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발효에도 가격 그대로
정품유무확인·AS문제 개선

최근 물가 안정이 정부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가격인하를 기대했지만 일부품목은 여전히 높은 가격에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백화점에서 7만5000원에 팔리고 있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비비크림의 수입원가는 1만원이다. 백화점이 2만3000원 가량의 수수료를 챙기고, 수입업체가 4만원 이상의 수익을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 소비자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 판매되는 유럽산 전기다리미 가격은 수입가격의 2.3배, 수입 유모차 가격은 외국에서 판매되는 같은 제품의 2.2배에 달했다.

정부는 수입품 가격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최근 병행수입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대형유통업체 참여를 유도와 품질 검사 요건 완화 등을 통해 병행 수입을 활성화하는 등 수입 유통채널을 다변화 하겠다”고 밝혔다.

병행수입은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진 회사가 아닌 다른 유통업체가 외국에서 정품을 구매해 국내에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병행수입 제품은 유통·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아 백화점과 브랜드 직영점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관세청의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병행수입 제품은 독점 수입품에 비해 품목에 따라 5~40%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병행수입물품을 위조상품으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지난달 21일부터 병행수입 물품에 대한 통관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통관인증제는 관세청이 해당 수입품에 ‘통관표지’를 붙여 소비자들의 불안을 완화해 병행수입품을 활성화시키는 제도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수입자와 품명, 상표명, 모델, 원산지, 통관일자, 통관세관 등 다양한 통관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QR코드를 부착할 수 없는 밀수품과 위조상품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병행수입품의 단점으로 꼽혔던 사후관리(AS) 문제도 개선되고 있다. 이랜드가 운영하고 있는 NC백화점은 전 지점에서 자사매장에서 병행수입 제품을 사간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체 AS제도를 도입했다. 또 인터넷 쇼핑몰 11건가도 고객과 AS전문업체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병행수입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병행수입 제품에 대해서는 통관절차를 간소화해주고, 독점수입 업체가 병행수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강하게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병행수입을 활성화시켜 병행수입품과 독점수입품의 가격경쟁을 붙여 수입품 가격을 안정화시킨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이월상품이나 유행에 뒤처진 제품은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며 “병행수입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업체들이 신상품과 인기상품의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