개발한 전기자동차 ‘토르페도’는 수십억을 투자한 메르세데스 벤츠, 도요타, 혼다 등 자동차 거인을 누르고 국제자동차연맹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배터리의 기술적 문제는 여전한 숙제였다. 두 사람이 개발한 전기자동차는 납 배터리를 사용해 높은 비용과 많은 무게라는 문제가 있었고, 결국 배터리 연구에 매달리게 했다. 그리고 2000년에는 향후 이 분야에서 중국기업들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생각에 중국으로 이주했다.

전기자동차 장인 롤리오가 보는 미래는 어떤 것일까? 그는 현재 시장에 출시된 전기자동차는 당분간 특별한 관심을 가진 마니아층 또는 환경보호주의자들에게만 관심을 끌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비싼 데다 뛰어난 주행능력을 보여주기에는 이르기 때문이다.

그는 ‘꿈의 배터리’ 또한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전기자동차 개발의 핵심 미덕은 속도가 아니라 안정성과 지속성으로, 향후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전기자동차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