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 일 ․ 유럽 금리인상억제 돈풀어
BRICs,인플레우려 불구 맞대응
국내 수출기업 체산성영향 긴장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대거 공급하자, 신흥국들이 잇따라 금리를 낮추면서 ‘환율 전쟁’이 불붙었다.

美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지난 13일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목표 금리를 현행 0.00~0.25%로 동결하고, 최소 2014년 말까지 현재의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12월 1차 LTRO를 실시해 890억 유로의 자금을 풀은 후 2차 장기대출(LTRO)을 통해 5295억 유로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LTRO는 3년 만기의 대출로 연 1%의 저금리로 공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일본중앙은행(BOJ)도 지난달 자산매입기금을 55조엔에서 65조엔으로 확대하고 기준금리를 0.00~0.20%로 동결했다. 이에 지난 1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장중 한때 84.12엔을 기록하며 엔화가치는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위축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시중에 자금을 대거 공급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유동성 공급에 달러화와 유로화 등이 평가절하 될 경우 신흥국들은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된다. 이에 신흥국들은 금리를 인하하는 등의 환율방어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은 헤알화 절상을 막기 위해 자국 채권 투자 외국자본에 부과하는 6%의 금융거래세(IOF)의 과세 범위를 만기 5년 이하의 모든 해외차입으로 확대했다. 이는 단기투기성 자금(핫머니)의 유입을 막아 자국 화폐인 헤알의 가치를 끌어내리겠다는 복안이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선진국이 시행하는 변질된 통화정책 때문에 달러화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며 “과도한 유동성 유입을 막을 수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기도만테가 재무장관도 “선진국이 브라질의 통화를 희생시켜가면서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환율방어에 나설 의지를 밝혔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 10일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지급준비율을 0.75%포인트 낮췄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물가가 지난 1월 6.55%를 기록해 2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브릭스(BRICs)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라 물가 압력 때문에 확장적 통화정책을 쓰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베트남도 지난 13일 15%의 금리를 1%포인트 낮췄다. 필리핀 중앙은행도 지난 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신흥국들이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품 가격이 떨어져 경쟁력 우위에 설 수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달러를 공급하면서 달러 가치는 추락했고, 달러 자금이 신흥국으로 대거 들어와 해당국 화폐 가치가 급등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띠었다”며 “선진국과 신흥국 간 환율전쟁의 불이 지펴진 셈”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환율전쟁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자칫 환율전쟁으로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파워에 원-달러 환율도 같이 내려가 수출 경쟁력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에도 유사한 상황을 경험했다. 당시 환율은 달러당899.60원(10월 31일)까지 떨어져 수출업체들이 채산성 악화로 큰 타격을 입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연구위원은 “국가간 환율 갈등을 조정하여 환율전쟁의 피해를 최소화 시켜야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자본 유출입의 안정화를 비롯해 국제통화체제의 개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