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보건복지위원회에서 ‘2010년 수입화장품 표준통관 예정보고서 실적’을 보고 소비자들은 깜짝 놀랐을 것이다. ‘명품 화장품’이라 불리는 유명 브랜드의 수입화장품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2~3배의 가격에 들어와도 억울할 텐데 몇몇 제품들은 20배가 훌쩍 넘어서는 가격에 국내에서 열심히 판매되고 있었던 것이다.

국내 화장품업계의 베스트셀러로 사랑받고 있는 ‘E'사의 ‘갈색병’의 통관가격은 고작 63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한방울의 힘’ 광고에 유혹돼 15만원이라는 부담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갈색병을 구입했던 소비자들은 적잖은 배신감을 느꼈을 터다.

실제 이 제품이 타 제품과는 차별화되는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누렸는데 소비자들이 황당한 원가를 안 뒤로는 과연 제품이 가격에 걸맞는 효과가 있기나 하는지 의구심까지 든다는 반응이다.

‘E'사 관계자는 “통관가격에는 브랜드 로열티 등 상표권과 연구개발비용 등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이라며 세관신고원가와 판매원가의 엄청난 차이를 항변한다. 한편 국내 업계 관계자는 ‘비싸야 잘 팔리는 한국 시장’의 특성을 글로벌 기업들이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수입화장품 업체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한국의 가격을 특별히 높게 책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하지만 한국에서 인기 있는 제품은 예외다. 국내 여성소비자들의 워너비 브랜드인 랑콤, 시슬리, SKⅡ 등의 명품 수입브랜드 역시 원가대비 10배에 달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으며 여타 다른 국가에 비교해도 우리나라에서 유독 비싸게 팔리는 경우가 많았다.

‘고가’와 ‘수입’이라는 타이틀에 쉽게 유혹되는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이 해외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 제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같이 고가 수입화장품의 가격거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한국 화장품에 대해 애정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최근 국내의 한 화장품 브랜드가 고가의 수입브랜드 제품을 겨냥해 25%에 해당하는 가격에 국내제품을 내놓았는데 출시 3개월 만에 40만개나 팔려나갔다. 소비자들의 평가도 대체로 만족스런 반응이다.

국내에는 고가의 수입제품과 토종 제품에 대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비교하면서 정보를 제공하는 TV 프로그램이 생겨 많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내제품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국내 화장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같은 트렌드는 외국산 명품 브랜드에 밀려 소외됐던 국내 화장품한테 브랜드파워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또한 한국 소비자에겐 이제 ‘똑똑한 선택’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