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A 등으로 경협 강화…장기적으로 시장 지배력 확대 노려

2008년 12월 베트남과 경제협력 관계 확대에 합의한 일본이 오는 10월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파트너십협정(EPA) 발효를 계기로 베트남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양국은 지난 1월 도쿄에서 개최된 협력위원회 3차 회의에서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통상 및 투자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베트남은 일본에 대해 고속철도 사업, 하이테크 파크 등 대규모 국책인프라 사업에 일본이 적극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일본정부는 이에 화답했다.

양국관계는 단순한 경협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일본은 베트남 산업연수생 6,000명을 초청해 연수시키는 한편, 작년부터는 1,000명의 베트남 고급인력에 대해 박사학위 취득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베트남은 하노이에서 벚꽃축제를 열고, 호이안성에서 일본문화 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일본의 ‘베트남 포섭’은 앞으로 더욱 기세를 더할 전망이다. 일본-베트남 EPA에 따라 앞으로 양국 제품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상호 관세인하 혜택을 받게 되는데, 베트남은 섬유, 해산물, 커피, 신발, 전제제품 등에서, 일본은 자동차, 전자제품 수출에 유리하다.

한편, 2009년 현재 베트남과의 교역규모를 보면, 중국이 213억 달러, 미국 143억 달러, 일본 138억 달러 그리고 우리나라가 90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 가운데 일본의 경우 2003년 이후 교역 증가세가 매년 두자리 수를 기록했고, 2008년에는 전년 대비 37%나 증가해 양국간 교역액이 168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일본은 미국에 이어 베트남의 제2 수출 대상국으로 총 수출의 12.3%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수출품은 의류 및 섬유로 9억5,4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해산물(7억6,000만 달러), 전선(6억4,000만 달러), 기계(6억 달러), 원유(4억8,000만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일본은 중국에 이어 제2의 대 베트남 수출국인데, 2009년 75억 달러를 수출해 전체의 9.3%를 차지했다.
일본기업의 베트남 투자도 활발하다. 1988년 이후 2009년까지 누적기준으로 비록 대만, 한국, 말레이시아에 이어 4위지만, 최근 들어 베트남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일본기업들이 늘고 있으며, 기존 기업도 투자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과거만 해도 일본기업의 대 베트남 투자패턴은 식품가공, 건설이 대부분이었으나, 현재는 환경, 교통 및 운송, 보건,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노이 KBC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은 일본의 경제적 영향력이 높은 편이지만 신흥시장인 베트남에서는 별 힘을 쓰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중국의 대 아세안 영향력 확대, 베트남의 경제성장 등으로 일본도 베트남의 미래가치를 높게 판단하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베트남은 장기적으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발주가 예상되고, 일본에서 교육받은 전문가가 귀국해 산업현장에 투입되면 일본-베트남 간 협력은 지금보다 한 차원 발전된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베트남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일본기업을 상대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