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침체…고율관세-수입제한 “자국 산업보호”
선진국 환경규제 자꾸 들먹…수출 한국경제에 복병 

글로벌 경제가 악화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각 나라마다 내수 진작을 위한 재정 통화정책수단이 마땅치 않자 고율의 관세부과나 수입제한 등을 확대하는 것이다. 특히 환경규제와 같은 보이지 않은 비관세 장벽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게 큰 위협을 주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가 터지자 이같은 보호무역주의 추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18년에 걸친 협상 끝에 지난해 12월 WTO 회원국 자격을 획득한 러시아는 WTO 가입 조건으로 현행 평균 10.3%인 수입 관세를 7.2%까지 낮추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러시아 수출 품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43%)는 현재 30%의 관세가 2015년까지 25%로 인하되고, 이후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매년 약 2.5%씩 관세가 줄어들어 15%로 낮아진다. TV부품은 2015년까지 10%에서 0%로 줄어들고, 10~15%인 철강 분야 관세율도 2015년까지 5~7%로 크게 하락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WTO 발효로 인하된 관세율을 만회하기 위해 벌써 비관세 장벽을 세우고 있다. 이는 자국 자동차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12일 러시아 의회는 러시아로 수입되는 모든 차량에 대해 사용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사용료 징수 수준은 배기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차량 가격의 5~10% 수준이다. 사용료 부과 이외에도 향후 각 산업부문에서 예상치 못한 규제가 잇따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도 상무부가 최근 한국제품에 대한 반덤핑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 정부가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저가 공세에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미 상무부는 한국산 변압기 덤핑 제소 건과 관련 현대중공업과 효성 등이 적정가격 이하에 변압기를 미국에 덤핑 수출한 것으로 판단하고 각각 29.4%, 14.95%의 반덤핑 과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다음달 16일 예정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회의에서 미국 생산 업체에 손해를 끼친 바가 없음을 입증해야 반덤핑 과세를 피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피해가 없음을 입증할 자신이 있다”며 “혹 덤핑 판정을 받더라도 미국 내에 변압기 제조공장을 만들고 있어 피해를 최소화시키겠다”고 말했다.

EU는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에 따라 자동차 수출업체들에 배출기준 초과 시 벌금을 부과한다. 이는 한국 등 개발도상국 자동차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아시아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되면서 유럽 자동차의 판매량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다. 2007년과 비교해 올해 같은 기간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량은 약 20% 감소했다.

무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탄소 규제는 환경보호라는 명분이 있어 선진국에서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산 제품을 놓고 현재 수입규제를 진행 중인 곳도 적지 않다. 2011 대한 수입규제 총람에 따르면 무역 상대국의 한국 상품 수입규제는 지난해 말 21개국 111건(조사 중 17건 포함)에 달했다. 신규 제소는 18건이었다.

경제 위기 때마다 보호무역주의가 수면위로 떠오르지만 보호무역은 최근 무르익고 있는 글로벌 자유무역 흐름에 역행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멕시코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유럽 재정 위기는 전 세계의 위기”라며 “2008년 전 세계가 보호무역을 경계하고 무역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듯 이번에도 보호무역을 경계하자”고 역설한 바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총재도 지난 10일 “글로벌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될 조짐”이라며 “이는 매우 경계할 만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환경규제에 대응하지 못하면 해외진출이 원천 봉쇄될 우려가 있다”며 “그러나 높은 환경기준을 충족한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환경 친화기술과 상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