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라면왕' 초이스 박종태 회장의 동유럽 정복기

비즈니스 인맥 만들기의 대표적 소설 네트워크 ‘링크나우’의 포럼 가운데 하나인 ‘1인 기업 서포터즈’ 주최로 매주 월요일마다 개최되는 weCEO특강에 지난 22일 ‘불가리아 라면왕 박종태 회장’의 강연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박 회장이 불가리아에서 라면왕이 되기까지의 사업이야기와 향후 계획 등이 소개됐다. 주요 강연 내용을 정리했다.<편집자 주>

전재산 600만원 들고 불가리아행
 
20년 전, 박종태 회장은 무역회사 입사 후 불가리아로 첫 해외 출장을 떠나게 됐다. 그 당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불가리아가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다. 불가리아 시장은 마치 물건을 갖다놓기만 하면 쭉쭉 빨아들이는 스펀지 같았다. ‘불가리아는 기회의 땅’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전재산 600만원을 들고 가족과 함께 불가리아로 떠났다. 

불가리아에서 처음부터 라면사업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상점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면 따라가서 무슨 물건인지 확인하고 그 물건을 팔았다. 아이템만 100여 가지. 라면뿐만 아니라 백색가전부터 원자재까지 닥치는 대로 팔았다. 그렇게 그의 ‘무모한 도전’은 시작됐다.
 
라면 먹을 땐 ‘초이스 하자!’
 
초창기에는 네트워크 구축이 전혀 돼 있지 않았다. ‘라면’이란 제품을 현지에 처음 소개하기 위해 호텔 쉐프들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가졌다. 이런 프로모션이 현지에서 먹혔다. 각종 언론에 보도되면서 광고 효과도 ‘톡톡’히 얻었다. 또 현지인들을 채용하고 불가리아 전역을 돌며 영업을 했다.

의기투합해서 각자 자기 일만 잘 감당하면 회사가 설 줄 알았다. 그러나 돈이 돌기 시작하자 파트너가 중간에서 공급라인을 장악하고 농간을 부렸다. “투자한 것만이라도 돌려 달라”고 했을 때, 파트너의 씩 웃던 그 비웃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계약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꿈을 안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단지 젊고, 경험 없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일 뿐이었다.

마지막 남았던 여직원마저 컨테이너 박스 안에 있던 제품을 훔치는 모습을 목격하곤 불가리아에서의 사업을 포기하고 귀국을 결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라면사업은 현지에서 연간 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 불가리아 시장은 물론 러시아, 캐나다 등지로도 수출된다. 그의 ‘초이스’ 라면종류는 27가지나 된다. 복사할 때, “제록스 하자”는 말을 쓰듯이 불가리아에서 라면을 먹자는 말은 “초이스 하자”로 통한다.
 
라면만으로 연간 500만 달러 매출
 
그의 회사가 이렇게 성장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박종태 사장의 마음가짐이다. 외국인 CEO로서 늘 이방인이었던 그는 직원들을 존중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직원들은 그를 ‘인간 박종태’로 대했다.

그리고 다른 성공 요인은 직원들과의 소통과 실질적인 위임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 모든 직원이 허깅(Hugging)을 한다. 이 때, 좋은 말이나 칭찬도 빠질 수 없다. 월요일 오후 4시에는 부사장을 대상으로 직원들이 돌아가며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주제는 자유다. 발표가 끝나면 부사장들은 직원에게 좋은 코멘트만 한다. 관심 없는 주제였더라도 한 부분을 끄집어내서 말하다보면 어느새 부사장과 직원들의 담이 무너지고 팀이 만들어진다.

박 사장은 “사장이라면 펑펑 놀아라”라고 말한다. 솔직히 사장은 펑펑 놀아도 노는 게 아니다. 침대에서 누워 있어도 항상 회사에 대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사에 대해 긍정적이고 진보적인 방향으로 해결책을 강구하고 고민을 하되 업무에는 깊숙이 관여하지 말라는 뜻이다. 업무에 관여하기 시작하면 그만큼 회사의 방향을 잡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에게는 실질적인 위임을 한다.

"위임하고 소통하며 펑펑 놀아라"
 
실질적인 위임은 직원으로 하여금 스스로 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는 것을 그 스스로 느꼈다. 또 조직 체계가 잡혔다. 이 덕에 그는 다른 프로젝트에도 집중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페르닉시와 함께 산업단지도 조성 중이다. 약 20만평을 개발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먼저 10만평이 개발됐다. 이 산업단지에는 국내 중소기업이 우선 입주할 수 있다. 작년을 기준으로 해서 투자가 주춤하고 있다. 현재 국내 16개 중소기업이 분양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산업단지 주변 큰 고속도로는 올해 5월에 개통예정이며 기본 가로등, 전기, 상하수도는 기초공사를 마친 상채다. 입주는 올해 말 정도가 돼야 가능하다.

박 사장은 태양광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쓰레기 처리사업도 시작했고 창업 20주년을 맞아 올해 자선재단도 설립했다. 작년 10월 불가리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미 불가리아에서 국빈급 CEO다.
 
산업단지, 태양광 사업도 진행중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이 아버지의 나라라고 한다면 불가리아는 어머니의 나라”라고 말했다.  ‘불가리아’가 아니었으면 그가 지금의 자리에 있지도 못할뿐더러  사랑도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 그는 불가리아에서 공헌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