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유통업계에서 잘 나가는 업체가 ‘트레이더 조’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작년 말 현재 365개 매장에 5500명의 종업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85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트레이더 조에 대한 평가는 CNN이 “조용하고 사적이며 영리한 기업”이라고 평가한 데서 잘 나타난다. 다양한 제품군은 트레이더 조의 비즈니스 전략이 다문화 맞춤형에 근간을 두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트레이더 조 매장을 방문해 보면 포장부터 제품 구성, 상품 진열방법까지 다문화와 다양한 민족의 고객을 감안하고 있다.

아울러 트레이더 조는 소비자들에게 ‘농촌의 보물찾기’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최대 유통 할인점인 월마트의 경우 작은 매장의 면적은 평균 420평, 자이언트 수퍼센터의 경우 평균 5150평이고 2위 할인점인 타깃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3800평이다. 그러나 트레이더조의 평균 매장 크기는 225~347평으로 상대적으로 매우 작다. 이로써 매장에 들른 소비자들은 아담한 농촌 시장에 들른 기분을 갖게 된다.

아울러 대형 유통망의 전단지에는 1페이지에 수십개의 특판 상품과 가격 정보가 어지럽게 실려 있지만 트레이더 조는 상품 이미지와 가격뿐 아니라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요리법, 제품의 원산지 등 상품에 얽힌 이야기를 담아 소비자들이 재미 삼아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매장에 들르도록 유도한다.

적은 취급품목 수와 소비자의 높은 구매 결정율과 만족감도 트레이더 조의 성공요인이다. 통상 미국 대형 유통망의 취급품목은 5만 개 정도이지만 트레이더 조는 그 1/10 미만 수준인 4000개를 유지하고 있다. 4000개 항목 중에서도 80%는 트레이더 조의 로고를 달고 판매된다.

예를 들어 트레이더 조에서는 10개 종류의 땅콩버터를 팔지만 다른 유통업체들은 그 종류가 40개나 된다. 이는 1주일에 40개가 팔려나간다고 할 때 트레이더 조는 종류당 4개, 다른 유통망은 1개만 팔린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제품의 회전율이 높아 그만큼 많은 물량을 구입해 소비자들에게 더 큰 할인폭을 제공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1개 품목에 더 많은 종류를 원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으나 선택의 폭이 너무 넓으면 확신이 떨어져 만족감과 구매확률이 낮아질 수 있다.

철저한 자가 브랜드(PB) 전략도 중요하다. 대형 유통망에서는 광고, 쿠폰 제공, 메인 선반에 진열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과 달리 트레이더 조는 이들 비용을 물리지 않는다. 다만 공급회사의 이름을 노출시키지 않고 트레이더 조의 브랜드를 달고 납품해야 한다. 납품계약 체결 시 작성하는 표준계약서에는 벤더들은 어떠한 경로로도 트레이더 조와의 비즈니스 관계를 공표하면 안 되게 하고 있다. 트레이더 조는 소비자나 경쟁자들이 이 제품을 어느 회사에서 만들었는지 아는 것을 원치 않으며 납품업체 역시 똑같은 제품을 트레이더 조에 더 싸게 제공한다는 점을 노출시키기를 꺼려한다.
 
<시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