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55개 재외공관에 동향 파악 지시 

미국 법무부는 지난주 미국에서 판매중인 소형 2차 전지업체들을 상대로 가격 담합 혐의를 비공개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대상에는 한국의 삼성SDI와 LG화학뿐만 아니라 일본의 파나소닉과 소니도 포함됐다. 2차 전지시장 1~4위 업체가 모두 담합 혐의로 조사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에 대해 삼성SDI와 LG화학이 일본과 미국 업체를 누르고 글로벌 선두 업체로 부상한 데 따른 견제에서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차전지 분야 1위인 삼성SDI와 3위 LG화학을 합친 점유율은 43.4%다. 미국의 에너원은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에서 밀려 2월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A123시스템도 최근 중국기업에 매각됐다.

이처럼 한국기업과 제품을 겨냥한 무역장벽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국에 대한 견제는 신흥개발도상국 뿐만 아니라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까지 가담하고 있다.

이달 초 프랑스 정부가 EU에 한국산 자동차 수입제한 조치 검토를 요청했다. 우리나라 자동차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적용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지난 7월에는 미국 상무부가 자국 업체인 월풀의 제소로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국내 전자업체 3곳의 세탁기에 대해 덤핑 예비 판결을 내렸다. 같은 달 브라질 정부도 한국타이어 등 한국기업 3곳의 타이어에 대해 덤핑 조사를 벌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기업을 상대로 한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다른나라의 수입규제 조치는 123건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117건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라 올해 130건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별 규제 현황을 보면 인도가 24개로 가장 많았고, 중국(18개), 미국(12개), 터키(11개), 브라질(9개), 파키스탄(7개), 러시아(7개), 인도네시아(6개) 순이었다. 무역규제조치는 과거 선진국이 주로 활용했으나 최근 개도국으로 사용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무역협회와 지식경제부, 무역위원회와 각종 업종별 협회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덤핑, 보조금혐의로 피소를 당했을 때 관련자료, 도움 등을 요청하거나 피소업체간 공동 대응을 알선해 주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덤핑 조사에 대한 대응 준비는 실제로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며,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제소 국가측에서 높은 관세율을 임의로 부과할 수 있으므로 사전 준비작업이 필수적이다. 또 반덤핑 관세가 일단 높게 부과되면 해당 국가에 대한 수출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이 없으므로, 사전에 이러한 가능성을 방지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일 것이다. 예를 들면, 주기적인 모니터링, 각 업체별 수출통계 분석, 마진분석 시스템 구축 등이 있다.

제소 후에는 ▲반덤핑 제소에 대한 대응여부 판단 ▲대응준비 ▲TFT(Task Force Team) 구성 ▲덤핑마진 시산 ▲회계법인, 법률회사 선정 등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업종별 단체나 협회와 대응책을 마련하고, 정부부처 및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상대방 정부에 의견을 제시하고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최근 해외 155개 재외공관에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수입규제 동향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또 외교통상부 수입규제반을 풀가동해 제소를 당한 기업에 대해 직간접적인 지원을 벌이고 있다. 혐의 발생 시 1차로 해당 기업의 대응과 별개로 고위급 서한 발송, 수입규제대책반 현지 파견 등 적극적인 정부 간 대응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